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핸드백 -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 -일본


'아카가와 지로'는 '세일러복과 기관총',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일본의 미스터리 작가입니다. 놀라울 정도의

다작으로도 이름이 높지요. 워낙 쓴 작품이 많다보니 시리즈물도 잔뜩 썼는데 한국에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가 꾸준히

소개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유령 시리즈'와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도 출간되었습니다. 유령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인 '유령 열차'의

경우 작가의 데뷔작이기도 하지요. 76년도에 데뷔를 한 경력이 긴 작가임에도 호흡이 짧은 문장에 묘사는 적고 대화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글의 스타일은 읽기가 상당히 편합니다. 녹색 핸드백 같은 경우에도 술렁술렁 넘어가서 한 시간만에 다 읽어지더라고요.

세일러복과 기관총이나 삼색털 고양이 홈즈는 진작 읽었었는데 딱히 취향에 맞지는 않더군요. 특히 홈즈는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읽을까 하다가도 다시 책장에 꽂아넣고는 합니다. 표지는 진짜 완전 귀여운데...


중학교 3학년인 '스기하라 사야카'는 어느 날 실종된 친구 '마쓰이 히사요'에게 걸려 온 전화를 받습니다. 학교로 와달라는 말에

자고 있던 오빠를 깨워 15분만에 달려간 사야카입니다만 교실에 들어서자 발견하게 된 건 히사요의 시체였습니다. 시체 옆에는

자기에게 주기로 했던 녹색 핸드백이 떨어져 있었습니다. 경찰이 오고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사건의 해결은 지지부진합니다. 경찰은

히사요와 사야카 모두를 불량학생으로 단정하고 치정관계에 의한 살인으로 생각하지만 사야카는 그런 안이한 발상에 화가 날 뿐입니다.

히사요의 모친과 만나 경찰이 조사를 마친 녹색 핸드백을 받은 사야카. 하지만 이상하게도 핸드백 내용물은 히사요의 것이 아닌 

물건들이었습니다. 게다가 더 이상하게도 스무 살 가량으로 보이는 여성이 히사요의 찾아다니다가 사야카가 든 녹색 핸드백을 보고

깜짝 놀라기까지 하지요. 행동력이 넘치는 사야카는 전학생 '니와 아키오'를 끌고 의문의 여성의 뒤를 밟습니다. 그 여성은 며칠 뒤

사야카의 학교로 찾아와 다른 녹색 핸드백을 선생님한테 맡기고 사라지는데 그 안에는 히사요가 쓰던 물건들이 들어있었습니다.

즉, 녹색 핸드백은 두 개고 히사요가 죽었을 때 들고 있던 건 의문의 여성 것이었다는 말인 셈입니다. 이번에는 아키오에 담임 

선생님까지 끌고 이전 뒤를 밟았을 때 알아뒀던 의문의 여성의 집에 찾아간 사야카지만 집 안에서 보게 된 건 그 여성의 시체였지요.

시체가 둘이나 나오고 상황은 점점 꼬여만 갑니다. 녹색 핸드백을 들고 히사요가 행방불명되었던 번화가로 나가 돌아다니던 사야카는

머리를 빨갛게 물들인 또래 여자애가 핸드백을 알아보는 것을 눈치채고 냅다 쫓아가는데 여자애는 어느 맨션 안으로 그 모습을 

감춥니다. 호기롭게 따라 들어간 사야카지만 누군가가 어깨로 밀어 그녀를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게 만들고 사야카는 실신하게 됩니다.


매년 한 권씩 출간이 되고 주인공인 스기하라 사야카 역시 한 살씩 나이를 먹는다는 게 특징인 스기하라 사야카 시리즈의 첫 번째

소설인 녹색 핸드백입니다. 녹색 핸드백에서 15살이니 다섯 번째 시리즈인 '주황색 다이어리'에서는 스무 살이 되겠네요. 흠, 스무

살이라... 내가 스무 살 때의 기억은 이제 가물가물할 지경인데. 시간은 참 쏜살같네요. 슬프다... 뒤표지의 선전 문구는 '소년 탐정

김전일과 코난을 능가하는 소녀가 나타났다!'입니다. 하지만 1년에 한 번씩 사건에 휘말려서야 능가했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걔들은

짧은 텀을 두고 사람을 한 바가지씩 죽이며 다니는데 1년에 한 번 꼴이면서 그 정도 급까지 올라가려면 매년 스무 명씩 죽어나가는

학살 사건에 연루되어야 간신히 가능할 정도입니다. 이야, 이렇게 따지니 새삼 김전일과 코난 주위의 재난율이 얼마나 높은지 실감

되네요. 정말이지 악마 같은 녀석들입니다.

