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블론드 데드 - 지나치게 정석적이다. -유럽


소설 '영 블론드 데드'는 제목 그대로 젊은 금발의 여자 애들이 막 죽어 나가는 내용입니다. 작가 '안드레아스 프란츠'는 독일의

유명한 미스터리 스릴러 작가로 독일 미스터리의 전형을 세웠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타우누스 시리즈'로 유명한 '넬레 

노이하우스'가 존경하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1954년 생으로 시와 단편 소설들을 썼으나 별다른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가

96년도에 쓴 장편 데뷔작인 이 영 블론드 데드가 큰 판매고를 올리면서 미스터리 작가로의 성공적인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율리아 뒤랑'을 내세운 '뒤랑 시리즈'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만 자신의 22번째이자 뒤랑 시리즈 12번째

작품인 '신데렐라 카니발'을 쓰던 와중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사망하고 맙니다. 2011년 3월 13일에 벌어진 일이었지요.


금발의 아름다운 십대 소녀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이어집니다. 그냥 평범히 살해당한 것도 아니고 젖가슴 한쪽이 잘려나가고

몸이 난도질 당했으며 그 외에도 끔찍한 여러 상처가 동반되었지요. 게다가 더욱 이상한 것은 살해당한 뒤 범인에 의해 머리에

붉은 리본을 묶고 손과 발을 교차한 채 놓여졌다는 점이었습니다. 아내를 잃고 실의에 빠진 반장 '베르거'는 자신의 관할에서

일어난 이 엽기적인 사건을 외부에서 온 여형사 율리아 뒤랑에게 맡깁니다. 베르거의 친구이자 고참 형사 '슐츠'가 이에 반박하지만

슐츠는 딸이 백혈병을 앓고 있으며 아내는 슬픔에 못 이겨 매일 밤 거리를 돌아다니며 아무 남자와 몸을 섞는 기행을 보여 도저히

이토록 심각한 사건을 감당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율리아는 슐츠와 함께 마을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과 만납니다. 

마을 최고의 부자이자 일대를 거의 지배하다시피하고 있는 지주 '알렉산더 맨첼', 온화하고 부유한 성형외과 의사 '다니엘 톰린',

정신과 의사이자 잘생긴 바람둥이 '알렉산더 파타네츠'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지만 사건은 오리무중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인은 멈추지 않고 형사들은 절망적인 기분에 빠져들지요. 그러던 중 수상한 기자 한 명이 찾아와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합니다. 바로 4월과 9월 미국 시카고 일대에서 거의 해마다 흡사한 살인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었지요. 베르거 반장은 이러한

사실에 범인이 주둔하고 있는 미군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수사망을 펼치지만 율리아는 범인이 틀림없이 독일인이자 이 마을

사람이라는 확신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실제 프로파일에 기초한 실감나는 수사과정과 심리묘사가 일품이라는 광고 문구답게 소설의 내용은 제법 실제 같습니다. 지나치게

잔인한 살인 방식도 소설이 전개되는 과정을 따르다보면 받아들일 수 있을 법한 설명이 추가되어 현실감을 더합니다.

주인공 율리아 뒤랑도 많은 것을 속에 담고 있는 그럭저럭 매력적인 인물로 그녀의 이후 행보가 조금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영 블론드 데드나 작가의 다른 작품인 신데렐라 카니발의 경우 '예문 출판사'가 '예스24'의 블로그를 통해 일정한 분량의 번역을

제공하기도 하여 어느 정도 읽어보고 구매나 독서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부분도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신데렐라 카니발과 영 블론드 데드의 번역이 있는 블로그의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다만 너무 정석적이라는 인상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부유한 지주에 의해 타락한 면모를 숨기고 있는 마을이 배경이라는 점이나

이혼한 경력이 있는 외롭고 아름다운 여형사라는 설정의 주인공이나 젊고 예쁜 소녀들만 연쇄적으로 살해된다는 사건의 전개도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범인의 인물상이 너무나 뻔합니다. 수많은 인간을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참 뻔한 동기를 뻔한 방식으로

표출했구나 싶은 마음이 앞서는 범인이라 어쩌면 신기하다고 볼 수도 있을 지경입니다. 범인의 행동에 대한 정신적인 분석도

이미 어딘가에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라 평범한 인간 내부에 잠든 악마의 충격적인 모습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물론 이 소설이 96년도에 나왔다는 사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벌써 18년이나 지났고 그 사이에 더욱

자극적이고 훨씬 복잡한 인물들이 미스터리의 세계에 가득 참전했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정석에 가까운 해석들로 가득한 이 소설을

탓할 수는 없다고 여겨집니다만... 그래도 아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이중적인 범인의 모습을 그려냈다고 하지만 전혀 다각적이라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길을 참 똑바로만 걸었고, 그 때문에 재미가 부족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점은 사실적인 수사 과정이 돋보인다는 말 답게 이 소설 속의 수사는 아흔아홉 번 헛발질을 하는 과정과

한 번의 적중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실제 수사도 이와 비슷하겠지요. 번뜩이는 재능으로 무장한 탐정 같은 형사가 사건 현장을

한번 둘러본 것만으로 범인을 지목하는 일은 실제론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 같고 조그마한 단서들을 쫓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막히면 다른 단서를 쫓는 과정을 반복하여 진실을 찾아가는 게 수사일 것이라 생각합니다만 그러한 현실을 좀 지나치게 많이 담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실컷 딴 곳만 파고 다니다가 마지막 부분에 가서 사건이 후다닥 해결되었다는 느낌이 좀 있거든요.

수사의 시작을 하나의 점으로 여기고 해결을 다른 곳에 위치한 점이라 칠 때, 이 소설은 시작 부분의 점에서 나아간 직선이 해결

부분의 점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다가 이 길이 아닌가보다 싶어 뚝 끊기고 다시 시작점에서  다른 직선을 그어 나아가다가

이 길이 아닌가보다 싶어 뚝 끊고 돌아가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그은 직선이 해결이라는 점과 맞물리면서 끝이 납니다.

소설이라면 조금 더 허구를 받아들여서 다른 방향으로 향하던 직선이 특정한 다른 단서라는 점과 만나 방향을 바꾸어 해결 쪽에

가까워 지는 식으로 다각적인 전개를 보여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소설의 정석보단 수사의 정석에 더 가까운 느낌이랄까요.


큰 인기를 끈 소설이라지만 독특한 매력보다는 평범하고 무던한 면모가 더 많이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던한 성격의 사람을

선호하는 편입니다만 소설은 좀 더 복잡하고 베베 꼬여서 잔뜩 머리를 쓸 수 있는 편이 더 좋더군요. 제 취향에는 맞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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