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이야기 - 애니메이션도 한 번 봐야겠다. -일본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를 읽고 니시오 이신이라는 작가에게 흥미가 생겨 다른 작품도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손에 잡은 것이 괴물 이야기입니다. 애니메이션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이라 이미 읽은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네요.

 정보를 좀 얻기 위해 위키에 가봤더니 시리즈가 굉장히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후속작이 가짜 이야기라더라,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정보를 보니 아예 시즌제로 퍼스트 시즌, 세컨드 시즌, 파이널 시즌으로 나뉘어 각기 네다섯 편의 작품이 있고 프리퀄까지 있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정도더군요. 완전 대하소설이었어요. 뭔가 굉장하네요. 읽을 게 많아서 좋긴 합니다만.

 

 괴물 이야기는 총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히타기 크랩’, ‘마요이 달팽이’, ‘스루가 몽키’, ‘나데코 스네이크츠바사 캣이지요. 해당 편 여주인공의 이름과 여주인공에 관련된 괴이가 연결되어 제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히타기 크랩 아라라기 코요미는 우연히 계단에서 미끄러져 떨어지던 동급생 센조가하라 히타기를 받아냅니다. 센조가하라는 아주 아름다운 외모와 쌀쌀맞은 태도를 지닌 비밀스러운 소녀로 양가집 아가씨일 거다 같은 소문을 몰고 다녔습니다만 그 이상의 비밀을 숨기고 있었지요. 바로 몸무게가 고작 5kg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이 같은 현상은 현대 의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고 과거에 있었던 괴이한 경험과 연관이 있었던 것 같다는 추측만이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이 이상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고 번번이 실패하여 이제는 마음의 문을 닫은 센조가하라입니다만 아라라기는 그런 그녀를 돕고자 합니다. 왜냐면 아라리기는 참견쟁이에 자신도 흡혈귀 비슷한 기이한 존재이기 때문이지요.

 마요이 달팽이 어머니의 날에 집에 있기 힘들어 무작정 밖으로 나간 아라라기는 무심코 들른 공원에서 센조가하라와 만나게 됩니다. 잡담을 나누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길을 잃고 헤매는 초등학생이 눈에 들어오지요. ‘하치쿠지 마요이라는 이름의 친해지기 힘든 아이와 힘들게 커뮤니케이션을 나눈 뒤 아이의 목적지까지 바래다주기로 합니다. 옛날에 근처에서 살았던 센조가하라의 안내를 받으며 길을 나선 세 사람이지만 이상하게도 목적지에 다다를 수가 없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냥 지나치게 되고 휴대폰의 GPS마저 작동이 되지 않지요. 아라라기는 이게 괴이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을 직감합니다.

 스루가 몽키 중학생 시절 센조가하라의 친했던 후배 칸바루 스루가가 어느 날부터 아라라기를 스토킹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밤길을 걷던 아라라기는 우비를 입은 괴물에게 습격을 당하고 죽을 뻔한 위기에 빠지고 칸바루와 그녀가 가진 원숭이 손에 관련된 비밀에 얽히게 됩니다.

 나데코 스네이크 둘째 여동생 아라라기 츠키히의 친구였던 센고쿠 나데코와 우연히 만나게 된 아라라기. 나데코는 잘 알려지지 않은 신사에서 뱀을 토막내고 있었습니다. 얌전하고 조용했던 아이가 뱀 백정이 된 것에 의문을 가진 아라라기는 센고쿠와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에게 저주가 걸려있음을 알게 됩니다.

 츠바사 캣 아라라기의 친구 하네카와 츠바사는 고양이 요괴에 씌인 상태입니다. 골든위크에 스트레스를 발산하여 요괴가 잠잠해진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또 다시 튀어나와 난리를 피웁니다. 큰일이네요.

 

 …줄거리 요약을 하다가 어째 의미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줄거리라는 게 그렇게까지 의미가 있는 작품도 아니거든요. 이야기의 70~80%가 대화로 이루어진데다 이 대화가 사건보다 더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니 등장인물과 인물 간의 대화를 즐기는 것이 이 소설을 가장 잘 음미하는 방법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걸 잘 못하겠더라고요. 인물들의 대사가 참 재미있는데 그게 계속 이어지고 별다른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서 읽는 내내 무척 초조했습니다.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거지? 언제쯤 뭔가가 발생하는 거지? 하면서 불안함과 초조함이 읽는 내내 저를 휘감아 아, 나는 이런 류의 작품과 맞지 않나보다, 라는 생각을 했다가 그게 아니라 이제 내가 나이를 먹어 전형적이지 않은 구조를 받아들이지 못했으면서 이를 자신의 포용력 부재가 아니라 단지 취향의 문제로 치부하여 자신의 책 읽는 사람이라는 의미에서 그릇의 작음을 무의식 중에 부정하고자 하는 졸렬함이 아닐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의미함이 주는 의미를 고민하기에 앞서 일단 부정부터 하고보는 태도가 그저 헛되이 나이만 먹은 자신을 드러내는 것만 같아 내가 어릴 때 꿈꾸던 진정한 의미에서의 어른과 지금의 나 사이에 놓인 간극을 좁히기에 이미 늦은 것이 아닌가 하는 회한과 아직은 늦지 않았으리라는 희망이 동시에 떠오르는 와중에 이를 깨달았다손 치더라도 어떻게 극복을 할 것인가, 극복을 할 방도가 있기는 한 것인가라는 새로운 고뇌가 더해지고 게다가 어릴 적 꿈꾸던 어른이 된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것이 있기는 한 것일까 하는 회의가 이어져 나는 대체 무슨 글을 쓰고 있는가.

