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줘 -미국


 소설 '나를 찾아줘'는 영화로 제작되어 얼마 전 미국에서 개봉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감독이 '데이빗 핀처'에 주연은 '벤 애플렉'이라는 화려한 조합을 자랑하고 있지요. 개봉 이후의 평가는 상당히 호의적이며 곧 국내에도 개봉할 예정이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큰 편입니다.
 작가 '길리언 플린'은 1971년 생으로 작가가 되기 전에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에서 텔레비전 비평가로 활동을 했으며 경찰 출입 기자를 지망했다가 관뒀다고 하는군요. 작가가 된 뒤에는 지금까지 총 세 권의 책을 발표했습니다. 2006년에 '몸을 긋는 소녀', 2009년에는 '다크 플레이스' 그리고 2012년에는 나를 찾아줘를 출간했으며 셋 모두 국내에 번역되어 있습니다. 번역 순서는 재미있게도 나를 찾아줘가 가장 먼저였고 다크 플레이스, 몸을 긋는 소녀라서 실제 출간된 순서와는 딱 반대입니다. 이 세 작품 모두 영상화가 되었거나 될 예정입니다. 앞서 말했듯 나를 찾아줘는 미국에서 영화로 개봉했으며 몸을 긋는 소녀는 1시간 짜리 드라마로 제작될 예정으로 일단 파일럿을 방영한 뒤 장편으로 만들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다크 플레이스는 영화로 제작되고 있으며 올해 11월에 개봉 예정이라고 하네요. 세 편의 작품 모두가 영상화가 되었다는 점에서 작가 길리언 플린이 얼마나 강한 대중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는 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닉 던'은 작가로 일하다가 직장을 잃게 됩니다. 이후 고향인 미주리로 돌아와 아픈 어머니를 모시며 동생과 함께 작은 바를 열게 되지요. 수입은 영 신통치 않지만 더 큰 문제는 바로 아내인 '에이미 엘리엇 던'입니다. 성공한 동화 작가인 부모 밑에서 부유하게 자란 뉴요커 에이미는 시골 구석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남편인 닉이 연 바가 자신의 신탁를 털어서 만든 결과라는 점 역시 전혀 마음에 드는 일이 아니었지요. 닉은 닉 대로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 에이미가 원망스러웠습니다. 닉과 에이미 두 사람은 겉보기에는 더 없이 다정한 부부이지만 실제로는 서로를 박살내기 일보 직전인 원수 지간이 되어갔던 것이지요. 그러던 와중 에이미가 실종됩니다. 유명인의 딸인 에이미가 사라지자 매스컴에서는 난리가 났고 이에 닉은 마음에도 없지만 아내를 찾아달라며 텔레비전 앞에서 눈물로 호소합니다. 물론 이 얄팍한 연기는 금방 들통이 납니다. 심지어 그가 아내를 죽인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떠오르지요.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도 속속 발견되고요. 아내를 잃은 잘 생긴 젊은이에서 아내를 죽인 철면피로 점점 이미지가 변해가며 닉은 하루하루를 고통 속에서 보냅니다. 허나 이 모든 상황의 뒤에는 숨겨진 진실이 있었습니다.

 굉장히 색다르거나 참신한 소설은 아닙니다. 여러모로 익숙한 설정이 많고 등장인물들의 성격 또한 어디서 많이 본 수준입니다. 냉정하게 바라보고 있자면 이 소설과 '사랑과 전쟁' 간의 차이점을 찾아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거란 마음마저 듭니다. 그렇지만 재미있습니다. 저희 누나를 비롯한 사랑과 전쟁의 팬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사랑과 전쟁보다 훨씬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황 하나하나는 평범하지만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물들의 감정선이 또렷하고 격렬하여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은 몇 겹의 깊은 심층 심리를 지닌 복잡한 캐릭터가 아니라 단순한 사이코에 우유부단한 바람둥이에 불과하지만 그 얇은 면모의 사이사이에 매력이 충분히 부여되어 있어 좀 놀라울 정도입니다. 인물들이 지닌 가벼움이 대사와 행동들과 맞물려 흥미롭고 매력적입니다. 특히 서로 정 반대인 것만 같은 닉과 에이미 두 사람이 비슷하게 경박하고 미치광이라 시너지를 잘 일으켰다고 보여집니다.
 스릴을 조성하는 솜씨가 세련되며 평범한 이야기를 독특하게 느껴지도록 장치들을 영리하게 배치한 점이 눈에 띕니다. 서로를 가장 믿어야 할 부부 사이에 치명적인 비밀들이 숨겨져 있다는 소재는 사실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라 시시할 수도 있었는데 긴장감 있는 상황 제시와 상황에 따라가지 못하는 인물들의 행동을 통해 충분히 충격적이게 느껴지도록 잘 만들었습니다. 전반부에 템포를 느긋하게 잡아 긴장감을 끌어올린 뒤 후반부에는 반전이 거듭되는 빠른 전개를 보였다는 점 또한 작가의 실력을 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다만 전후반부의 분위기가 극명하게 다르고 후반부에는 스릴러라기보단 사이코 드라마가 섞인 배틀물에 더 가까워서 좀 이상하긴 합니다. 다 같이 미쳐 날뛰는 유쾌하고 속도감 있는 전개가 매력적이긴 하나 앞서 열심히 쌓아올렸던 긴장감이 어느 시점에서 싹 풀려버리는 점은 좀 아쉽습니다. 이야기가 조금씩 막 나가는 기미가 보이다가 나중에는 당연하다는 듯 마구 날뛰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은 에이미가 바닷가재를 마치 흉기처럼 들고 닉을 쫓아다니는 구절이었지요. 그 부분에서 이 소설이 얼마나 유쾌하게 미쳤나를 잘 알 수 있었습니다...
 색다를 것 없는 소재를 세련된 스릴러로 만든 뒤 그걸 다시 날뛰는 망아지마냥 고삐를 풀어버리는 점이 대단하기도 하고 이상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소설입니다. 차근차근 진행되는 느린 호흡의 긴장감과 한 페이지마다 휙휙 바뀌는 격렬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 같으면서도 단점처럼 보여서 감상을 한 마디로 요약하기가 힘듭니다. 재밌는 소설이라기보단 재미만은 있는 소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덧글

  • watermoon 2014/10/07 15:45 # 답글

    음....추리소설을 상당히 좋라하는게 읽다가 덮었어요
    언제부턴가 영화로 만들어지는 걸 염두에 두고 독특한 캐릭터 위주의 추리물이 싫어지더라구요
    캐릭터 중심 추리물이라도 리 차일드의 잭 리처 시리즈는 참 재밌었는데 말이에요
  • 정윤성 2014/10/07 18:01 #

    확실히 독특한 캐릭터가 주는 발랄함은 있지만 전체적인 완성도 면에서 탁월하다고 보긴 힘들지요.
    전개 같은 것도 충격적인 방향으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어 납득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고요.
    잭 리처는 저도 좋아합니다. 잭 리처가 너무 매력적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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