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코 -미국


'마이클 코넬리'는 미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미스터리 작가 중 하나입니다. 미국이 워낙 커다란 나라고 출판 시장도 큰 편이라 어지간히

많이 팔지 않는 이상 잘 나가는 작가라고 부르기 힘든데 마이클 코넬리는 정말로 잘 팔리고 잘 나가는 유명한 작가입니다. 하긴, 많이

팔렸으니까 국내에까지 번역되어 들어온 것이겠지요. 그렇게보면 국내에 소개된 외국 작가들은 참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그럼에도

말도 안 되게 재미없는 소설 또한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는 건 좀 웃긴 일이지만요. 마이클 코넬리의 유명함을 잘 설명해주는 일례도

있지요. 제가 학교에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를 읽고 있는데 후배가 책을 슬쩍 들어올리더니 - 꼭 있지요. 누가 책을 읽고 있으면

책을 슬쩍 들어올려서 제목이랑 작가를 확인하는 사람. 방해를 받는 기분이라 별로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 작가 이름을 보고 뭔가

기억을 뒤지는 표정을 짓더군요.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이름이라는 겁니다. 독서 자체랑 크게 인연을 맺지 않는 후배라 마이클 코넬리를

들어 보기라도 했다는 게 좀 이상했는데 의문은 금방 풀렸습니다. 후배가 보는 드라마 '캐슬'에 우정출연을 했다더군요. '캐슬'은

대단히 유명한 범죄소설 작가인 캐슬이 여형사와 협력해서 범죄를 해결한다는 내용의 드라마라는데 캐슬의 친구이자 동급의 유명

작가로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이 출연했다는 것입니다. 추리물 형식의 드라마라 시청층이 고정되어 있긴 하겠지만 그렇더라도

시청자들이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작가이기에 마이클 코넬리와 데니스 루헤인이 출연한 것이겠지요. 완결이 나지 않았다고 해서 

기다리고는 있지만 캐슬에서 해당 에피소드를 꼭 한 번 보고 싶긴 합니다.


드라마 캐슬에 나온 마이클 코넬리의 모습. 이마가 참 넓네요.


'블랙 에코'는 마이클 코넬리의 대표 시리즈인 '해리 보슈 시리즈'의 첫 작품이자 마이클 코넬리의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뉴욕 시경의

유능한 형사 '해리 보슈'는 이전 '인형사 사건'을 해결하는 도중 범인을 사살한 것 때문에 헐리우드의 경찰서로 좌천됩니다. 어느 날

911에 사람이 죽었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오고 신고 내용에 따라 출동한 경찰은 파이프 속에서 죽은 남자 한 명을 발견합니다. 죽은

남자는 어딜봐도 마약을 지나치게 투약하다가 사망한 모양새였지만 보슈는 그가 살해당했다는 사실을 알아냅니다. 게다가 죽은 남자가

보슈와 같이 베트남전에서 땅굴쥐로 복무하던 '메도우스'라는 것도 알게됩니다. 베트콩들이 판 땅굴을 폭파하는 임무를 전담했던

땅굴쥐였던 보슈와 메도우스는 이미 전우애라는 이름이 희미해질 정도로 긴 세월이 흘렀으나 보슈는 일종의 책임감을 느끼며 사건을

파헤칩니다. 그리고 메도우스가 땅굴을 통해 은행을 턴 강도 중 하나라고 확신하지요. 보슈는 FBI가 은행 강도 사건을 전담했다는

것을 알고 FBI 요원 '엘레노어 위시'와 함께 은행 강도 사건 및 메도우스의 죽음을 추적합니다. 보슈는 외압에 시달리면서도 사건에

더욱 큰 음모가 숨겨져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사실 제가 유명 작가의 데뷔작을 읽는 이유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넘쳐서 그 작가가 쓴 책을 전부 다 읽고 싶다는 욕구 때문도 있지만