 등장인물들이 개성적이고 유머러스하여 대사를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칸바루 스루가가 가장 마음에 들더군요. 어른스러움과 엉뚱함이 절묘하게 섞여 있어 대사 하나하나가 모두 재미있었습니다. 해당 인물의 이야기 또한 인간이 지닌 강함과 약함을 잘 표현하여 인상적이었고요. 다른 인물들도 좋았어요. 하치쿠지는 귀엽고 센고쿠는 음, 개중 가장 비중이 적어서 잘 모르겠지만 나쁘진 않았고 하네카와는 안타까운 맛이 있어서 괜찮았고 센조가하라는 어무서워서 좋았습그냥 무서웠어요.

 대사에서 인물들의 성격이 잘 드러나고 위트가 있어 좋긴 했습니다만 아무래도 너무 길지 않나 싶더군요. 하염없이 대사들이 이어져서 웃다가도 점점 지쳐갔습니다. 둘 혹은 셋만의 대화만으로 이야기 하나를 이끌어가는 점은 대단했지만 그게 다섯 번이나 반복되어 읽는 게 점점 지루해지더군요. ‘웨딩피치같은 마법소녀가 어릴 적 친구랑 같이 보곤 했는데 제가 열심히 본 유일한 마법소녀였지요. 남자답지 않아 보일까봐 학교에선 본다는 말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의외로 다른 녀석들도 많이 보더라는 걸 우연히 알게 되어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정작 내용은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요. - 변신을 하는데 처음 한 명이 변신하는 걸 볼 땐 멋있지만 다섯이 한꺼번에 하는 것도 아니고 한 명씩 차례대로 연이어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뭔가 액션이 추가되길 바라는 것도 이 소설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이랬다면 더 좋았을 거란 아쉬움을 표하지도 못하겠네요. 구조가 없어 보이면서도 의외로 상당히 완성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여 신기하기도 하고 미묘하기도 하네요.

 괴이라는 소재는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흡혈귀에 신, 뱀 귀신에 윌리엄 제이콥스의 원숭이 손까지 괴이 올스타즈 같은 소재의 풍부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오시노 메메라는 인물의 입을 통해 괴이의 근원이나 행태 같은 지식이 나열되는 것도 읽는 맛이 있었고요. 인간과는 다르지만 인간의 필요에 의해 나타나 인간을 괴롭힌다, 라는 작품 내의 괴이에 대한 정의도 참신했습니다. 다만 오노 후유미잔예를 읽고 난 뒤라서 이러한 괴이보다는 정말로 이해의 영역을 아예 넘어버린 괴이 쪽이 더 괴이답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아라라기와 오시노가 함께 나서면 두렵고 신비하던 괴이가 어느새 인간에게 편리한 존재로 바뀌어 전락해버린다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이는 괴이에 의해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의 시간이 작중 굉장히 짧게 드러나고 해결책 또한 오시노 메메라는 인물 하나에 귀결되는 단순함 때문이 아닐까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괴이 때문에 괴로워하는 인물의 모습을 길게 묘사하면 더 재밌어질 거 같다는 느낌은 또 아니라서 미묘하네요. 감상문을 적으면서 비로소 깨달았는데 의외로 이야기가 완성되어 있어 빈틈이 여기다! 라고 말할 수가 없네요. 신기하다.

 그나저나 읽는 내내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나?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딱히 움직이지도 않고 그냥 내내 떠들기만 하는데 말이지요. 영화 맨 프롬 어스저수지의 개들처럼 만들면 재미는 있을 거 같긴 하지만 TV애니메이션이라는 게 의외로 길어서 극장용 영화랑은 호흡이 또 다르니까요. 허나 애니메이션이 꽤 호평을 받고 인기도 좋았다는 걸 아니까 오히려 더 신기하더군요. 저도 한 번 봐야겠습니다. IPTV에 있으려나.

 재미있지만 취향이 많이 갈릴 거 같네요. 당장 저부터 후속작을 볼까말까 고민이 될 정도니까요. , 가짜 이야기는 좀 시간을 가진 뒤에 읽어봐야겠습니다. 괴물 이야기 애니메이션부터 보고 난 뒤에.



