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추럴 셀렉션 -미국


앞 표지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읽어보면 이 소설 '내추럴 셀렉션'의 작가 '데이브 프리드먼'이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월스트리트의 경력을 과감하게 버리고 소설가의 길에 들어섰다고 나옵니다. 사람은 역시 좋아하는 걸 해야지요. 그렇지만 책을 다 읽어보고 나니 음, 미묘하다고 할까 지나치게 소설 작법에 충실하여 별로 볼 게 없었다고나 할까...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아마존에서 검색해보니 2006년도에 나온 소설이던데 작가의 다음 작품은 아직 나오지 않은 듯 하네요. 음... 월스트리트로 돌아갔나?

졸부 변호사의 요트 위로 이상하게 생긴 가오리 한 마리가 펄쩍 뛰어들었습니다. 물 밖인데도 쌕쌕 숨을 쉬면서 짧은 날개를 퍼덕이던 가오리는 꼬리도 없고 눈도 땡글한 것이 기존의 종들과 상당히 달라 요트 승객 중 하나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가오리는 자기가 알아서 바다로 돌아갔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넘기지만 그 중 한 사람은 가오리 수족관 '만타 월드'에 가서 자기가 본 것을 설명했습니다. 만타 월드는 개장하지 않은 수족관으로 가오리가 수조에 넣는 족족 죽어버려서 도통 문을 열 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만타 월드의 사장이 직접 이 새로운 가오리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그는 가오리들이 왜 자꾸 죽는 지 알아내기 위해 고용했던 해양생물학자들에게 얼른 신종 가오리를 찾아내라고 명령합니다. 해양학자 다섯과 사진사 하나로 구성된 팀은 사장으로부터 목격담을 듣지만 그렇게 생긴 가오리는 있을 수 없다고 여깁니다. 그래도 사장이 가라고 하면 가야되는 것. 심각한 취업난은 해양학 학위를 가진 박사님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으니까요. 배를 타고 가오리의 흔적을 쫓는 해양학자들은 이내 이 신종 가오리가 이빨을 갈기 위해 씹을 걸로 보이는 해초들을 발견합니다. 그 과정에서 무지막지하게 큰 이빨도 발견하게 되지요. 가오리 이빨이라기에는 뭔가 좀 심하게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상어 이빨도 아닌 것 같아 아는 학자에게 조사를 의뢰했더니 이런 이빨을 가진 생물은 없다는 대답이 옵니다. 그리고 엄청난 포식자의 이빨이 분명하니 조심하라는 충고도 따라왔지요. 이 가오리의 정체가 대체 뭔가 싶어 학자들은 일단 사체를 하나 찾아보기로 합니다. 그들은 바닷속을 뒤지다가 수천 마리 분량의 가오리 뼈들을 발견하고 그 중 부패가 적게 된 시체도 발견합니다. 해부를 해 뇌를 꺼내보니 인간보다도 더 큰 네모진 뇌가 나왔지요. 이제 해양학자들은 자기들이 뒤쫓고 있는 가오리가 상어보다도 더 큰 이빨에 인간보다도 더 무거운 뇌를 지닌 괴물임을 짐작하게 됩니다.

일종의 크리쳐물이라고 할 수 있는 소설입니다. 괴수나 외계인, 좀비 같은 것들 대신 진화한 가오리가 나온다는 게 특징이지요.
그러니까 이렇게 속 편하게 생긴 애가 심해에서 진화를 쑥쑥 하다보니
이런 괴물이 되었더라는 내용입니다. 단순히 심해에서 온 괴물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조금 다른 것이 심해에 이런 애들이 엄청 많이 모여 상어를 잡아먹으며 살다가 해저 바이러스 때문에 해표면까지 올라왔고 바뀐 생활 환경 때문에 순식간에 엄청 진화를 이뤄 하늘을 펄럭펄럭(!!) 날아다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심해에서 온 괴물인데 중간부터는 괴물 새가 되었다는 말이지요. 뭐지... 괴물이 나오는 공포 소설은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데 그리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소소한 부분에서까지 쓸데없이 분위기를 조성해서 감질이 난다는 게 문제입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느긋하게 사용하고 모든 행동에 이유를 가미하려고 해서 이야기의 흐름이 더딘데 괴물 마저 자기 할 거 다 해가며 한가하게 행동하다보니 전체적으로 느슨한 진행이 이어집니다. 긴 분량을 써서 괴물의 정체를 시초부터 완성까지 핥듯이 쭉 제시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괴수물에서 흔한 설득력 부족은 반감되긴 했지만 신비함이 떨어진다는 새로운 단점이 생겼습니다. 설득력 부분 역시 모든 걸 진화의 힘으로 밀어붙여서 당혹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게타 빔에 맞은 것도 아닌데 몇 달만에 생선이 새가 됐으니까요... 주역인 캐릭터 여섯 명도 그리 참신하지 않고 괴물과의 싸움 역시 여느 괴수물들과 다를 바 없습니다. 그리 강하지 않아서 같은 장르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싱거운 감도 있고요. 날아다니는 생선답게 헬기와 정면대결을 하기도 하고 사람도 몇 명 죽이는 등 활약을 하지만 여섯 명 정도의 인간에게 잡히니 강하다고 할 순 없겠지요. 작가는 진지하고 설득력 있는 현실적인 괴수를 그리고자 한 것 같은데 진화 만능주의로 나아가다보니 그것도 실패한 듯하고 국지적인 인명 피해만 주다보니 광범위한 파괴의 화끈한 박력같은 것도 없고 소수의 인원에게 잡히다보니 절대적인 괴물 앞에서 느끼는 절망감 같은 것도 없고... 전체적으로 재미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해의 괴수가 나오는 소설이라기에 기대했는데 아쉽네요. 새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지만 않았어도, 육지에 나오는 정도로 그치기만 했어도 적어도 얼척없다는 마음은 들지 않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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