주된 이유는 유명 작가라고 해도 데뷔작은 별로겠지...! 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은 게 더 큽니다. 지금 당신은 이다지도 잘 나가고 글도

엄청나게 잘 쓰지만 막 데뷔한 애송이 시절이 있었을 거야... 난 그걸 봐야겠어... 같은 마음이지요. 작가가 실력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 뭐랄까 안심이 된다고 할까요,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본인의 노력이 있었다는 걸 확인되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해야 할까요... 대체 왜인지는 스스로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확인을 하고 싶어지더라고요. 뭐, 그 와중에 실력이 아예 늘지 않는 작가나

실력이 퇴보하는 작가도 있단 사실을 알게 되었지만요. 그런 걸 보면 글쓰기라는 게 참 심오해요. 글솜씨라는 게 게임의 경험치 마냥

그저 쓴다고 늘어나는 게 아니고 되려 줄어들기까지 하는 걸 보면 세상이 간단하지 않다는 게 느껴지지요. 나란 인간은 무지무지

간단한데 세상은 왜 이리도 복잡한지. 정말이지 귀찮게스리... 흠흠.

블랙 에코는 작가의 데뷔작이지만 제법 뛰어난 완성도를 자랑합니다. 기자라는 전직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리라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본인의 재능이 뛰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지요. 주인공인 해리 보슈는 인간미가 있는 매력적인 인물이고 사건의 흐름도

지루하지 않게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단순할 수 있는 사건의 전개도 내사과라는 존재를 두어 다각적으로 만든 솜씨가 꽤 괜찮습니다.

사건과 인물이 베트남전과 적절히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요소이며 잠깐잠깐 등장하는 미술작품의 이야기는 인물에 깊이를

더합니다.


'에드워드 호퍼'의 '나이트호크'. 주인공인 해리 보슈와 엘레노어 위시 두 사람이 모두 공감을 가지는 그림입니다. 둘 모두 자신이

그림 속 홀로 떨어져 앉은 남자와 비슷하다고 여기고 있지요. 둘 모두 고독한 인물임을 잘 나타내지요.


게다가 주인공인 해리 보슈의 풀네임은 '히에로니머스 보슈'로 네덜란드의 화가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지옥화가로 유명한

'히에로니무스 보슈'는 기상천외한 그림을 통해 엄격한 도덕률을 드러냈다고 하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미술은 너무 어려워요...

아무튼 주인공은 자신의 너무 거창한 이름 때문에 해리라고 불러주길 바라고 있지요. 심지어 해리 보슈의 파트너 '에드거'는 보슈가

본명의 스펠링을 불러주자 '세상에, 난 이걸 뭐라고 발음하는지도 모르겠어.' 라고 말하기까지 하지요...

세세한 요소와 큼직한 사건의 융합이 적절하게 이뤄지고 있는 마이클 코넬리의 소설 블랙 에코는 도저히 데뷔작이라고 보기 힘든

완성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음... 어쩐지 얄밉네요. 데뷔할 때부터 잘 났다니 얄밉긴 하지만 꽤 재미있는 소설이니 추천하고 싶네요.

다만 반전이 너무 약해서 예상 범위 내에 있다는 점이 좀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뭐, 반전에 큰 비중을 두고 있진 않지만 그래도 좀...

덧글

  • 細流 2012/11/15 21:38 # 답글

    앗, 저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다 싶었는데 역시 캐슬에 나왔던 그 작가로군요. 데니스 루헤인이 나왔던 것도 기억나네요!
    이 작가의 책은 아직 읽어 보지 않았는데 포스팅을 보니 굉장히 궁금해집니다. 기회 되면 꼭 읽어 봐야겠어요.^^
  • 정윤성 2012/11/16 01:25 #

    캐슬 보셨나보군요. 전 완결 안 난 드라마는 기다리기가 너무 감질이 나서 보는 걸 자제하는 중인데 캐슬은 막 보고 싶네요.^^;;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도 무척 재밌지요. 켄지&제나로 시리즈나 살인자들의 섬이 인상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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