덧글

  • gvw 2015/06/24 19:28 # 답글

    저도 괴물 이야기는 재미있게 읽었고, 애니메이션도 독특해서 재밌게 봤습니다.
    다만 후속작은 뒤로 갈수록 별로였어요.
  • 정윤성 2015/06/24 21:40 #

    처음과 같은 재미를 계속 주는 시리즈는 거의 없으니까요... 불사조처럼 계속 살아나는 예도 분명 있지만 점점 재미가 떨어지는 건 시리즈의 숙명이겠지요.
  • 1월군 2015/06/24 21:51 # 답글

    소설을 재밌게 보셨다면 애니메이션도 실망하시진 않을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소설의 영상화 중에서는 굉장히 잘 된 케이스라고 봅니다.
  • 정윤성 2015/06/24 22:35 #

    호평이 많더라고요. 저도 많이 기대 중입니다.
  • JOSH 2015/06/25 00:54 # 답글

    이 작가는 그나마 이 모노가타리 시리즈가 평범한 소설에 가깝긴 합니다....
    이 시리즈는 재미있게 봤는데, 다른 소설들은 도저히 읽기가 힘들더군요...
  • 정윤성 2015/06/25 13:15 #

    그렇군요. 저는 좀 이상한 걸 좋아하는 편이라 다른 소설 쪽이 더 취향에 맞을 지도 모르겠네요.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도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 WeissBlut 2015/06/25 02:36 # 답글

    등장인물들끼리 만담을 하는게 지치셨다면 가짜 이야기는 아마 못 보실겁니다. 더 심해지거든요.
  • 정윤성 2015/06/25 13:16 #

    이런... 이번보다 더 심해지면 그건 정말 읽기 곤란할 거 같은데요.
  • 아인베르츠 2015/06/25 15:59 # 답글

    원래 출판을 의도로 쓴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심심풀이 겸 쓴 물건이 편집자 눈에 띄어서 출판합시다!가 되 버린지라 좀 소설로서는 미묘하죠. 애시당초 소재만 놓고 보면 에피소드 하나당 라노벨 하나 써먹으려고 하면 얼마든지 써먹을 수 있었을텐데도 그렇지 않은 것도 그렇고.
    그것때문인지 다음 에피소드부터는 첫편처럼 여러편의 에피소드가 줄창 이어져 가는게 아니고 한, 두개 정도가한계였던것도...
    그러나 니시오 이신의 수다 전개는 분량 채울 겸, 소재 고갈도 있고, 복선, 만담 난발로 시리즈가 계속될수록 한층 박차를 더하니 등장인물들에게 애착을 가지고 걔네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하지 않으면 후속 시리즈 힘드실듯...

    니시오 이신 시리즈치고는 특이하게 주인공만 아니라 주변인물들의 성장도 다루고 있어서 절대 캐릭터가 단락적이지 않고 변화하는게 특징인 시리즈거든요.
  • 정윤성 2015/06/25 21:02 #

    작가가 취미삼아 쓴 소설이 출간되는 일은 의외로 자주 있는 에피소드지요. 개인적으로는 일로 글을 쓰면서 취미로도 글을 쓴다는 게 좀 묘하게 느껴지긴 합니다만 그게 되니까 작가라는 것이겠지요. 칸바루 스루가에게는 애착이 좀 생기긴 합니다만 다른 인물들에게는 그닥... 다들 매력적이긴 했지만 계속해서 행보를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까지 들지는 않네요.
    좋은 시리즈란 등장인물들이 계속해서 변하고 성장하는 게 필수겠지요. 매번 같은 태도와 행동만 고수한다면 일관성은 있겠으나 영 지루할 뿐이니까요. 주인공을 포함한 많은 인물들이 꾸준히 성장한다니 그 점은 무척 훌륭하네요.
  • 윤주 2015/06/25 16:49 # 답글

    뒷권으로 갈수록 점점 별로였던터라, 이야기 시리즈, 칼 시리즈 전부 다 팔아버리고 헛소리 시리즈만 남겨뒀죠.
    아, 그나마 후속권 중에 상처 이야기는 좋더군요.

    사실 제 입장에선 헛소리 시리즈 시절의 독기가 빠진듯한 느낌이라 단순히 만담만으로는 한계가 보이겠구나 싶었습니다. 헛소리 시리즈도 만담 요소가 아예 없었던건 아닌데, 이야기 시리즈만큼 심하진 않았거든요.

    최근에 나온 니시오 이신 작가 소설 중에서 소녀 불충분이란 책이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어떻게 보면 작가의 자서전 같기도 하고, 소설적인 요소가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서 취향을 탈것 같네요.

    문제는 이것도 작가의 고질병인지 이 소설도 '언제쯤 뭔가가 발생하지?'를 한구석에 묻어둬야 한다는 조건이 붙습니다(...)
  • 정윤성 2015/06/25 21:06 #

    작가가 헛소리 시리즈로 데뷔를 했다지요? 일단 이 이야기 시리즈는 쉬고 그쪽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너와 나의 일그러진 세계에서 보였던 터부에 대한 도전이나 독기가 이번 작품에선 그리 드러나지 않아 저도 좀 아쉬웠는데 윤주님도 그러셨군요. 독자의 허를 찌르는 독한 자세는 묘하게 매력이 있지요.
    소녀 불충분이라... 유메노 큐사쿠의 소녀지옥이 연상되는 제목이네요. 내용은 아무 연관이 없을 거 같긴 하지만 저도 흥미가 생깁니다. 도서관에 있으려나...
  • 2015/06/28 15:1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6/28 17:2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5/06/28 21:5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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