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기담 -일본

 


 오늘은 할로윈데이니 그에 걸맞게 호러소설을 읽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제 생일이기도 합니다. 제 생일에 걸맞게 호러소설을... ...? 너무 칙칙한 것 같으니 조각 케익이라도 하나 사서 홀로 축하라도 해야겠습니다. 어라, 호러소설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칙칙해...

'안구기담''아야츠지 유키토'의 첫 단편집입니다. 데뷔작이 '십각관의 살인'이며 '관 시리즈' 등 본격추리소설 작품이 많아서 정통적인 추리작가로 여기기 쉽지만 의외로 호러소설을 꽤 썼습니다. 호러와 미스터리를 조합한 작품도 많이 썼지요. '어나더' 같은 작품이 유명합니다. 아내인 '오노 후유미' 또한 호러소설을 즐겨 쓴다는 걸 생각해보면 거참 이상하기도 하고 잘 맞는 사람들끼리 결혼했다 싶기도 하네요. 역시 사람은 자신과 잘 맞는 상대랑 결혼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오노 후유미의 '잔예'에서 보면 서로가 글 쓰는데 방해가 되서 따로 산다는 내용이 있던데... 이런 점 역시 서로 잘 맞는 거라고 봐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안구기담은 총 일곱 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목답게 모두 공포가 짙게 가미된 기담의 형식을 띄고 있지요.

 '재생' - 알코올 중독인 나 '우조'는 병원에서 우연히 제자 '사키타니 유이'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지고 열 일곱 살이라는 나이 차를 극복하며 연인이 되지요. 우조가 청혼을 했을 때 유이는 크게 고민을 하더니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습니다. 자신은 육체가 절단되어도 재생하는 특이한 인간이라고 말이지요. 어릴 적부터 외간 남자의 자식이라며 학대를 받던 유이가 특이체질임이 밝혀지자 그녀의 아버지는 점점 이상하게 변해갑니다. 유이가 중학교 2학년 때 다리에 큰 화상을 입자 아버지는 흉터가 생기면 안 된다고 중얼거리며 다리를 아예 잘라버립니다. 그리고 그 뒤 그녀를 범하지요. 슬프고도 이상한 고백이었지만 우조는 여전히 유이를 사랑했고 두 사람은 결혼합니다. 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유이가 크로이츠펠트 야콥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요부코 연못의 괴어' - 요부코 연못에 낚시를 하러 간 나는 미끼도 없이 드리웠던 낚시대에 걸린 이상한 물고기를 낚습니다. 알고 있는 여느 생선과도 다르게 생긴 물고기를 나는 일단 길러보기로 합니다. 아내 '유이'는 그런 나를 이상하게 여기지만 별다른 반대는 하지 않습니다. 수산학과 조교인 친구 'Y'는 신종 물고기일 지도 모른다고 말하지요. 멍하게 생긴 게 이상하게 귀염성이 있어 자꾸 보게 되는 물고기였습니다. 유산을 하여 마음에 빈 공간이 있던 유이 또한 어느새 물고기에 푹 빠지게 되었지요.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나자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제까지 가슴 지느러미였던 것이 어느새 다리처럼 변한 것이지요. 물고기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변하고 마침내 누에고치처럼 새하얀 실덩이로 제 몸을 감싸기까지 합니다. 나는 이 고치 안에서 대체 어떤 끔찍한 것이 나올까 두려워 견딜 수가 없습니다.

 '특별 요리' - 징글징글하게 생긴 굴등을 신나게 먹던 나를 보고 '사키타니'라는 사람이 다가와 특별한 요리를 먹을 수 있는 'YUI'라는 레스토랑을 추천합니다. 아내 '가나'와 함께 YUI를 찾은 나는 그곳이 악식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식당임을 깨닫게 되지요. 포유류의 뇌 요리는 기본이고 파충류에 벌레, 심지어 기생충까지 요리하는 식당이었습니다. 요충과 촌충 요리를 내오면서 여주인은 이게 레벨C의 요리라고 말합니다. 신나게 먹는 나와 가나를 바라보는 여주인. 얼마 뒤 그녀는 레벨B의 요리를 즐기는 게 어떠냐고 권합니다. 레벨B는 인육이었습니다. 레벨B가 사람의 고기라면 대체 레벨A는 뭘까... 나는 레벨A를 먹는 날이 기대되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생일 선물' - 크리스마스가 생일인 나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생일 선물로 연인인 '유키오' 선배에게 평소 탐을 내던 칼을 선물받습니다. 유키오 선배는 칼을 건네며 자신을 찌르라고 말하지요. 나는 그를 찌르며 당신을 이렇게 사랑하는 내게 대체 무슨 짓이냐고 울부짖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 당일 동아리의 파티에 참석한 나는 동아리 회원들이 주는 자신의 사지를 선물로 받게 됩니다.

 '철교' - 네 사람이 기차 여행을 떠나며 기차 안에서 괴담 이야기를 나눕니다. '고이즈미'는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알고 있다고 말하고 고이즈미의 연인 '유이'는 그가 괴담을 말하면 실제로 일어난다며 듣지 않겠다고 자리를 뜹니다. 고이즈미는 의문의 소녀를 피해 달아나다가 기차에 치인 소년의 이야기를 하지요. 시시한 결말에 듣는 사람의 야유를 받지만 그는 죽은 소년이 자신의 쌍둥이였다고 말합니다.