내용이 영 구질구질합니다. 이 소설을 읽고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이 떠올랐는데 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소개에서 사람이 막 죽어나가지

않고 깔끔한 추리소설이라는 문구가 있었지요. 간만에 참 공감이 안 되는 소개를 봤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도 그럴게 윤간이 나오는데

어디가 깔끔하냐고... 탐정이 깔끔하게 생겼고 전개가 담백하다고 해서 소설 전체가 깔끔해지는 게 아닌데 말이지요. 녹색 핸드백

역시 비슷한 감이 있습니다. 사야카와 다른 인물들이 유쾌하고 명랑하긴 한데 사건이 구질구질해서 참 구질구질한 느낌을 받게

되더라고요. 윤창중 사건이나 김학의 사건 같은 것도 생각나고요. 아... 구질구질해라.

사건의 구질구질함은 잠시 접어두고 미스터리의 부분을 보자면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우연에 기대는 부분이 눈에 밟힙니다만 그리

복잡하지 않은 사건을 좋은 템포로 삭삭 전개하는 속도감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을 십분 활용하여 감성에

주안점을 둔 방식이 마음에 들더군요. 사건이 영 무겁고 구질구질하다는 것을 넘길 수 있다면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이라고 생각됩니다.

사실 소설이나 영화를 제법 봤고 개중에는 사회적 통념이나 도덕적 제한 수위를 넘긴 것도 꽤나 많았는데 - 당장 사람 죽는 소설을

가장 많이 읽고 있으니... - 그럼에도 미성년자를 성의 대상으로 보는 건 영 껄끄럽네요. 안 껄끄러워도 좀 문제가 있겠습니다만

창작물임을 감안하고 봐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역시나 비단 창작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까요. 당장 얼마

전까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윤창중 사건만 봐도 제보 내용 중 그가 남녀 나이 차이는 스무 살 정도 나야 좋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하던데 대체 뭔 소린지... 어린 게 문제가 아니라 서로 사랑하느냐 아니냐가 제일 중요한 것임을 알고 남아도 모자랄 판에.

에이, 생각만 해도 짜증나네.

시리즈 다음 작품인 '군청색 캔버스'도 읽을 생각인데 좀 안 구질구질한 사건을 다루었으면 좋겠네요.

...남녀 스무 살 차이를 생각해보니 같은 작가의 다른 시리즈인 유령 시리즈의 남녀 주인공이 거의 그 정도 나이 차의 연인이네요.

뭔가 기분이 미묘. 하지만 그 시리즈의 둘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니까 상관없겠지요. 언제나 사랑이 제일 중요한 거지요. 사랑이.

그런데 그 중요한 게 저랑 영 인연이 없네요. 하아, 외롭다... 슬프다...

덧글

  • 각시수련 2013/06/03 19:44 # 답글

    아카가와 지로는 삼색털 고양이 홈즈 시리즈의 첫작인 삼색털 고양이 홈즈의 추리도 첫작부터
    여대생 매춘, 뇌물수수, 여대생만 잔인하게 살인하는 연속 살인마 까지 나오는 구질구질 난장판으로 시작.

    http://netabare1.blog137.fc2.com/blog-entry-1780.html

    그리고 첫 작품이 특히 인상에 남았던 이유는 나름 메인 반전이라고 할 수 있는 함정이 말장난.
    犯人は見た(みた) ← 이게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 대사. 거의 범인을 직접적으로 가리키는 대사라서,

    어떻게 번역해놨을까 상당히 궁금했는데. 번역해 놓은 걸 보니, 역시 고심하다가 결국은 어쩔 수 없이 자충수 ㅋㅋ

    니시무라 쿄타로도 그렇고 아카가와 지로도 엄청나게 다작을 하다보니 (니시무라는 현재 524권, 실질적으로는 522권
    아카가와 지로는 550권 돌파. 누계 발행부수는 3억부 ㅋㅋ 현재 일본인 작가 중에서 최고 기록을 가지고 있음.)

