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TH 리스트 컷 사건 -일본


포스팅을 하려고 구글 이미지에서 goth를 치니까 나온 사진들... 무서워! 마음이 꺾일 것 같아! 밤에 이런 사람 만나면 울 거야!



'오츠이치'의 대표작 중 하나인 'GOTH'를 이제야 읽었습니다. 부산에서 살 때 도서관에서 빌릴 기회가 한 번 있었는데 잠깐 미적대는

사이에 GOTH가 놀랍게도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지요. 당연히 도서관에서도 퇴출이 되어 빌릴 수도 없었습니다. 읽지 않아도 딱히

아쉬울 건 없다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읽지 않는 것과 읽지 못하는 건 차이가 꽤 컸던지 심심해서 신촌 알라딘 중고서적 홈페이지에서

'오츠이치'를 검색하다가 GOTH가 있는 걸 보고 덜컥 사버렸습니다. 가격은 양심적이고 합리적인 4900원. 상태도 아주 좋아서 대만족!

...하지만 원래는 무서운 소설 같은 걸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판매금지가 역으로 저의 구매의지를 불태운 셈. 역시 특정도서의
 
판매금지 같은 건 역효과가 잔뜩 날 뿐이지요. 소설도 그렇지만 무서운 영화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소설은 '슬리피 할로우의 전설' 같은

고딕 호러 정도까지가 취향에 들고 영화는 '데드얼라이브'나 '이블데드' 같이 무서운 동시에 웃기기도 해야 볼 마음이 들지 그냥 막

무섭기만 한 건 싫네요. 데드얼라이브를 떠올리려고 하니 왜인지 기억에 남는 건 '역왕 리키오'에서의 '내장으로 목조르기' 밖에 없긴

하지만. 대체 난 왜 그런 영화를 본 것인가.


GOTH의 주인공인 '나'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자신의 본색을 숨기며 지내지만 유일하게 같은 반의

여자아이 '모리노 요루'에게만은 감추지 않습니다. '모리노' 또한 고스족이라고 불리는 죽음을 탐닉하는 취향을 가진 아이로 둘은

정상인이라는 상궤를 벗어나 살아가고 있습니다. 차이라고는 단지 모리노는 과거의 사건에 발목이 잡혀 있을 뿐 본디 평범하다는

것이고 '나'는 처음부터 뒤틀렸다는 것 뿐입니다. 모리노는 '나'와 같은 이상자(異常者)를 불러들이는 묘한 페로몬이 있는 듯하여

늘 기괴한 사건에 휘말립니다. 잔인하게 소녀를 절단하는 살인범이 남긴 수첩을 우연히 줍는다거나, 패티시즘에 손몬만 절단하는

범인에게 주목을 받는다거나, 인체를 레고처럼 토막토막 나누는 살인범이 다음 타깃으로 삼으려 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하지만 '나'

역시 모리노에게 관심을 가진 터라 이러한 다른 사이코패스의 접근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습니다. 좁은 마을 안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버글버글한 사이코패스들이 벌인 사건 현장에 가서 묘한 대리만족을 느끼며 '나'는 모리노를 방아쇠로 어느새 몇 번이고 사건에

관여를 하게 됩니다.


GOTH에 나오는 사이코패스들은 다들 처음부터 정신줄을 놓고 태어나 어떻게든 평범한 정신줄을 잡고 싶어하지만 그게 잘 안되는

사람들입니다. 저도 가끔 '내가 너무 냉정한 게 아닌가, 너무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기는 하지만 슬픈 영화를 보면서

꼴사납게 징징 울 때면 '아, 나의 감수성은 칠칠맞긴 해도 풍부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지요. ...부끄럽다. 그렇기에 날 때부터 공감

능력이 없다면 그건 사회적 제재와 격리의 대상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 되지요. 하지만 이걸 정신병의 영역에서 본다면 선천적

장애인이니 치료가 필요하지 차별이 필요한 건 아니고... 하지만 치료가 과연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으니 문제가 참 큽니다. 또한

