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프스 웨이브 -미국

책 표지 대신 영화 포스터를 한 번...


 ‘피프스 웨이브클로이 모레츠주연으로 현재 상영하고 있는 5침공의 원작 소설입니다. 클로이 모레츠가 나온다는 말에 제5침공을 볼까 말까 잠시 고민했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는 킥 애스렛 미 인캐리다크 플레이스도 전부 원작만 보고 영화는 보지 않았더라고요. 렛 미 인 재미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도 영화는 그냥 넘기고 원작 소설만 읽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제5침공의 평들을 보니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좀 들고

 

 외계인이 침공했습니다. 모선을 타고 둥실둥실 날아와 열흘 간 멍하니 있던 외계인들은 난데없이 강력한 EMP를 쏴서 지구상의 전자기기를 전부 마비시킵니다. 사람들은 외계인이 전혀 우호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이 공격을 첫 번째 파동이라 부릅니다. 두 번째 파동은 엄청난 질량의 기둥을 떨어뜨려 만든 거대한 해일이었고 세 번째 파동은 치명적인 전염병이었습니다. 해일을 피해 내륙으로 모여 들었던 사람들은 전염병에 무방비로 노출되었고 선천적인 내성을 지닌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극심한 고통 끝에 사망합니다. 줄어들 대로 줄어든 사람들을 맞이한 것은 인간과 똑같이 생긴 외계인의 암살자 소리 없는 자들이었지요. 이 암살자들이 네 번째 파동이었고 인류는 99% 이상 제거되었습니다. 16살의 소녀 캐시 설리번은 이 와중에 어머니를 잃었지만 아버지와 어린 동생은 무사히 살아남은 운이 좋은 아이였지요. 허나 어머니를 여읜 뒤 가족들은 피난캠프로 향했을 때부터 캐시의 운이 다했습니다. 캠프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캐시의 아버지는 살해당하고 동생은 어디론가 끌려가지요. 캐시 또한 매일매일 심각한 위기에 빠지며 간신히 살아남던 와중 소리 없는 자가 그녀의 목숨을 노립니다.

 

 소설은 웨이브를 파동이라고 번역했고 영화는 침공으로 번역했네요. , 중요한 점은 아니지요.

 ‘헝거게임이후 틴에이저들이 주인공인 종말소설이 유행했는데 피프스 웨이브 또한 이 궤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시류를 따른 작품이고 그 이상의 면모는 보이지 않습니다. 클로이 모레츠가 이 소설에서 무슨 특별한 점을 발견하고 영화의 주연을 맡았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시나리오는 좋았나?

 외계인에 의한 네 번의 침공이 이미 시작된 뒤에 소설이 시작한다는 점은 재미있습니다. 외계 병사가 원반을 타고 와서 레이저 총을 비융비융 쏘는 대신 실체는 코빼기도 비추지 않은 채 전자파와 해일, 전염병만으로 인류를 공격한 뒤 잔당 소탕조차 인간과 똑같이 생긴 암살자들을 풀었기에 저 멀리 떠있는 모선을 제외하고는 인류 모두가 분노를 쏟아낼 대상을 찾지 못했다는 설정도 나쁘지 않네요. 나쁘지는 않은데 썩 와 닿지도 않습니다. 인공적인 해일과 전염병이라는 압도적인 방식을 쓴 외계인이 남은 1%의 인류를 잡기 위해 쓴 수단이 너무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수 년 전에 미리 인간들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외계인들이 총을 들고 하나하나 잡는다는 것도 이상하지만 다섯 번째 파동의 번잡함은 더욱 이해하기 힘듭니다. 인류를 일부러 훈련시키고 무장시켜 다른 인류를 잡는다는 방식은 참 요상하지요. 만약 인류가 소수의 집단으로 나뉘어 체계적으로 외계인들에게 강렬한 게릴라전을 걸고 있고 이를 타도하기 위해 인간들을 훈련시켜 스파이로 투입하는 것이라면 당위성이 있지만 그저 인류를 하나도 남기지 않기 위한 방식으로 고른 것이 인류를 훈련시킨다는 것이라면 이해가 힘듭니다. 그냥 건담F91’버그같은 드론을 만들어서 쓸어버리는 편이 훨씬 품이 적게 들고 확실할 건데 말이지요. 다섯 번째 파동, 5침공의 부조리함과 무자비함이야말로 이야기의 축이 되어야 하는데 먼저 드는 생각이 왜 이렇게까지 귀찮은 방식을 쓰는 거지?”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외계인은 인류를 바퀴벌레처럼 토벌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는데 우리가 바퀴벌레를 잡는 방법은 약을 쓰는 정도이지 굳이 한 마리, 한 마리의 뒤를 쫓아가며 죽이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데 다섯 번째 파동은 이를 넘어 바퀴벌레에게 끈끈이를 쥐어준 뒤 다른 바퀴벌레한테 붙이라고 하는 꼴이니바퀴벌레의 길은 바퀴벌레가 가장 잘 알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영아마도 작가는 제5침공의 아이디어를 먼저 생각하고 에피소드를 구상한 뒤 전체 체계를 잡아간 것이 아닐까, 그 때문에 침공 간의 정합성이 부족한 게 아닐까 예상해봅니다.

 주인공 캐시 설리번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5침공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은 캣니스 에버딘의 마이너 버전 정도로군요. 강단이 있고 의지가 강하긴 합니다만 스스로 보여준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생존을 위한 의심이 이타심을 넘어섰을 때 보인 갈등과 괴로움은 근사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에반 워커와 엮여 들쑥날쑥한 감정에 휘둘리기만 하는 모습은 좀 지루했어요. 에반 워커가 반한 그녀의 이율배반적인 강인함이 좀 더 드러났어야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에반 워커는 캐시 하악하악에서 더 나아가지 않아 징그럽더군요. 그도 굴곡진 인생사가 있긴 했는데 모든 고뇌가 결국 캐시 하악하악이라. 캐시의 첫 사랑이자 다른 남자주인공 도 뭐 하나 진득하게 하는 것 없이 챕터마다 매번 숨겨진 반전을 깨달으며 입장을 휙휙 바꿔서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눈이 가는 인물이 없네요.

 이 소설을 읽고 깨달은 것은 클로이 모레츠가 예쁘긴 해도 나오는 영화에는 의심을 가지는 게 좋겠다, 입니다.



덧글

  • dd 2016/03/07 02:17 # 삭제 답글

    영화는 악평이 많아서 보지 않았는데 책도 별로 재미있진 않은 모양입니다. 킥애스 이후 클로이 모레츠의 작품 선택에 회의감이 드네요.
    클로이 모레츠가 나온 영화 중 더 이퀄라이저는 꽤 근사합니다. 비록 그녀가 조연수준으로 짧게 나오긴 하지만요; 덴젤 워싱턴이 나오는 영화인데 원작은 드라마라더군요.
  • 정윤성 2016/03/07 04:59 #

    네, 그리 재미있지 않네요. 소년소녀들의 고난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그 외에는 다 그저 흘러가는대로 흐르는 이야기라 별로 대단한 감이 없습니다. 저도 클로이 모레츠의 선택이 못 미덥긴 합니다만 렛 미 인은 원작이 굉장히 좋으니 영화도 괜찮지 않을까요? 아니려나...
    더 이퀄라이저는 화끈한 액션영화라고 들었습니다. 덴젤 형아는 저도 참 좋아하는데 말씀 들으니 더욱 보고 싶네요. IPTV에 찾아보면 있을라나? 주말에 한 번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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