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가든 - 이걸로 무라노 미로 시리즈 완독 -일본


'기리노 나쓰오'는 다루는 소재와 이야기의 전개 과정에 있어 상당히 제약이 없는 작가입니다. 특히나 여성이 한을 품으면 대체 어디까지

무서워질 수 있는지 그려내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할 수 있지요. 작가의 여성 캐릭터들은 대부분이 모럴하지 않은 방향이긴

하지만 엄청나게 강렬한데 그 선두에 단연 '무라노 미로'를 둘 수 있습니다. '물의 잠, 재의 꿈'까지 치면 무라노 미로 시리즈는 다섯 작품이나

되어 기리노 나쓰오라는 작가에 있어 가장 내세울 법한 시리즈의 주인공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녀 자체가 굉장히 무섭고 동시에

매력적인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여탐정 무라노 미로가 등장하는 시리즈는 순서대로 '얼굴에 흩날리는 비 - 이때 얼떨결에 탐정일을 시작 -',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물의 잠, 재의 꿈 - 무라노 미로의 아버지 무라노 젠조가 주인공 -' , '로즈 가든 - 단편집 -', '다크 - 국내에는 이게 제일 먼저 들어옴 -'

이 있습니다. 서른 두 살의 이혼녀로 양아버지가 하던 탐정일 - 젠조가 하는 일은 정확히는 야쿠자의 조사원이지만 - 을 어쩌다보니

물려받아 하게 되지만 그 후의 행보는 말 그대로 가시밭길입니다. 먼저 '다크'를 읽고 나머지를 읽어서인지 열심히 움직이는 무라노

미로를 보는 마음이 너무 아파요...


'로즈 가든'은 네 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로즈 가든', '표류하는 영혼', '혼자 두지 말아요', '사랑의 터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로즈 가든은 자살한 미로의 남편 히로오가 미로와 만나 결혼하는 과정을 히로오의 시점에서 그리고 있지요. 어릴 때부터 무시무시한

여자로 자랄 것을 예고하는 듯한 미로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표류하는 영혼은 미로가 사는 맨션에서 일어난 귀신 소동을 해결하는

내용으로 이렇게 귀신 소동이라고 적어놓으니 어쩐지 아기자기한 내용일 것 같지만 그딴 건 이 작가에게 있을 수가 없지요... 혼자 두지

말아요, 와 사랑의 터널은 일그러진 삶을 타의로, 혹은 자의로 살던 여성들이 사랑을 대하고 사랑을 겪는 이야기입니다. 사랑에 빠진

여성이 아름다운 소설은 넘쳐나지만 절실하거나 절박하여 두려운 존재가 되는 소설은 찾기 힘들지요. 하지만 여성과 사랑은 물론,

세상 그 자체가 어디 그렇게 만만한 것이겠습니까? 사랑한다고 말하며 목숨을 다 줄 듯 구는 남자는 거짓말쟁이이고 부모가 천사라고

믿고 있는 여자는 남자들을 조작하여 자신의 성을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사랑은 질투를 낳고 질투는 주위로 파편처럼 튀어 사람들을

공격하지요. 감정은 과열되고 내외부에서 장렬한 폭발을 일으킵니다. 그게 바로 기리노 나쓰오가 가장 잘 다루는 이야기이지요.

그리고 로즈 가든에는 짧지만 작가의 특기가 가득 들어있습니다. 매력적인 소설이에요.


그나저나 서대문 도서관 1층 전시실 - 이라지만 딱히 따로 전시 공간이 있는 건 아니고 로비에 전시물을 놔둔 거지만 - 에는 언제나

어린 애들의 그림이나 서예 작품, 미술품들이 있었는데 며칠 전 가보니 북한의 남침 역사가 보드로 쭉 늘어서 있더군요. 과연 선거가

다가오고 있다는 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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