 '인형' - 작가인 나는 요양 차 고향집으로 내려옵니다. 어느 날 강가에서 낡은 인형을 줍게 되는데 이 인형에는 얼굴이 없습니다. 인형을 가져온 뒤 목욕을 하던 나는 자신의 몸에 있던 반점이 사라졌음을 깨닫습니다. 반면 밋밋했던 인형의 몸에 커다란 반점이 하나 생겨났다는 사실도요. 인형은 차츰 변해갑니다. 손가락 끝에 지문이 생기지 않나 자신이 옛날에 입었던 옷을 입고 있지 않나... 인형에게 무언가가 생겨날수록 나에게는 무언가가 사라집니다. 인형의 밋밋한 얼굴을 바라보며 나는 이 얼굴이 채워질 때 무슨 일이 생길 지 상상하며 두려움에 떨게 됩니다.

 '안구기담' - 나는 '구라하시 미노루'라는 사람에게서 안구기담이라는 소설을 받습니다. 안구기담에는 사람들의 눈을 파서 기묘한 조각에 끼워넣는 미친 여성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단편 모두에 '유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소설이 시작하기 앞서 적혀 있는 '그녀들에게'라는 문구와 단편 마다 등장하는 유이라는 여성의 관계성이 궁금해지는 대목이지만 저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유이라는 이름을 좋아하나보지 뭐...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하나같이 무섭고 어느 정도 징그러운 내용이지만 단편마다 분위기가 달라 신선합니다. 부부 간의 사랑이나 모성과 부성의 차이, 악식이라는 괴상한 취향 같이 주제가 다르며 그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 또한 다양하게 시도됩니다. 그로테스크함과 잔인함을 전면에 내세우기도 하고 고딕호러 풍의 스산한 분위기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호러라는 장르를 작가가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허나 이 다양한 실력의 피로가 자극의 역치를 훌륭히 제어했냐면 그건 아닌 듯 합니다. 현대와 같이 시각적 자극이 강한 시기에 서서히 독자를 조여가다가 마지막에 안개처럼 사라지는 고딕호러의 분위기는 무척 자극이 약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읽어보면 옛날 사람들은 이걸 왜 무서워했대? 라는 의문을 가질 법한 작품이 많은 것도 비단 호러의 발전이 가져온 성과만은 아닌 것 같으니까요. 이 소설 또한 대단히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단편과 분위기만으로 조금씩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는 작품이 혼재하다보니 앞서 큰 자극을 받고 그 뒤 느긋하고 은근한 자극을 받게 되는 경우가 생겨 쭉 올라간 공포의 역치값에 도달하지 못하는 게 아닌가, 란 감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단편들의 내용이 이어지지 않지만 되도록이면 순서대로 읽어주길 바란다고 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그 의도가 이해되기는 하나 몇몇 단편의 경우 충분히 자극받을 법한 수준의 공포심을 얻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느껴집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 담백하게 입가심을 했다기 보단 엄청나게 매운 음식을 먹은 뒤 보통으로 매운 음식을 또 먹은 것 같달까요. '불닭볶음면'을 먹은 뒤 '진라면 매운 맛'을 먹은 것 같달까. ...매운 음식 싫어합니다. 저는 진라면 순한 맛에도 스프를 반 정도만 넣고 먹어요. 그래서인지 제가 라면 끓이면 다들 안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남들 먹을 용으로 냄비를 하나 올리고 제 전용으로도 하나 올려서 동시에 끓인 적도 종종 있었지요. ... 매운 음식 싫어.

 호러소설의 뷔페 같은 작품입니다. 솜씨있는 작가가 보여주는 다양한 장르의 호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소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안구기담이라는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을 법한 그로테스크의 향연을 기대하셨다면 어딘가 좀 부족한 감도 느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되네요.

 


덧글

  • 細流 2014/10/31 23:24 # 답글

    생일 축하드립니다!^^
    으으, 짤막하게 적어 두신 이야기만 봐도 무섭네요.ㅠㅠ
    전 오늘 저녁에 어머니와 함께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봤습니다.^^;
  • 정윤성 2014/11/01 00:24 #

    감사합니다^^
    크리스마스의 악몽 재밌지요! 細流님도 細流님의 어머니께서도 날에 딱 맞는 영화를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 watermoon 2014/11/03 18:42 # 답글

    생일 축하드려요 아야츠지 유키토하고 오노 후유미가 결혼한자 몰랐어요
    유키토 작품은 관시리즈만 읽었는데 호러도 있군요.
    호러소설은 안좋아하는데 오노 후유마의 작품을 추리소설인줄 알고 밤에 읽고 무서워서 혼났어요
  • 정윤성 2014/11/03 19:01 #

    헤헤 감사합니다^^
    저도 얼마 전까지 두 사람이 결혼한 지 몰랐어요. 아야츠지 유키토의 호러소설 중에 진홍빛 속삭임이나 프릭스 같은 것도 최근에 번역이 됐더라고요. 관 시리즈 번역할 게 다 떨어져서 호러가 하나씩 번역되고 있다는 느낌도 좀 들고;;;
    오노 후유미 쪽이 호러로는 더 유명하지요. 호러는 아니지만 언제 십이국기도 읽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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