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키메 -일본


 ‘미쓰다 신조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알려진 작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번역되어 들어 온 책의 수가 상당해요. ‘작가 3부작으로 불리는 기관, 호러작가가 사는 집작자미상그리고 사관장’, ‘백사당작품이 네 편인데 왜 3부작이냐면 사관장과 백사당이 한 쌍이기 때문입니다. - 전부 번역되었으며 도조 겐야 시리즈또한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산마처럼 비웃는 것’,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총 네 편이 번역되었습니다. 도조 겐야 시리즈는 현재까지 총 여덟 편이 출간되었으니 절반가량 국내에 들어왔다고 보시면 되겠네요. 나머지 네 편도 어떻게 힘을 내서 빨리 좀사상(死相), 즉 상대의 죽을상을 보는 탐정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상학 탐정 시리즈1편인 ‘13의 저주가 번역되었지요. 사상학 탐정은 현재 총 네 편이 나와 있습니다. 시리즈 두 번째 작품이 네 귀퉁이의 마귀 - 四隅-’, 세 번째 작품이 여섯 기생충의 몸 - 六蠱-’ 그리고 네 번째 작품이 다섯 뼈의 칼 - 五骨-’입니다. ‘집 삼부작은 어하나도 번역되지 않았으니 넘어가고 앤솔로지인 이형 콜렉션도 빼고 독립적인 작품 중에서도 붉은 눈’, ‘일곱 명의 술래잡기’, ‘노조키메가 번역되었지요. 번역되지 않은 작품으로는 쉘터, 종말의 살인 - シェルター 終末殺人 -’, ‘슬래셔, 폐원의 살인 - スラッシャー 廃園殺人 -’, ‘쫓아오는 것 - ついてくるもの -’, ‘어느 집이라도 무서운 것이 있다 - どこのにもいものはいる -’ 등이 있습니다. 어라? 작가의 작품이 국내에 많이 번역되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번역 안 된 것도 잔뜩 있다는 식의 정리가 되어버렸네요. 앞으로의 즐거움이 이렇게나 남아 있다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기담이나 괴담을 좋아하는 작가인 는 어느 날 미스터리 라이터인 나구모 케이키와 만납니다. 그는 신비한 나무를 베면 나타나는 괴이인 노조키네에 대해 말을 하지요. 나무를 벤 뒤 누군가가 엿보는 느낌을 하염없이 받게 되는 일종의 저주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이 노조키네에서 파생된 노조키메라는 것이 있다고 합니다. 그는 이 노조키메가 민속학의 거장 아이자와 소이치에게서 훔친 노트에 적혀 있으니 노트를 사지 않겠냐고 제안하고 나는 깜짝 놀라 얼른 거절합니다. 이렇게 잊히나 싶던 일이었지만 얼마 뒤 나구모는 밑도 끝도 없이 택배로 노트를 나에게 전합니다. 나는 노트를 아이자와에게 돌려주지만 이내 아이자와는 노트를 내게 주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지요. 결국 손에 넣게 된 노트를 보며 나는 이 일을 나구모에게 알려야겠다는 마음을 먹습니다. 나의 전화를 받은 나구모는 절대 그 노트를 열어보지 말라고 말합니다. 왜냐고 묻는 내게 그는 말하지요. “그것이 엿보러 오니까열지 말라고 해도 안 열 수가 없지요. 나는 노트를 펼치고 그 안의 내용이 놀랍게도 예전에 취재했던 토쿠라 시게루라는 사람의 이야기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에 나는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엿보는 저택의 괴이그리고 종말 저택의 흉사라는 제목을 붙여 소설로 쓰게 됩니다. 이 소설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읽는 도중 누군가가 엿보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 때는 얼른 책을 덮고 다른 일을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엿보는 저택의 괴이 토쿠라 시게루는 여름방학을 맞아 별장지 ‘K리조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토쿠라와 다른 세 명의 동료들은 대학생이라는 공통점에 금방 친해지지요. 별장에 도착하자 토쿠라는 흉흉한 기운을 느낍니다. 동료인 아이자토 사이토도 같은 느낌을 받지요. 허나 나머지 두 명은 전혀 깨닫지 못합니다. 바쁜 7월이 지나고 8월이 되자 일이 한가해졌습니다. 이때, 나머지 두 명 중 한 사람인 카즈요가 신비한 현상을 체험했고 다른 세 사람과 함께 자신이 체험했던 장소로 다시 향합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완전한 폐촌이었지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들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을 느낍니다. 이 시선은 폐촌을 떠난 뒤에도 끊임없이 그들을 쫓아옵니다.

