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의 꿀 - 예측불허. 하지만... -일본


2011년을 시작으로 '렌조 미키히코'의 작품들이 국내에 제법 소개가 되었습니다. 일본 미스터리 사상 가장 아름답다는 평을 듣는

- 동의하기는 조금 힘들지만요 - '회귀천 정사'나 회귀천 정사와 마찬가지로 '화장 시리즈' 중 하나인 '저녁싸리 정사', 가족들 간의

꼬이고 꼬인 이야기를 그린 '백광'이나 좀 도전적인 번역을 시도했던 '미녀' 등이 전부 2011년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리고 2012년에는

이 '조화의 꿀'이 나왔군요. 렌조 미키히코는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작품들이 잔뜩 있으니 앞으로도 더욱 기대해볼 만 합니다.


한 아이가 유괴됩니다. 유괴는 물론 불행한 일이지만 드문 범죄라고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번 사건은 유괴되기 얼마 전 이미 

한 번의 유괴 시도가 있었다는 점과 유괴범이 몸값을 전혀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상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아이는

부모의 원만하지 않은 관계 때문에 이상한 출생의 비밀까지 가지고 있었지요. 몸값을 요구하지 않은 범인, 아이를 둘러싼 복잡한

인간관계, 치밀한 듯 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단지 장난처럼 느껴지는 유괴 방식과 몸값 협상, 어느 것 하나 기존의 유괴 사건과

같이 않아 경찰들은 골머리를 앓습니다. 하지만 하루가 지나고 유괴범은 몸값 1억엔을 요구하여 아이러니하게도 사건 자체가 그간의

비정상적인 행보에서 정석적인 범죄로 되돌아왔다는 인상을 가지게 됩니다. 1억은 도저히 무리라는 말에 5천만엔으로 디스카운트를

해주는 범인. 5천만엔을 들고 복잡하기 그지없는 시부야로 몸값을 전하러 가자 경찰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묘한 사건들이 연속되고

그 소동의 마지막에 무사히 아이는 돌아오게 됩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몸값 중 1천만엔이 사라졌지만 아이의 무사함에 모두들 안도하는

사이, 병원에서 진찰을 마치고 한숨을 돌린 아이는 유괴 사건을 지휘하던 수사관 '하시바'에게 떨리는 손으로 1천만엔을 건네주며 

엄마의 몸값이니 받으라고 말을 합니다...


조화의 꿀은 한순간도 정석적인 유괴 방식이 나오지 않는 유괴 미스터리 소설입니다. 마치 경찰을 놀리는 것만이 목적인 유쾌범인냥

농담처럼 진행되는 사건의 흐름을 따르다보면 대체 소설이 어떤 방향으로 튈 지 감조차 오지 않습니다. 기상천외한 전개가 특징인

이 소설은 복잡하고 다양한 장치들을 내세워 기존에는 없던 전혀 새로운 유괴를 선보입니다. 선보입니다만... 읽을 때는 무척 감탄했지만

조화의 꿀과 같은 전개의 창작물이 정말로 없었냐면 사실 그렇지는 않습니다. 비슷한 전개의 소설을 몇 편 정도 떠올릴 수 있었고

이 소설 또한 그와 같은 소설의 조금 특이한 변주였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물론 그게 이 소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습니다.

색다르다는 점에 있어서는 확실히 최고 수준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른 기준들에서 판단을 해보자면 음... 그리 뛰어나단

느낌은 아닙니다. 인물들이 다중적이고 복잡하지만 이게 사건과 관련성을 가지고 있냐면 그렇지가 않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주변부에서

변죽만 울리는 복잡함이라 썩 와닿지 않습니다. 마치 미국 범죄수사드라마에서 범인인냥 분위기만 잔뜩 잡던 인물이 알고보니 전혀

관련이 없고 사건과는 영 관계도 없는 부분 때문에 심각한 척 폼을 잡고 있었다는 식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정작 중요인물이

행동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뿐이었지요. 물론 그 한 가지 이유 또한 다른 인물들과 마찬가지로 꼬이고 꼬인 복잡한 상태였지만 해결

방식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단순해서 맥이 좀 빠집니다. 또 한 명의 중심인물이자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이어야 할 범인 또한

그리 멋지지 않더군요. 당연히 제 기준에서의 멋짐입니다만, 단지 자기 변명만 늘어놓는 식으로 당위성을 획득하려는 자세가 영 

꼴보기 싫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 소설은 건질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네요. 막 정이 가는 캐릭터가 하나쯤 있어야 애정 가산점이

막 붙을 건데... 제 애정 받아봐야 별 소용도 없겠지만요. 후일담 같은 마지막 장은 존재의 이유가 이해가 갈듯 말듯 느껴지더군요.

마지막 장이 아예 사족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차라리 그 부분을 떼어내고 단편 서너 편을 더 지어 연작 단편집으로 내는 게

나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설의 전개 과정 또한 긴장감 넘치는 초반부에 비해 중반부의 속도감이 현저히 떨어지고

최후의 반전 부분에서 그간 보였던 수준보다 한 단계 높은 감성적인 전개가 진행되어 너무 편한 결론을 내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단점만 잔뜩 말한 것 같은데 대단히 참신하다는 장점이 이 모든 단점들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주니 읽어봐도 좋을 듯

합니다. 렌조 미키히코의 그간 작품들처럼 빼어난 장점으로 뚜렷한 단점들을 극복한다는 인상이랄까요. 저 역시 장점에 모든 것 

쏟아붓는 소설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이 소설은 그 밸런스가 좀 애매하긴 합니다. 그래도 작가의 팬이라면 실망하지 않을 작품입니다.


2011년에는 4부작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더군요.


'단 레이'라는 유명한 분이 주연이라고 설명되어 있던데 누군지는 모르겠습니다. 하긴 아는 일본 배우라고는 '가가 교이치로' 역의

'아베 히로시' 정도 밖에 없어서... '결혼 못하는 남자'도 엄청 재밌게 봤지요. 아베 히로시는 너무 멋진 거 같습니다. ...조화의 꿀에는

안 나오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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