[데레스테] 무료가챠 성공적 + 하늘을 향해 걷는 중 책 이외


  데레스테에서 신년을 맞아 실시한 무료 가챠의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SSR이 무려 네 개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카코가 특히 아주 예쁘네요.


  게임을 하다보면 과금의 유혹이 물밀 듯 밀려오는데 저는 이제껏 이 모든 유혹을 잘 견뎌냈다고 생각했지요. 생각했지만 사실 의지력의 방파제로 물길을 막은 게 아니라 그저 지킬 돈 자체가 없어서 물이 휩쓸고 지나가도 티가 안 났던 것이었습니다… 그냥 돈이 없어서 못 했던 것뿐이었지요. 돈이 생기니 유혹이 비로소 진짜 힘을 드러내더군요. 밀려올 때마다 버틸 수가 없어요. 이전 노노 2차 SSR을 보고 자, 드디어 베트남에서 벌어온 돈을 몽땅 환전할 때가 왔구나! 라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저를 보고 스스로 얼마나 두려움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이토록 답이 없는 인간이라니.

  허나 유혹에 무너지는 저의 발목을 붙잡은 것이 있었으니 과금 전사로 다시 태어나기 직전인 찰나와도 같은 순간에 과연 나는 이전의 나를 가리켜 무과금 유저라 불렀으되 과연 그럴 자격이 있었나, 라는 미련과도 같은 이상한 고찰이었습니다. 나는 그간 많은 게임을 과금없이 하긴 했으나 그게 정말 무과금 유저의 길을 걸은 게 맞는가, 단지 돈을 안 썼다는 이유로 무과금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의문에 도달하고만 것입니다. 그리하여 저의 게임사를 돌이켜보니 제가 한 게임들은 대부분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손을 뗄 수가 없는 엄청난 작품들이 아닌 펑펑 퍼주기로 유명하여 과금을 하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가챠를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비너스 일레븐 비비드라던가 퍼즐 앤 드래곤(초반에는 정말 재미있었는데 점점 퍼즐이 무색해지니…)이라던가 로드 투 드래곤(이건 정말 좋아서 하긴 했는데 솔직히 재미는 없었어요.)이나 슈퍼로봇대전 크로스오메가라던가 크로스-Ω라던가 X-오메가라던가 등등. 이러한 게임들만 골라서 해놓고 이제와 무과금 유저의 길을 그만두겠다고 여기기엔 정말 무과금이었던 적이 있긴 했는가! 라는 자기 내면의 소리에 저는 깨닫고 말았습니다. 하나의 장을 끝내야 다음 장으로 넘어가는 것이야말로 섭리이거늘 어찌 무과금의 길을 채 끝내지도 못하고 과금이라는 새로운 길로 나아가려 했단 말인가, 처음부터 과금할 의지가 있었다면 모르나 이제껏 무과금인냥 자신을 포장해놓고는 대체 어디까지 허황되이 구는 것이냐, 스스로의 오만을 부끄러이 여겨야 한다, 고 말이지요.

  그리하여 저는 진정한 무과금의 길을 끝까지 걸은 뒤 다음으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그렇다면 길의 끝이란 어디인가? 무릇 끝이란 다다를 수 없다 여겨짐에도 어느새 다다르게 되는 곳, 파랑새로 따지자면 자기 집이며 오즈의 마법사로 따지자면 한참 신고 있었던 그 놈의 구두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캔자스 외딴 시골집! 그런 고로 저는 무과금의 끝을 저 하늘로 잡았습니다. 저는 걸어서 하늘에 닿을 것입니다.



  뭐, 한 마디로 무료 주얼 75000개를 모을 거고 절반쯤 모아서 기분이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기왕 1년 넘게 했는데 천장이 생긴 김에 거기 머리라도 부딪혀보고 싶다는 것뿐이지요. 물론 다 모으기 전에 후미카 3차 SSR이 나오면 다 무시하고 과금할 거지만. 헤헤헤.




오리엔트 특급 살인, 2017 책 이외


  좋은 감독이자 훌륭한 배우인 ‘케네스 브레너’가 감독 및 주연을 맡은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봤습니다. 이 영화를 안 볼 수는 없지요. 미스터리의 거장 크리스티 여사님의 걸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은 추리소설 역사에 있어서 가장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을 수 있습니다. 이 소설은 정말 위대해요. 1934년에 처음 출간되었는데 지금 읽어도 대단히 재미있고 완성도도 흠잡을 곳이 적으며 반전 또한 여전히 충격적이지요. 감히 세상 모든 추리소설가의 이상과 같은 작품이라고 주장하고 싶네요.


 원작이 이토록 대단하니까 80년이 지난 뒤에도 영화로 만들어진 것이겠지요. 왠지 100년이 지난 뒤에도 누군가 또 영화로 만들 것 같아요. 꼭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영화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어머, 이건 꼭 봐야해! 라고 생각했지만 감독이 케네스 브레너라는 점이 마음에 좀 걸렸어요. 셰익스피어 류의 드라마틱한 정극을 연출하는 것에는 일가견이 있지만 원작을 고전적으로만 해석하는 경향이 느껴지거든요. 블록버스터조차 그런 식으로 너무 정직하게 접근해서… ‘코드 네임 쉐도우’만 봐도 참… 나름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달리는 오리엔트 특급 열차 안에서 딱히 엄청난 파격을 원한 건 아니지만 감독 이름을 보자마자 아, 결말을 바꾸지는 않겠구나 싶었지요.