 종말 저택의 흉사 아이자와 소이치는 친구 사야오토시 소이치의 죽음 때문에 조문을 하러 친구가 살던 마을에 도착합니다. 사야오토시 가문은 지주였지만 워낙 흉흉한 소문이 많아 꺼려지는 존재였습니다. 아이자와가 마을에 도착한 때, 마침 사야오토시 가문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조모가 돌아가신 것이었지요. 저주받은 가문으로 향하는 아이자와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숨어서 엿봅니다. 이후 사야오토시 가문의 나머지 사람들 또한 별 다른 이유도 없이 하나씩 죽음을 맞이하고 아이자와는 이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 여기게 됩니다.

 

 줄거리 요약도 쉬운 일이 아니네요. 소설 처음에 작가가 이 책을 읽으면 너도 누군가가 엿보는 기분이 들 수도 있다는 너스레를 떠는 부분이 가장 짧고 소설 속에 삽입된 두 편의 이야기 중 엿보는 저택의 괴이가 다음으로 짧고 종말 저택의 흉사가 가장 긴데 줄거리 요약에선 정반대로 되었네요. 그래도 작가가 바랐던 허구와 현실의 메타적 느낌을 살리기 위해 길이를 조절하느라고 한 건데 영 실패 같은 느낌이. , 결국 요약일 뿐이니까요.

 “독자인 당신에게 이 자리에서 말해두고 싶습니다. 혹시 만에 하나라도 이 책을 읽는 중에, 평소에는 느끼지 않을 시선을 빈번하게 느끼게 되었다,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주위를 둘러보지만 아무도 없다, 있을 수 없는 장소에서 누군가가 엿보고 있다, 그런 기분이 들어서 견딜 수 없다, 이런 감각에 사로잡힌 경우에는 일단 거기서 이 책을 덮기를 권합니다.”라는 서두는 생각해보면 작가의 너스레일 뿐입니다만 경고가 제법 진지해서 조금 무섭습니다. 저도 누군가 엿보는 기분이 들 때가 있는데 엄청 무서워요. 특히나 머리를 감을 때 눈을 꼭 감고 머리를 벅벅 감고 있는데 화장실의 조그만 창문 쪽에서 굉장히 선명하게 시선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3층인데! 그럴 때마다 눈을 확 뜨고 창문을 봐야 할지 끝까지 무시하고 머리를 감을지 너무너무 고민이 됩니다. 대개는 눈을 뜨고 보는 편인데 호러소설에서는 대개 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 죽지요이 소설에서 가장 전면에 내세우는 공포가 바로 누군가가 당신을 엿본다, 라는 것입니다. 일종의 스토커지요. 체포가 불가능한.

 소설은 작가가 토쿠라 시게루라는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게 된 과정, 아이자와 소이치의 노트를 얻게 된 과정을 짧게 늘어놓은 뒤 그 두 가지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소개하는 방식입니다. 작품 속에 작품이 두 개가 더 있는 셈이지요. 토쿠라 시게루의 이야기인 엿보는 저택의 괴이는 순수한 호러작품에 가깝습니다. 불길한 숲속에서 누군가에게 유도당한 주인공들이 가선 안 될 곳에 간 뒤 무서운 일을 당한다는 식이지요. 부엌 찬장을 열었더니 몸을 접은 친구가 그 속에서 두 눈을 크게 뜨고 주인공을 바라본다거나 누군가 엿보는 감각을 견디지 못한 인물이 자신의 얼굴을 전부 테이프로 둘둘 말아버리려는 시도를 하는 등 상당히 오싹한 장면이 많고 마지막까지 공포스러운 전개를 놓지 않아 훌륭한 호러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종말 저택의 흉사는 도조 겐야 시리즈 풍의 추리소설에 더 가깝습니다. 토쿠라 시게루가 겪은 무서운 일에 대한 원인이 드러나는 이 작품은 마치 소설 전체가 일종의 해답편에 가깝지요. 노조키메라고 불리는 엿보는 존재가 태어나게 된 계기나 사건 등이 미신과 사람들의 감정에 섞여 불길하면서도 두렵게 다가오나 그 속에서 인과관계를 찾아내려는 노력도 함께 존재합니다. 단순히 무서운 것이 아니라 앞서의 공포에 비하면 자극의 강도가 낮은 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오노 후유미잔예를 읽고 난 뒤 설명이 되는 두려움에 대해 조금 시시함을 느끼게 되어 더욱 자극이 덜했습니다. 이건 후유미 씨가 잘못했다고 생각해요. 다른 호러 작가들은 어떡하라고 그렇게 대단한 책을 쓰다니!

