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미국


저자인 '레이 브레드버리'는 SF소설 계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거장으로 유명하지요. 안타깝게도 얼마 전(6월 5일) 타계하셔서

안타까움이 더합니다. 유명한 작품으로는 '화성 연대기', '화씨 451', '민들레 와인' 등이 있는데... 하나도 안 읽어봤습니다... 그래서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을 집었을 때도 책 뒤에 적힌 '화성 연대기, 화씨 451 등 세계 SF의 살아있는 전설 레이 브레드버리의 대표적인

단편집!' 이라는 문구를 보고도 그저 응? 이라고 반응할 수 밖에 없었지요. 저는 넓지만 굉장히 얇은 지식을 소유한 타입의 인간인지라

'유명한 미술품 ○○○'이러면 '아, 그거 본 적은 없지만 이름은 들었어.'라고 반응하고 '유명한 음악 ○○○'이러면 '아, 그거 들은 적은

없지만 제목은 알아.'라고 반응하며 '유명한 도시 ○○○'이러면 '아, 거기 어디있는지는 모르지만 들어는 봤어.' 같이 어지간한 것은

전부 혀로 겉만 핥았는데 SF만큼은 핥지도 못했을 정도로 무지합니다. SF소설 자체를 피해가는 경향도 좀 있고요. 그래도 이 소설은

소개만 읽어도 굉장히 흥미가 돋더군요. 전신에 문신을 한 남자와 노숙을 하는데 문신이 살아 움직이며 미래 이야기를 보여준다니,

정말이지 끝내주는 설정이라 아니할 수가 없습니다. 뭐, 처음엔 '클라이브 바커'의 '피의 책'이 연상되긴 했지만요. 근데 피의 책은

피부를 뜯어서 책을 썼었던 건지 그냥 몸에 적고 피부를 어찌저찌했던 건지 기억이 안 나네... 사실 기억해내고 싶지 않기도 하고...


일러스트레이티드 맨은 의문의 남자와 만난 주인공이 그와 함께 노숙을 하며 그의 몸에 그려진 살아움직이는 문신이 하는 이야기들을

보고 듣는 이야기입니다. 프롤로그 부분에서 남자와 만난 주인공은 그와 함께 드러누워 잠을 청하는데 문신이 그에게 말을 걸지요.

그 후 문신은 열여덟 가지의 다양한 이야기를 주인공에게 보여주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의문의 남자에게 목이 졸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그 광경을 보자마자 급히 그 자리에서 도망치지만...


단편들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지만 사회와 인간성에 대한 문제 의식이 가득 담겨 있어 더욱 훌륭합니다. 세대 간의 갈등이나

기술만이 지나치게 발전하고 인성에 대한 고뇌가 늦어져 생기는 괴리, 극단적인 인종 차별이 가져온 결과에 대한 상상력에 더해 창작을

가로막는 검열에 관한 이야기와 이미 일어나 있는 전쟁에 휘말리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는 사람들의 행동, 텔레비전과 영화에 중독된

사람들, 신앙과 맹신의 이야기 같이 레이 브래드버리가 이 단편들을 쓸 당시의 미국의 상황에 대한 풍자는 물론이고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또한 쉬이 웃으며 볼 수 없는 깊은 통찰력이 잔뜩 담겨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면서 이 단편들을 읽었을 때 단 한 번이라도

움찔하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면 그게 더 위험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반백년이 넘게 지난 세월이 무색한 이야기들의 완성도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런데 단편집이다보니 재밌다, 재밌다는 말 외에 딱히 쓸 게 없네... 열여덟 개의 이야기들을 전부 짧게 언급하자니 그러면

더 이상 짧지 않을 거고 몇 개만 '이게 개중 제일 재밌었습니다!'라고 꼽기에는 단편들의 완성도가 모두 뛰어나 저의 저급한 안목을

기준으로 몇 개만 고른다는 게 나쁜 짓 같고... 음... 역시 재밌다는 것 외에는 딱히 할 말이 없네요. 그리고 저 역시 다른 장편들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입장이긴 하지만 짧고 흡입력이 있으며 문제 의식도 풍부하고 무엇보다 재밌는 이 단편집이 레이 브래드버리라는
 
작가의 입문서로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추천!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