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없는 아침 -미국

원제는 No time  for goodbye입니다. 작별할 시간이 없네, 인데 무척이나 책의 내용과 맞아떨어집니다. 하지만 이별 없는 아침도

은근한 맛이 느껴지는 게 나쁘진 않네요.

책의 내용은 띠지에 적힌 문구 그대로입니다. 사춘기 전력질주 중이던 신시아 빅은 동네 불량아랑 술을 벌컥벌컥 마시며 시시덕대다가

아버지한테 잡혀서 집으로 끌려오게 됩니다. 아버지가 화를 내며 설교를 하자 감성이 생각을 앞서는 시기답게 다 죽었으면 좋겠어!

라고 외치고는 방에 쳐박혀 잠이 듭니다. 전 이런 적 없지만 저희 누나가 자주 이런 광경을 보여줘서 무척 익숙한데 책으로 보니 반갑더군요.

자다 일어나서 어제의 한바탕 난리법석을 기억해내고 민망한 마음으로 마루에 가보니 어머나 세상에! 가족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에 오빠까지 밤 사이에 싹 사라진 것이지요. 이게 대체 뭔 일이야? 싶지만 가족들의 행방은 전혀 알지 못한 채

25년이 지나갑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한 통의 전화, 가족들은 너를 용서합니다. 라고만 말하고 끊긴 그 전화.

뭔가 굉장할 것만 같습니다. 어느 순간 딸 하나만 남기고 흔적 하나 없이 사라진 가족이라니. 이게 X-파일이면 외계인의 소행이라고

불러도 전혀 이상할 게 없습니다. 단 하룻밤 사이에 세 명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진다니 굉장한 음모의 냄새가 납니다. 무지무지한

배경이 끔찍한 비밀을 숨긴 채 저지른 악행 같습니다. 게다가 신시아의 아버지 클레이턴 빅은 세상에나! 사회보장번호도 없고 운전면허증도

없었습니다. 사회적으로 공적으로 전혀 존재하지 않는 인간인 것입니다. 그것도 모자라 신시아와 신시아의 가족을 감시하는 정체불명의

괴한까지 나타납니다. 프레드릭 포사이드 소설이었다면 이쯤에서 쟈칼이 나와도 될 법할 지경입니다. FBI, CIA, 인터폴, NASA
 
무슨 기관이건 다 등장해도 될 법한 스케일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모자라 이야기가 전개되는 와중에 신사아가 사실은 미쳐서 스스로

저지른 일이 아닐까 싶은 늬앙스까지 풍깁니다. 순식간에 포사이드에서 스티븐킹으로 느낌이 바뀝니다. 신시아가 바나나 알맹이는

버리고 껍질만 먹어도 하나 이상할 게 없을 것만 같습니다. 기가 막히게도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서 신나게 롤러코스터를 타는 기분입니다.

이 현란한 이야기의 이동은 대체 어떻게 막을 내릴지 기대가 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끝의 끝에서 모든 비밀이 풀리는 순간...

사실 평범했다는 게 밝혀집니다. 음모도 외계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더 무섭고 더 재밌어요! FBI도 CIA도 쟈칼도 없는데,

베일을 벗기니 그냥 보통 경찰관에 보통 불량배에 보통 교사에 보통 아르바이트 뛰는 주부에 보통 미치광이만 남았는데 그 사실이

훌륭합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외계인의 침입이나 세계적인 음모보다는 옆집 사는 미친 놈이 훨씬 무섭기 마련이거든요.

작가의 신나는 쥐고 흔들기에 실컷 뒤흔들리고 난 뒤 남은 소박한 결말에 허망할 수도 있습니다. 극중 주인공처럼 뭐야, 이 아빠 바보네!

로 감상을 마무리지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읽는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마무리가 아주 시원하고

깔끔하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기대보다 훨씬 괜찮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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