 누군가가 자신을 엿본다, 라는 공포를 잘 다루고 있습니다. 사람은 어둠을 무서워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둠 속에 숨겨진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을 무서워하는 것일까요? 시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지만 느낄 수는 있지요. 예전에 무슨 방송에서 누군가가 빤히 쳐다보면 그 부분의 체온이 높아진다는 식의 내용이 있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닐 것 같지만 아무튼 과학적인 설명은 할 수 없어도 시선은 분명 느낄 수 있는 종류의 무언가입니다. 다만 소설이 이 엿보는 존재, 엿보는 시선에 대한 공포를 아주 극대화시켰냐면 그 부분에서는 조금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그저 엿본다, 를 넘어서서 대상이 된 인물이 결국 죽음을 맞이하기 때문이지요. 스스로가 견디지 못하고 히스테리로 죽는 게 아니라 괴이한 존재에 의해 죽음이 강제되는 것이라 엿보기 이상의 액티비티가 존재합니다. 이 능동적인 행위가 엿보기라는 행위를 단지 죽음의 전 단계 정도로 격하시키고 있어 초반의 참신함이 퇴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엿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서울 수 있는데 조금 더 공포를 끌어올린 뒤 마지막에 죽음이라는 카드를 꺼내는 편이 더 개성적일 수 있었으리라 보입니다. 또한 종말 저택의 흉사 부분은 물론 독립적인 소설로 보이지만 앞서의 이야기 때문에 독립성이 애초부터 조금 훼손되어 있습니다. 때문에 가장 분량이 많은 이야기임에도 문제지보다 해답지가 더 긴 참고서를 읽는 기분이 들지요. 도조 겐야처럼 기이한 풍습과 미신이 있는 마을에서 마을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관습에 따라 흉사가 이어지는 식의 전개는 좋지만 이러한 전개가 가져올 공포 부분이 앞서 엿보는 저택의 괴이를 통해 이미 제시가 되었고 그 이상의 자극을 제공하지 않아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저는 좀 지루했어요.

 구성이 나쁘지는 않지만 약점으로 느껴집니다. 소설 두 개로 딱 나누는 것이 아니라 시간대가 멀리 떨어진 하나의 이야기로 묶고 교차하며 전개했다면 필요한 부분에서 자극을 넣고 적절하게 설명을 끼울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네요. 그리고 엿보는 공포를 내세운 노조키메지만 엿본다, 보다는 죽는다, 가 더 크다는 점도 안타깝습니다. 여름밤에 읽긴 괜찮겠지만 추운 날에 굳이 일부러 읽을 필요까진 있을까 싶네요



덧글

  • 미니벨 2015/02/15 20:38 # 답글

    도조 겐야 시리즈는 몇 권 읽었는데 작가 시리즈는 작가 미상 밖에 못 읽었네요.
    노조키메도 읽고 싶고 다른 작가 시리즈도 기회가 있으면 읽어봐야겠네요.
  • 정윤성 2015/02/15 21:47 #

    붉은 눈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편집인데 그건 읽는 내내 정말 무서웠어요...
  • 아프로군 2015/02/16 05:37 # 삭제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ㅎㅎ
    잘 보구 갑니다 :)
    서이추 남기고 가요! 자주 소통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 정윤성 2015/02/16 10:58 #

    네, 감사합니다.
  • 아프로군 2015/02/16 05:37 # 삭제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ㅎㅎ
    잘 보구 갑니다 :)
    서이추 남기고 가요! 자주 소통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 아프로군 2015/02/16 05:37 # 삭제 답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당 ㅎㅎ
    잘 보구 갑니다 :)
    서이추 남기고 가요! 자주 소통하면서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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