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의 집 -일본

 ‘미쓰다 신조의 호러 소설 괴담의 집을 읽었습니다. 공포라는 감정은 오싹한 추위를 동반하기에 여름에 읽으면 딱 좋습니다만 겨울에 읽어도 또 다른 맛이 있지요. 원래부터 추운 상태에서 읽다보면 이게 추워서 추운 건지 무서워서 추운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아 찾아온 공포가 아예 떠나질 않아요. 그게 참 좋지요. 요즘은 큰 일교차 때문에 덥다가도 추운 나날이 이어지니 호러 소설을 읽기 좋은 날씨는 아닌 것 같긴 합니다. 귀찮은 날씨네요.

 

 괴담의 집은 다섯 편의 괴담을 엮은 소설입니다. 작가인 와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는 미마사카 슈조는 괴담을 좋아한다는 인연으로 친해진 사이입니다. 미마사카는 어느 날, 두 편의 괴담을 각각 다른 경로로 듣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 두 편의 이야기에서 묘한 공통점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시기와 지역의 차이가 있는 두 괴담 사이에서 느껴지는 비슷함에 문득 두려워진 미마사카는 나에게 상담을 하지요. 나는 이야기들을 읽어보겠다고 약속하고 미마사카는 비슷한 괴담이 더 있나 찾아보겠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다섯 편의 괴담이 모이고 다섯 편을 모두 읽은 미마사카는 무언가가 자신을 찾아왔다, 찾아냈다는 것을 느낍니다.

 

 어머니의 일기 저편에서 온다 단독주택을 구입한 는 기쁜 마음으로 집을 정리하지만 문득 이상한 느낌을 받습니다. 햇살이 비치는데도 괜히 어둡고 아무리 청소해도 묘한 더러움이 지워지지 않는 것이었지요. 천정에서는 투둑투둑하는 의미불명의 소리도 들립니다. 게다가 어린 딸인 카나는 벽에 대고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벽지의 울타리 그림 너머에 누군가 있으며 자기와 함께 논다는 것이었지요. 울타리 너머에 있는 누군가는 카나를 데려가고 싶어 합니다. 나는 딸의 이야기에 어이가 없다고 느끼면서도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그러던 중 카나와 방에서 같이 놀던 유토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납치당했다고 여겨 경찰까지 출동하지만 카나는 어머니에게 유토는 울타리 너머로 갔다고 말합니다.

 소년의 이야기 이차원 저택 - ‘이시베 호타는 친구들과 놀다가 홀로 남겨집니다. 산속의 풀밭에서 혼자가 된 이시베는 아이를 잡아간다는 귀신 와레온나와 마주칩니다. 목숨을 걸고 달아나던 이시베는 마을 어른들이 절대 가까이 가지 말라던 신케이 저택안으로 달아나지만 와레온나는 끝까지 따라오지요. 창고로 들어가 궤짝 속에 숨는 이시베. 시간이 흐르고 이제 괜찮겠지 생각하며 궤짝 문을 여니 그곳에는

 학생의 체험 유령 하이츠 대학생인 는 어느 연립주택에서 자취를 시작합니다. 주변에 비해 이상하게 싼 가격에 냉큼 계약한 것이지요. 203호에 자리잡은 나는 옆집 205호에 인사를 가지만 거주자인 여인의 음울한 얼굴에 실망합니다. 처음 며칠은 자취생활이 좋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천정에서 투둑투둑하는 묘한 소리가 들려옵니다. 게다가 밤이 되면 옆방에서 드륵드륵 소리도 들려오지요. 밤중에 나는 소리의 정체를 알아보려 방을 빠져나간 나는 천정에서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노파를 발견합니다. 눈이 마주치고 나는 급히 우산으로 얼굴을 가린 채 집으로 돌아오지만 시선은 여전히 따라오는 것만 같습니다. 비가 오는 다른 날, 나는 우연히 집주인과 마주칩니다. 내가 이상한 소리에 대해 슬쩍 떠보자 집주인은 괜찮다고 말합니다. 그건 아이만 잡아가니까요. 허나 괜한 말을 하나 덧붙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상당히 동안이군요.

 셋째 딸의 원고 미츠코의 집을 방문하고서 어머니가 미츠코의 집이라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가 되고 그런 어머니를 데려오기 위해 아버지와 두 언니가 찾아가지만 돌아오질 않습니다. 셋째 딸인 사오리는 동생 신야를 지키며 단 둘이서 살아가지만 사오리가 없을 때 몰래 찾아온 어머니는 신야를 훔쳐갑니다. 신야를 되찾기 위해 미츠코의 집으로 간 사오리. 원래 신자로 북적하던 집은 인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나 두 언니들의 기척도 전혀 없었지요. 집 안에는 지켜야 하는 원칙들이 잔뜩 적혀 있고 지키지 않으면 코우시님이 찾아온다는 경고가 있었습니다. 지치고 배가 고팠던 사오리는 원칙을 어기고 부엌에서 몰래 음식을 집어먹고 잠이 듭니다. 눈을 뜨자 집에는 어둠이 짙게 깔렸고 문득 무언가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노인의 기록어느 쿠루이메에 대하여 어느 노인의 수기에 키요코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습니다. 귀신을 부리고 저주를 내리는 키요코는 마을 사람들에게 기피대상이지만 키요코의 아버지는 그녀의 능력을 사업에 이용하려고 합니다.

