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파이어 -일본

전 미야베 여사의 신작이 나온 줄 알고 헉헉 대며 읽었는데 90년대에 썼던 소설이더군요. 흠 좀 실망. 사실 전 사회파 추리소설이라는 장르의 정의를 잘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파는 알겠는데 사회파 추리소설은 좀 와닿지 않아요. 13계단 같은 경우에는 명백하게 추리의 요소가 있지만 크로스 파이어나 모방범의 경우에는 범인도 알고 트릭도 아니까 추리의 요소는 딱히 없지요. 제가 좀 낡은 추리소설 팬이라서인지 트릭이 없는데도 추리소설이라 주장하는 것에 거부감이 있습니다. 엘러리 퀸처럼 '독자에의 도전장'이 없으면 너무너무너무너무 허전해요. 나 사실 싸우려고 책을 읽는 듯... 하긴 '범인은 독자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그 분' 이니 '범인은 사실 이 책을 읽는 독자 당신임.' 이니 하는 어처구니 없는 소설도 읽어본 마당이니 트릭이 없다는 것 정도로 빡빡하게 굴 생각은 없습니다. 게다가 미야베 여사는 읽게 하는 힘, 이야기가 지닌 즐거움을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요. 길어도 술술 읽을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지요. 모방범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긴데도 거의 하루만에 훌렁훌렁 읽어버렸으니까요. '용이 잠들다'는 읽어본 적이 없고 '가모우 저택 사건'도 읽다가 때려치웠으며 '낙원'은 다 읽었지만 초능력이 살짝 가미된 정도니까 넘기고 그렇게 따져서 미야베 여사의 초능력자 이야기를 읽는 건 이게 처음이라는 소리니까 새삼 하는 말인데 사회파 작가의 틀 속에서 초능력자라는 소재를 사용하다보니 사람들이 흔히 초능력자에 대해 기대를 하는 바, 화끈한 파괴나 초능력자들끼리의 상상을 뛰어넘은 능력 대결과 같은 부분을 다루기 전에 끝나버립니다. 저 역시 책을 읽다가 어라? 이제 몇 백 페이지도 안 남았는데 초능력자 집단이 이제야 나오네, 이거 설마... 같은 걱정을 했는데 역시나 작가는 그런 현란함에는 별 관심도 없었습니다. 게다가 작중 준코의 고뇌는 사실 피터 파커와 크게 다를 바가 없네요. 준코 쪽이 좀 더 하드코어하긴 하지만.

미미여사의 글을 미리 읽어본 사람이어야 이 소설에 만족을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무리에서 크게 허무함을 느낄 듯. 여사님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모방범 이후의 소설들에는 전 만족을 할 수가 없습니다. 사회파라는 태생을 버리지는 못하면서 소재의 다양성은 추구하는 괴리감은 다양한 즐거움의 제공이라는 측면에서는 다행한 일입니다마는 어중간한 수준에서 멈추게 되는 아쉬움도 분명히 있지요. 근데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외딴집이나 괴이 같은 시대극은 아직 안 읽어봐서 별 설득력은 없을 듯. 미야베월드 시즌2니 뭐니는 알지도 못하고. 저는 모방범의 팬이지 여사님의 팬은 아직 아닌가봐요.

 


덧글

  • ^ ^ 2010/01/29 00:15 # 삭제 답글

    저도 모방범을 읽고 나서 여사님 팬이 되었는데 ㅋㅋ
    저도 그 후에 읽고 나서 딱히 와닿는 책이 없었던 ㅜ ㅜ
    그래도 지금 꾸준히 다 찾아서 읽고 있습니다 ㅋㅋ
    판타지소설은 아예 찾을 생각도 안하고 있고.. 미야베월드 2는.. 읽다가 거부감이 들어서;
    히가시노 씨는 질리지 않고 꾸준히 본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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