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띠모 젤라또 음식


적당하게 브랜드 로고로 시작.


신촌 현대백화점 상품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딱히 쓸 곳이 없더군요. 당장 평일에는 제가 집에 오는 것보다 백화점이 먼저 문을 닫고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가기가 무섭고... 쁘띠한 대인기피... 까지는 아니고 넘치는 소비에의 열기를 감당하기가 힘들다고 할까요.

기본적으로 돈은 '쓰면 큰일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백화점같이 무서운 가격이 붙은 곳에 가면 머리가 어지러워지지요.

그래도 상품권은 놔둬봐야 아무짝에 쓸모도 없으니 일단 쓰기 위해 가봤습니다. 만원짜리 세 장이라 마우스나 하나 살까 싶어 가전

제품을 파는 층까지 올라갔는데 종류가 너무 적어서 마음에 드는 게 없더군요. 키보드는 더 적고. 그래서 그냥 식재료나 사자 싶어

식품관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비싸... 마트보다 전부 다 비싸요. 수박도 비싸고 참외도 비싸고 무화과 잼도 비싸고 쌀도 비싸.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과연 비싼 수박을 사고 상품권을 내는 것과 싼 수박을 사고 현금을 내는 것 그 둘 사이에 어느 것이 더 이익이

될 것인가. 식품관 과일 코너 앞에서 10분 넘게 고개를 숙이고 수박을 노려본 이상한 남자를 혹여 보셨다면 그거 접니다. 긴 고민 끝에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는 걸 사는 것이 결과적으로 가장 이익이 되리라 답을 내리고 수박 앞을 떠났습니다. 암말 안 하고 수박을 노려보던

남자 옆에서 당황하셨던 직원 분께 좀 죄송하긴 했지만. 그래서 백화점에 입점한 가게로 발길을 돌렸는데 거기서 '구스띠모'라는 아이스크림

가게를 보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아, 서론이 진짜 길었다.


구스띠모에 가서 놀란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310그램 사이즈에 염치없게도 '그란데'라는 명칭을 붙여놓고 만원에 팔더군요! 대체 310그램의

어디가 '그란데'하다는 건데? 그래도 만원짜리 상품권으로 사기에는 딱 맞아떨어져 편하긴 하니 그걸 달라고 했습니다. 맛은 아이스크림의

왕도인 '딸기, 초콜렛, 녹차'로. 바닐라 맛이 좀 억울해할 것 같긴 하지만 제가 좋아하질 않다보니. 녹차 맛 아이스크림은 대체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정말 천재같아요. 완전 맛있어! 아무튼 사진은 녹지 말라고 스티로폼 옷을 입혀놓은 상태. 포장이 대단히 철저하여

인상적입니다.


뚜껑을 따니 나오는 자칭 '그란데' 사이즈의 모습. 센스가 없어서 비교 대상을 같이 찍어놓질 않았는데 대충 폭은 커피전문점의 그란데

사이즈 커피 크기보다 조금 더 작습니다.


옷을 홀랑 다 벗기고 또 한 장. 키는 자판기 커피랑 비슷한 수준. 아무튼 310그램입니다. 파신 분께서 '322그램 넣었어요~'라고 하셔서

처음에는 '그깟 12그램 따위!'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그램 당 약 32원, 12그램이면 약 400원! 400원 어치나 더 주다니... 고맙잖아...

참고로 베스킨라빈스31의 쿼터 사이즈 620그램의 가격은 11700원입니다. 구스띠모가 두 배 가까이 비싸잖아... 아, 내가 이걸 샀다는
 
사실 자체가 믿기질 않아... 갑자기 머리가 아프다...


아리따운 자태. 녹차, 딸기, 초콜렛 맛입니다. 아, 좀 맛있어보이게 찍은 거 같다. 후후, 점점 음식블로거로의 완성에 가까워지는 기분.

맛은... 엄청 맛있습니다... 맛있어서 기쁘기도 한데 뭔가 억울하기도 하고... 맛까지 없었으면 욕을 바리바리 바가지로 퍼부었을건데

맛있어요... 초콜렛은 맛이 짙고 달아서 초콜렛 아이스크림에게 기대할 만한 딱 그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딸기는 샤베트 같은

느낌이 나면서도 향과 맛이 진해서 아주 좋았고요. 녹차는 놀랍게도 쓴맛이 상당히 강합니다. 달고 쓰다는 모순적인 맛이 나는데 그게

꽤 좋더군요. 하겐다즈 녹차 맛을 자주 먹었는데 그쪽은 단 맛을 베이스로 쓴 맛이 퍼지는 느낌이라면 이쪽은 쓴 맛이 기본이고 그 위에

단 맛이 스며드는 느낌이더군요. 색다르고 동시에 꽤 맛있었습니다.

맛있어서 슬프기도 하네요... 상품권을 또 받지 않는 이상 사먹을 기회가 다시 올 거 같지 않으니까요... 아, 싸고 맛있으면 그저 좋지만

비싸고 맛있으면 이리도 복합적인 감정의 폭풍에 휘둘리게 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이리도 열심히 돈을 버는 거구나, 싶기도 하네요.

나도 열심히 벌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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