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 다 좋은데... -일본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 '잠복'을 읽었습니다. 작가의 추리소설 데뷔작인 단편소설 '잠복'을 포함한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된

소설로 출판사 '모비딕'에서 낸 첫 번째 단편집입니다. 뒤표지의 설명을 보니 단편의 선정은 모비딕에서 한 게 아니라 '신쵸샤'에서 

6권 분량으로 펴낸 단편집을 그대로 번역하여 들여온 것으로 보입니다. 신쵸샤에서 낸 단편집은 문학 평론가 '히라노 겐'이라는 사람이

단편들을 골라 엮었다고 설명이 되어 있네요. 누군가가 선정하여 엮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 어쩐지 낯이 익은 광경인데요?


네,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을 담당했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가 그것이지요. '북스피어'에서 이전에 출간했던

단편집으로 이 이후에 모비딕과 북스피어가 함께 마쓰모토 세이초의 소설들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북스피어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은 제법 구성이 충실하지요. 단편마다 앞뒤로 미야베 미유키가 왜 이 소설을 택해서 수록했는지에 대한 이유나

감상 등이 적혀 있고 미야베 미유키 외에 다른 사람들의 감상들도 함께 수록되어 있어 작가에 대한 애정이 무척 빵빵하다는 인상입니다.

뭐, 여기까지는 다 좋은 일이지요. 신쵸샤의 세이초 단편 미스터리 걸작선을 낸 모비딕이나 미야베 미유키가 편집한 단편 컬렉션을

낸 북스피어나 결국 독자의 입장에서는 - 특히나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저 같은 독자 - 고맙기 그지 없을 뿐입니다만, 다 좋은데 딱

한 가지가 발에 걸린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건 유명 작가의 단편집을 낼 때 늘 겪게 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바로 수록된 단편이 중첩된다는 것입니다.

북스피어의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 상·중·하에 수록되었던 단편 중 모비딕의 단편집 잠복에도 수록된 소설은 세 편입니다.

바로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 년 반만 기다려', 그리고 '카르네아데스의 널' - 북스피어의 단편 컬렉션에서는 '카르네아데스의

판자'로 번역되었습니다. - 이 그것입니다. 8편 중 3편이 이미 읽은 것이라는 건 좀 슬프지요.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정도라면 그저

슬픈 정도지만 만약 돈을 주고 사는 경우라면 그건 좀 아프겠지요. 게다가 모비딕의 예정대로 잠복 이외의 단편집이 앞으로도 계속 

나온다면 상기의 걸작 단편 컬렉션과 겹치는 소설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어느 [고쿠라 일기] 전' 같은 것들 말이지요.

앞서도 적었듯 이건 동일 작가의 단편집을 새로 출간할 때마다 늘 겪는 문제이긴 합니다만, 늘 겪는다고 해서 가볍게 넘기기에는

요즘 책값이 장난 아니니까 말이지요... 도서관 신세만 지는 제가 할 말은 아닙니다만. 아, 출판업계에 힘을 보태주는 견실한 인간이

되고 싶은데 가계 재정조차 좀먹는 해충이다보니... 슬프다. 그렇다고 모비딕 쪽에다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단편 위주로 출시해달라

하기에는 그쪽도 마음대로 하는 게 아니라 신쵸샤에서 낸 걸 번역하고 있으니 무리한 요구인 것이고요. 마쓰모토 세이초의 팬이자

작가의 단편집을 모두 구매할 예정이신 분들은 이 중복 수록 때문에 조금 고민이 되시리라 여겨지네요. 하지만 살 돈이 없는 저는

고민하지 않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고민을 하지도 못하는 것이지요. 슬프다.


소설의 감상을 간단하게 적자면 단편들 모두 마쓰모토 세이초의 테이스트가 진하게 풍기는 것들로만 채워져 있습니다. 담담하고

깔끔한 문체와 딱 떨어지는 전개, 묵직한 사회적 메시지가 담겨 있으면서도 추리소설이라는 재미는 잃지 않는 훌륭한 소설들로 

분량은 물론 문장의 호흡도 짧아 읽기 무척 편합니다. 수록된 단편 중 특히 '귀축'의 경우 대단히 충격적인 전개가 인상적입니다.

걸작 단편 컬렉션에 중복으로 수록이 된 단편들도 왜 두 군데에 다 수록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흥미있는 작품들이고요.


거참 다 좋다고 할 수 있는데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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