    니시무라와 아카가와 작품은 다 읽는 건 도저히 엄두가 안 나네요. 진짜 양작만 골라서 읽을 수 밖에 없음.
  • 정윤성 2013/06/03 18:14 #

    삼색털 고양이 홈즈를 읽을지 꽤 되서 취향에 안 맞았다는 것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말씀 들으니 구질구질 난장판이라 싫었던 거였습니다.
    꽤 됐다고 했지만 겨우 1년 전쯤이지만... 기억력 참 부실하다;;; 표지가 너무 귀여워서 괴리가 더 컸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반전이 말장난이었군요? 번역된 책으로는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반전이 번역에서 막혔다니 회랑정 살인사건의 경우가 떠오르네요.
    그건 히라가나랑 가타가나였나? 한문이랑 히라가나였나? 암튼 표기법의 혼용으로 복선을 깔앗는데 번역에선 그런 거 없다, 가 되서...

    아카가와 지로가 500권 넘긴 건 알았는데 550권이라니;;; 어지간한 작가 10명 분도 충분히 넘기겠네요. 만화방에 김성모 코너가 따로 있는
    것처럼 서점에 아카가와 지로 코너를 따로 만들어줘야 할 기세.
  • 각시수련 2013/06/03 19:51 # 답글

    저렇게 엄청난 다작을 하기 때문에 (그것도 원고는 직접 손으로 쓴다고 함) 동시 연재할때는,
    자기도 헷갈려서 서재에 소설 속 등장인물 일람을 붙여놓고 쓰기도 했다고 함. ㅋㅋ

    좌파 성향이 강한편이고 (현재 위안부 망언으로 시끄러운) 일본 유신의 회 공동 대표이자, 오사자 유신의 회 대표,
    즉, 현 오사카 시장인 하시모토 토오루가 2012년, 관객수가 적다면서 분라쿠 文楽 사업에의 보조를 끊었을 때,

    「관객 동원수는 베토벤 (클래식 콘서트) 이 AKB48 보다 적은데, 무슨 그런 멍청한 소리가 다있냐」라면서 아사히 신문에
    글을 직접 투고하여 하시모토 시장을 비판하기도 했음. ㅋㅋ (「하시모토씨, 가치관을 강요하지 마십시오」2012년 4월 12일자.)

    작가 본인은 유머가 있는 편이라, 스스로 미스테리 소설 속에서 죽은 인물을 묘를 만들고, 직접 성묘도 하러 간다고 함.
  • 정윤성 2013/06/03 18:19 #

    헷갈릴만도 하겠네요. 그렇지만 자기가 쓴 소설 등장인물 일람을 붙여놓는 건 좀 웃기기도ㅋㅋ

    하시모토 토오루는 이래저래 문제가 있는 사람이네요. 뭐, 문화를 이익 사업으로만 보는 사람은 어느 나라에나 한 가득 있겠지만요.
    하시모토 비판 글은 한번 찾아서 읽어보고 싶군요. 비단 분라쿠 사업 뿐 아니라 문화 사업 전반에 통용될 이야기가 적혀 있을 거 같네요.

    소설 속에서 죽은 인물 묘를 만들고 성묘라니ㅋㅋ 진짜 유쾌한 사람이네요ㅋㅋ
  • rumic71 2013/06/04 14:23 # 답글

    이 시리즈는 매 권이 나올때마다 거의 리얼타임 수준으로 주인공이 나이 먹는 게 특징이지요. 아마 지금쯤은 40대 바라볼 듯...
  • 정윤성 2013/06/04 14:55 #

    소설 끝에 수록된 역자의 말에 따르면 37살이라는군요. 2012년에 번역이 나왔으니까 올해는 38살이겠네요. 사야카 아줌... 아니, 누나...
  • 두억시니 2013/06/04 20:16 # 삭제 답글

    삼색털 고양이 홈즈는 일드 보다 말았는데... 미스터리 일드 씨리즈를 보다만건 처음이었던것 같네요. 사건도 지저분하지만 추리라기 보다 고양이가 남몰래 목격한거나 주의력이 좋아서 문제해결이 되는게 보통이라 정말 재미없었다는 기억이.
  • 정윤성 2013/06/05 06:06 #

    저도 드라마는 좀 재미있으려나 생각해서 여기저기 검색해봤는데 평이 꽤 나쁘더라고요. 고양이는 말도 못하게 귀여운데 말이지요...
  • rumic71 2013/06/05 15:08 #

    영상화하면 제대로 살릴 수 없을거란 생각이 저도 듭니다. 미묘한 대화의 맛이 사실은 핵심이거든요. (겸해서 카타야마의 '언제나' 비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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