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딸기타르트 사건 -일본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을 '인사이트 밀'로 시작하다보니, 또한 인사이트 밀에 그다지 큰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보니 작가의 다른 소설을

읽을 때마다 '아니, 왜 이렇게 재밌지?' 싶은 마음이 계속 듭니다. 이건 좋아해야하는 일일까요...?

'추상오단장'이나 '덧없는 양들의 축연'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소설인 줄도 모르고 읽었지만 상당히 취향에 맞았고 '개는 어디에'는

완벽히 마음에 쏙 들어서 순식간에 제 마음 속의 요네자와주(株)는 상한가를 쳤습니다. 그러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등의 '소시민 시리즈'나

최근 애니메이션화가 진행 중이라는 '빙과'를 비롯한 '고전부 시리즈'는 작가가 본격 미스터리의 길로 접어들기 이전의 작품들이라는

말에 약간 걱정을 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을 읽은 지금 그건 한갓 기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아야츠지 유키토'도 그렇고 좋아하는 작가 분들의 소설이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경우가 많네요. 개인적으로는 아주 반길만한

상황입니다. 제가 책을 빌려 읽는 처지라 작가 분들의 재정 상황에 도움이 못되니 저 없어도 부자가 되는 모습을 부디 보고싶네요...

잘 나가는 작가들이니 사실 괜한 걱정이겠지만요. 그리고 '봄철~사건'이 아주 마음에 들어서 이미 일본에서는 발매가 되었다는 '가을철~'이

언제 나오려나 찾아봤지만 그런 예정은 없네요... 인기가 없었나? 하긴 표지만 봐서는 인기가 없을 법도 합니다만. 저 역시 처음 봤을 땐

흠칫 했으니까요... 애니메이션화가 된다는 '빙과'를 비롯한 '고전부 시리즈' 또한 찾아보니 국내에 판권이 이미 들어왔다고 하는데

(
http://read.userstorybook.net/go/114) 발매 예정은 역시나 찾아볼 수가 없네요. 애니메이션화가 되는 지금이 바로 타이밍 같은데!

아무튼 부디 요네자와 호노부 작가의 소설이 잔뜩 국내에 발매되길 기대합니다.


'봄철~사건'은 소시민적인 삶을 꿈꾸는 주인공 '고바토'와 여주인공 '오사나이'가 학교 안팎에서 겪는 소소한 사건의 해결집입니다.

다섯 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사람이 죽거나 하는 심각한 범죄가 아닌 가방이나 자전거, 한정판 딸기 타르트 도난 사건 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딸기 타르트 사진이나 하나.

아, 범죄를 저지르게 만드는 비주얼이군요. 정작 소설에서는 일종의 콜렉트럴 데미지 취급을 당합니다만...

본디 추리력이 뛰어나고 그 이상으로 나서길 즐겼던 고바토는 중학교 때의 어떤 사건 - 본편에서는 나오지 않습니다 - 을 계기로 자신의

무능력함을 깨닫고 고등학교에 진학함과 동시에 추리를 포기하며 눈에 띄지 않는 소시민적인 삶을 지향하려고 합니다. 오사나이 역시

과거의 - 역시 본편에서는 나오지 않는 - 알 수 없는 이유로 늑대같이 표독하게 상대를 때려눕히는 본성을 숨기고 학생A로 살고자 합니다.

이에 뜻이 맞은 두 사람은 서로를 핑계삼아 눈에 띄지 않게 살아가자고 다짐을 하는데... 1권에서만 사건을 다섯 개나 해결하니 소시민적인

삶은 멀고도 험해보입니다. 딸기 타르트와 자전거 도난, 코코아 맛있게 타기 같이 경범죄나 혹은 범죄조차 아닌 사건들을 해결하지만

시시하지 않고 작가의 역량이 느껴지는 아기자기한 맛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캐릭터성도 뛰어나고 템포도 좋아 가볍게 즐기기에

아주 좋은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제가 보고 싶었던 라이트노벨이 바로 이런 것이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최근까지 꽤나 많은 라이트노벨을 읽었습니다만

감상문을 잘 쓰지 않은 건 2권을 읽고 싶게 만드는 소설이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개중에는 상당히 흥미로운 것들도 있었습니다만

많은 소설들은 가벼운 즐거움을 제공한다기보단 리비도를 자극하는 클리셰로 이루어진 복제품들의 형상을 띄고 있었지요. 꽤 읽었다고는

하나 아직 서른 권 정도에 머뭅니다만 양작을 고르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다고 여겨졌습니다. 그러니 빨리 '가을철 밤범벅 사건'이랑

'고전부 시리즈'를 내주세요. 현기증난단 말이에요~

참고로 이건 만화판 소시민 시리즈의 이미지입니다. 옆의 일본어는 '춘기한정 이치고 타르트 사건'.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이란 말이지요.
그리고 이건 일본 문고판 표지입니다. ...적어도 책장에서 뽑은 뒤 흠칫하지는 않을 거 같네요.

덧글

  • 두억시니 2012/10/27 11:58 # 삭제 답글

    빙과 때문에 요네자와 호노부에 푹 빠졌습니다. 정발번역본 중 소시민 씨리즈만 못봤는데 살까말까 고민했는데 포스트 보니 알라딘 중고라도 구매해야겠습니다(절판되어서 새책은 찾기힘들더군요)
  • 정윤성 2012/10/27 13:13 #

    절판이 됐군요. 하긴 저도 중고서점에서 샀었지요.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 LionHeart 2016/06/14 00:08 # 답글

    최근 엘릭시르 판으로 출판된 것을 읽었습니다. 정윤성님께서 흠칫하신 표지와 달리 이쪽은 귀엽네요. 제목에 '사건'이라는 단어가 없다면 추리소설인지도 몰랐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말씀하신대로 리비도를 자극하거나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은 없는 반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글로 기분 좋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에필로그에서 물벼락을 맞고 조용히 커플 뒤를 따라가는 오사나이의 모습이었습니다. 조그만데 무섭다니 뭐지 이 갭모에는?이란 생각이...
    고전부 시리즈와 같이 소시민 시리즈도 계속 출판해주면 좋겠습니다 ^^
  • 정윤성 2016/06/14 19:00 #

    저도 엘릭시르 판으로 다시 읽고 싶어요. 4년 넘게 지난 뒤 LionHeart님의 덧글 덕분에 웅진 노블마인판 표지를 다시 보니 생각보단 요상하지 않아서 자신의 성장을 깨닫게 되네요. 그래도 이상해보이긴 합니다만. 하하하하하.
    편하게 읽기 좋으면서도 추리소설의 즐거움도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소시민 시리즈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오사나이는 귀여운 외모 뒤에 숨겨진 표독함과 표독함 뒤에 또 숨겨진 귀여움이 파이처럼 층층이 겹친 점이 매력이지요. 코바토는 중독자처럼 스스로에게 변명을 하며 추리를 하는 모습이 한심해보여서 참 매력적이고요... 음?
    엘릭시르니까 가을 한정 쿠리킨톤까지 출간해주리라 믿습니다. 시간의 딸을 내준 뒤부터 제 안에서 엘릭시르는 그저 믿고 따르는 출판사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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