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없는 꿈을 꾸다 -일본


작가 '츠지무라 미즈키'는 1980년생의 여성 작가로 국내에는 데뷔작이자 31회 메피스토상의 수상작인 '차가운 학교의 시간은 멈춘다'와 

32회 요시카와 에이지 신인상 수상작인 '츠나구'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츠지무라 미즈키는 2004년에 데뷔하였는데 벌써 나오키상을

비롯한 많은 문학상을 수상했고 자국도 아닌 한국에 여섯 편의 작품을 소개했다는 점을 보면 상당히 뛰어난 작가임을 짐작할 수 

있겠습니다. 전 이 '열쇠 없는 꿈을 꾸다'로 작가의 책을 처음 접했는데 독자의 감성을 사로잡는 놀라운 글솜씨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츠나구를 빌릴까 말까 고민하다가 빌리지 않은 적이 몇 번 있었는데 그 때의 저를 때리고 싶었을 정도였지요.


열쇠 없는 꿈을 꾸다, 는 각각 독립된 다섯 가지 단편을 담고 있습니다. '니시노 마을의 도둑'은 평소에는 다정한 전업주부지만 

생리주기마다 도벽이 재발하는 어머니를 둔 딸과 친구가 된 주인공의 시점에서 어른의 범죄와 아이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습니다.

그와 함께 잘못을 저지른 사람보다 잘못을 저지르는 걸 본 사람이 받는 영향과 그 기억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무척 공감이 되더군요.

잘못을 한 것보다 잘못을 하는 걸 봤을 때 느끼는 자신의 무력함이나 실망감, 실망을 느끼는 자신에 대한 혐오감 등은 정말 질척질척한

감정이라 기억 한 구석을 후벼파고 들어가지요. '쓰와부키 미나미 지구의 방화'는 결혼 적령기의 여성이 자존심 때문에 착각을 하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려냅니다. 저도 결혼 적령기가 지나가고 있는 느낌의 누나가 있는데 살짝 걱정이 됩니... 자기가 알아서 잘 

하겠지요. '미야다니 단지의 도망자'와 '세라비 대학의 꿈과 살인'은 일그러진 사랑의 이야기입니다. 얼핏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

떠오르기도 하는 이 단편들은 사랑이 이렇게도 틀어질 수 있구나, 라는 감상과 함께 틀어졌음에도 징그러울 정도로 강하게 사람을

옭아맨다는 것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세라비 대학의 꿈과 살인은 꿈이라는 게 좋은 것이긴 해도 어딘가에 발을

디딘 채 꾸지 않으면 매몰될 위험을 보여줘서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디딘 곳은 위태롭기가 그지없네요. 꿈도 딱히 제대로 꾸고

있지 않은데 발 밑마저 왜 이러니. 작가가 출산 후 처음으로 썼다는 '기미모토 가의 유괴'는 남자인 제가 아마도 절대 알 수 없을

육아의 고통과 그를 감내하는 모성애를 그려냅니다. 무서울 정도로 실감나는 육아의 현실과 그 과정에서 점점 깎여나가는 인내가

아찔하게 펼쳐지는데 애를 키워보신 분이라면 엄청나게 공감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습니다. 눈 한 번 때는 것도 무서울 정도로 

위태로운 생명체 주제에 엄청나게 폭군이라 시도때도 없이 배가 고프다고 울고 배변을 했다고 울고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울고

그냥 우는데다 그걸 낮밤 가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굳이 새벽마다 깨서 울어대면 정말이지 100년의 사랑도 식어버리지 않을까요. 

새삼 저를 갖다버리지 않은 어머니께 감사를 드리고 싶어집니다. 출산을 해본 작가라서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되네요.



다섯 편의 단편들은 모두 범죄를 기반에 두고 있지만 미스터리는 아닙니다. 그저 깊디 깊은 감정의 이야기로 읽다보면 저도 모르게

공감이 되는 마력이 깃들어 있을 뿐이지요. 특히 여성 분들이시라면 저 이상으로 크게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겨집니다. 대단히 재밌게

읽었습니다만 이 책 때문에 아기에 대한 공포심이 더 커졌다는 건 조금... 자기 의견을 확실히 표현하지 않는 사람들을 좀 힘들어 하는

편인데 - 그런 주제에 저도 물에 물탄듯 흐리멍텅한 인간이지만요. - 아기의 경우엔 표현 그 자체만 확실한 게 무섭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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