 

 나쁘지는 않은데딱히 대단하지도 않습니다. 다섯 편의 괴담 각각은 나름대로 으스스하지만 합쳐놓으니 영 애매하네요. 괴담은 꽤 무섭고 다섯 편의 괴담을 묶는 공통점인 천정에서 나는 의문의 소리, 쥐도 새도 모르게 납치되는 아이, 괴물을 막는 격자무늬 등에서 추리 비슷한 것도 등장해 뭔가 풍부한 느낌이 있긴 합니다만 이게 단점으로도 작용합니다. 괴담이 무서움만 추구했다면 만족스러웠을 법도 한데 추리의 영역에 한 발을 딛다보니 무서움 너머의 이성적인 깨달음을 암시하고 맙니다. 괴담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지 않고 왜 이 괴담들에서 이런 공통점이 생겼나, 괴담들에 공통점이 있다는 것은 귀신의 정체와 무슨 연관이 있나, 같은 의문이 따라붙다보니 무서움은 끝났는데 이야기는 여전히 지속되어 질질 끌리는 느낌입니다. 이러한 상태에서 추리소설의 해답 편 같은 노인의 기록어느 쿠루이메에 대하여가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합니다. 초능력을 지닌 어느 소녀가 저주를 어쩌구저쩌구 하는 설명은 너무 간편하고 간략하여 맥이 빠집니다. 앞서 네 편의 괴담이 발생한 이유는 초능력 소녀의 저주였다! 같은 두루뭉술한 설명만 남긴 뒤 자세한 영역의 의문들엔 괴담이라는 게 다 애매한 거지.” 같은 변명 비슷한 감상으로 대신해 더욱 맥이 빠집니다.

 무섭긴 무서워요. 허나 괴담 특유의 애매함을 살리면서 그 속에서 추리의 요소를 집어넣으려던 작가의 시도는 약간 과했던 것 같습니다. 각자의 괴담은 무서웠지만 이성적인 설명이 뒤따를 거란 예고 때문에 무서움이 끝난 순간 이야기도 같이 끝나지 않았고 그렇게 이어지던 이야기는 납득하기 애매한 설명이 덕지덕지 붙어 지저분하게 마무리됩니다. 깨끗하지도 않고 확실하지도 않은 채 지저분한 애매함만 남은 것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미쓰다 신조는 메타적 요소를 배제한 전통적인 픽션 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네요.



덧글

  • LionHeart 2015/10/24 10:39 # 답글

    저는 어차피 괴담이라 제대로된 결말을 내지는 않겠지하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정윤성님께서 느끼셨던 아쉬움보다는 각 괴담에서 느껴지는 매력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
    무엇보다 전에 읽었던 오노 후유미씨의 <잔예>가 이 책과 너무 유사성이 많았던지라 두 작품을 비교해서 읽는 것도 즐거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다 읽고 난 뒤 느껴지는 공포도, 말씀하신 추리소설 같은 부분도 <잔예> 쪽이 더 좋았습니다. 소설보다는 르포 같은 느낌이라 좀더 현실감이나 괴담의 원인을 뒤쫓는 느낌이 생생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책 중에 어느 것이 더 재미있었냐고 묻는다면 전 <괴담의 집>을 선택할 것 같네요. 이야기 적인 재미는 이쪽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잔예>가 현실감을 느끼게 해준 만큼 이야기적인 묘사나 전개는 때로는 유치하고 뻔할지 몰라도 <괴담의 집> 쪽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정윤성님의 <잔예> 리뷰도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괴담의 이야기가 당신의 현실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인지시킨다는 점에서 정말 무서운 이야기였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라는 말씀에 깊게 공감하고 갑니다.
  • 정윤성 2015/10/24 12:09 #

    각 괴담은 정말 매력적이지요. 읽다가 어우 무서워, 어우 무서워를 연발했어요. ^^;;;
    잔예랑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저도 느꼈습니다. 잔예가 르포 형식으로 덤덤히 괴담을 따라갔다면 이 작품은
    더 소설스럽게 괴담의 뒤를 쫓았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재미는 이 작품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잔예를
    먼저 읽어서인지 약간 제 평가가 박했다는 감도 드네요.
    이 감상문뿐만 아니라 잔예 것까지 읽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뿌듯하네요.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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