이게 과학적으로 '너님 사이코패스 100%. 아주 그냥 덴저러스한 인간임.' 이렇게 판정할 과학적인 근거가 확실한가 라는 원천적인

문제도 있고 사이코패스이긴 하지만 범죄는 저지르지 않았다면 그걸 일반인으로 봐야하는가 아니면 불발탄으로 봐야하는가의 문제도

있으며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면 애초에 판정을 할 이유가 없으니 양 떼들 사이의 늑대가 있다는 걸 그냥 묵인해야 하는가의 문제도

있고 그렇다고 초등학교 입학 전에 사이코패스 테스트를 실시할 수도 없고 굳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더라도 범죄를 저지르는 인간이

망태로 쓸어담듯이 많다는 것 또한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 아아, 사이코패스란 정말이지 곤란하네요. 사실 GOTH의 사이코패스들은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기에 나름대로 양반(?)인데 '배드시드' 같은 건 이제 막 걸음마 뗀 어린 애가 신나게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는 이야기라서 더욱 선별의 필요성이 느껴지지만 과연 이 선별이라는 게 객관적으로 작용할 수나 있는지도 의문이니

...에이, 생각하기도 싫어졌다. 그러니 범죄를 저지르는 건 나쁜 일입니다. 저처럼 바퀴벌레 하나 못 잡는 인간만 있다면 얼마나 좋...

바퀴벌레에게만 좋겠네요. 제가 이모네 집에서 발이 많이 달린 지네 친구 같은 벌레를 보고 기겁하며 도망치자 이모가 웃으며 '너

그러다가 결혼해서 마누라가 벌레 잡아달라면 어떻게 할래?' 라고 하셔서 '벌레 잘 잡는 여자랑 결혼할 거에요.' 라고 대답한 뒤부터

저의 이상형은 벌레를 잘 잡는 분입니다. 모기보다 큰 건 무서워서 못 잡겠어... 하지만 생물의 크기가 곧 혐오감의 크기가 된다는

건 뭔가 잘못 된 것도 같은데... 게다가 이미 GOTH와 전혀 관계없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것도 뭔가 잘못 된 것 같은데...

주인공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지만 모리노는 좀 귀엽더군요. 개를 대하는 태도도 그렇고 능청스럽다가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게

아주 재미있었습니다. 실제로 주위에 있다면 그저 피곤할 것 같지만... GOTH는 연작 단편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하나같이 제법

읽을 만합니다. 단편들의 배치도 나쁘지 않고 마지막 단편에서 넣은 반전도 장치를 적게 써서 괜찮은 효과를 얻었다는 점이 평가받을

만하다고 여겨집니다. 추리의 요소도 심심치 않게 섞여 있고 분위기도 좋아 읽어볼 만한 소설이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잔인한데다

미성년자가 사람을 죽이고 다니니 판매금지를 먹이고 싶은 그 마음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지만... 나쁜 소설이 아니고 소재에 비한다면

건전하고 건설적인 축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나치게 운명론적인 부분만 제외한다면 단점을 찾기 힘들고 장점은 많은

소설이니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 미성년자는 제외. 여담입니다만 GOTH를 사러 갔더니 진열을 해놓지 않고 따로 둬서 직원 분께 부탁해야

찾을 수 있더군요. 신촌 알라딘 중고서적에서는 19세 미만 서적들은 다 따로 분류해두는 것 같습니다. 직원 분께서 책을 가져오며

제게 신분증을 제시하라기에 '원칙은 이해하지만 좀 무리수 아닌가요.'라고 하니 웃으며 원칙은 원칙이니까요, 라고 대답하시더군요.

훌륭한 마음가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나저나 언제부터인가 어딜가도 나한테 나이를 묻지 않고 있어... 으윽, 이 지긋지긋한 세월이

드디어 내 얼굴에까지 침투했군! 정신에나 좀 침투할 것이지! 전신만신 다 나이가 들었는데 철만 안 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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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SilverRuin 2012/07/06 21:20 # 답글

    글 재밌게 쓰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ㅎㅎ
  • 정윤성 2012/07/06 22:04 #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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