 저도 결말이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만 범인을 이미 아는 추리소설만큼 맥 빠지는 것도 달리 없지요. 80년 동안 활자 위를 달린 오리엔트 특급은 수많은 독자들을 태우고 놀라운 반전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열차 안의 비밀을 알고 있지요. 1974년에 영사기를 통해 스크린 위를 달렸던 특급 열차는 엄청나게 호화로운 캐스팅과 충실한 완성도로 이미 알려진 결말이라는 위기를 해쳐나갔습니다. 그런데 감독과 출연진을 보니 17년에도 같은 방식을 쓸 거 같단 말이지요. 이게 먹힐까요?



 감독은 원작과 자기 자신의 특기 두 가지 모두에 충실한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과 진행 그리고 마무리까지 충실하게 스크린으로 옮겨 담았어요. 통곡의 벽에서 보인 추리는 원작에 없는 내용입니다만 주인공이 뛰어나고 이미 유명한 탐정이란 점을 드러내기에 괜찮은 장면이었고 서두를 끝내자마자 곧장 원작의 이야기로 뛰어드는 성실함이 보였지요. 아름답게 꾸민 열차 안에서 사람들이 다들 자신을 소개하고 이윽고 살인이 일어나며 탐정이 진실을 향한 한 걸음을 떼며 결국에 진실에 도달하는 일련의 전개가 빈틈없이 이어집니다. 허나 이 과정에서 감독은 직접 주연을 연기를 하며 자신의 해석을 조금씩 첨가하지요. 자신을 균형의 수호자로 여기며 범죄란 자연이 만든 균형을 인간의 손으로 틀어버린 것이기에 부자연스러움이 눈에 보인다고 말하는 포와로나 지나간 사랑을 잊지 못하고 연인의 이름을 부르며 사진을 들고 다니는 포와로는 조금 낯설지요. 포와로라면 균형 운운하기보단 제가 범인보다 영리하다보니 그만 사건을 해결해버렸군요, 라고 말하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지만…

 17년의 포와로는 사건의 진상에 다가가며 점점 격정적으로 변합니다. 넘치는 액션본능을 선보이기도 하지요. 다른 등장인물들도 하나둘 열에 들뜨며 이야기는 원작이나 74년에는 없었던 드라마틱함을 풀어놓습니다. 이 달뜬 드라마는 이미 알려진 결말을 향해 달리며 절정에 달하는데 가장 압권은 열차에서 내려 마치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처럼 탁자에 앉은 채 포와로를 바라보는 승객들입니다. 이 장면은 정말 근사해요.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가 있어요.

 다만 이 뜨거운 드라마는 호불호가 갈릴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조금 과했던 것 같아요. 너무 교훈적이라 촌스러워 보이거든요. 원작이 애써 담담히 담아냈던 이야기를 굳이 소리치며 되풀이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 영화는 미술이 거의 완벽해요. 열차 내부는 물론이고 이스탄불의 풍경이나 당시 시장과 기차역의 분주함 등이 정말 화면 속에 멋지게 자리 잡았습니다. 설산의 눈사태는 좀 너무 CG였지만. 등장하는 배우들도 아주 화려합니다. 74년도 영화도 캐스팅이 미친 수준인데 이번에도 전혀 밀리지 않아요. 심지어 제다이도 하나 있고… 케네스 브레너가 재해석한 포와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콧수염 보호대는 정말 좋았어요. 그나저나 최근 번역에서는 대부분 푸아로로 표기하던데 영화는 포와로로 가더군요. 지난날의 여사님 팬들을 염두에 둔 선택인지도.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되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추리 부분은 과감히 툭툭 끊고 대신 드라마를 부각한 선택도 상당히 합리적입니다. 다만 이 드라마가 그리 세련되게 진행되지 않더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어요. 조금씩 절제했다면 아주 매끄러웠을 건데.


 아이, 오랜만에 글을 쓰니까 생각만큼 잘 되지 않네요. 매일 글솜씨가 퇴보하고 있습니다. 누나는 매일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하고 매형은 매일 체력이 떨어진다고 하던데 우리 셋의 공통점은 음… 육아? 육아 너무 힘들어요. 우리 조카 얼마 전에 장염에 걸려서 누나랑 저랑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하긴 아기가 제일 고생이 컸지만요. 아기를 보고 있으면 아기로 사는 것도 쉽지 않겠다 싶습니다. 자기 콧물도 제대로 못 닦는데 하루하루 살아가는 건 얼마나 힘이 들까.

 어떻게 글을 마무리해야 하나… 음, 오리엔트 특급 살인 재미있어요? …아니, 이건 너무 형편없어. 너무 형편없는데 달리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오리엔트 특급 살인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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