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아 2호 -그외

 격월간 잡지 미스테리아는 출판사 문학동네의 임프린트인 엘릭시르에서 만든 미스터리 장르 전문 잡지입니다. 특이한 부록을 주는 것이 특징이며 현재 5호까지 발간되었습니다. 저는 창간호를 읽지 못한 대신 2호와 3호를 읽었는데요, 그 중 2호에 대해서 감상을 남기고자 합니다. 잡지 독후감은 써본 기억이 없어서 좀 어색하네요.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뭔가 좀 요상합니다. 공간을 시원시원하게 쓴 부분은 인상적이나 전체적인 통일감이 부족하고 특히 삽입된 사진의 배열이나 크기가 의미를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들쑥날쑥해서 읽는 흐름을 끊거나 방해하는 감이 있습니다. 잡지에 삽입된 사진이라기보다는 블로그의 포스트에 대충 집어넣은 사진 같아 전문적인 편집자의 성과물이라는 인상은 받지 못했습니다. 글자의 배치와 크기도 기사마다 제각각이라 마치 미용실에 구비된 패션 전문지를 보는 기분인데 다루는 주제에도 맞지 않고 단색 일색인 배경과도 참 어울리지 않습니다. 테크닉도 좋습니다만 어중간한 것이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은 모양새네요. 갓 창간한 잡지인 만큼 점점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2호의 주제는 가정 스릴러였는데 선택이 시의적절하고 좋네요. ‘나를 찾아줘가 흥행을 한 시기와 비슷하고 길리언 플린식의 소설들이 속속 출간이 되는 시기에 잘 맞췄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가정 내 사건들을 다룬 작품들과 현대의 작품 모두를 아우르는 것도 좋았고 과거와 달리 현재에서는 이웃이나 친지들은 물론이고 자식마저도 배제된 부부간의 대립이 주가 된다는 분석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래요, 옛날에는 애나 시어머니가 가장 큰 문제였지만 지금은 모두모두가 하나같이 문제인 시대가 되었지요. 엄마도 아빠도 사람인데 문제 정도는 일으킬 수 있지!

 

 ‘취미는 독서라는 코너에서는 13권의 추리소설들을 두 페이지씩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 제가 읽은 게 10권이라는 사실에서 슬픔을 느꼈습니다. 나란 인간, 한가한 인간일도 없고 돈도 없고 있는 건 시간뿐이야슬프다. 10권 모두 제가 재미있게 읽은 책들이어서 좀 뿌듯했습니다. 다만 소개글의 분량 정도를 타이트하게 잡지 않은 것인지 작품 소개마다 빈 공간이 들쑥날쑥하더라는 점은 정신이 산만했어요. ‘아메리칸 타블로이드죽음이 펨벌리로 오다는 아주 글이 꽉꽉 들어차 있는데 아린의 시선이나 야경은 페이지에 빈틈이 텅텅 드러나서 허전했고 문단마다 글을 잘라 여백을 만들다보니 어느 글에는 첫 문단 아래가 텅 비어있고 다른 글에는 셋째 넷째 문단 아래가 텅 비어있어 참 기분이 요상했습니다. 대범한 독자들이야 신경도 안 쓸 부분이지만 저처럼 소심하고 작은 것에 집착하는 사람에게는 절로 신음이 나오는 문제라고요. 으어어, 숨겨왔던 나의 수줍은 편집증이 모두 깨어난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야스이 도시오의 밀실문답은 재미있었어요. 밀실을 가벼우면서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설명했다는 점이 좋네요. 밀실이라는 게 요즘 트렌드에서는 조금 벗어나긴 했지만 그래도 추리라는 장르에 있어서는 아끼고 사랑해야만 하는 아이템이니까요. 최근에 읽은 소설 중 밀실이 사용된 것은 모리 히로시시적 사적 잭이 있군요. , 그 소설에서의 밀실은 하나같이 영 싱거운 것들뿐이었지만요.

 

 법의학 이야기를 다룬 논픽션도 좋았어요. 현실답게 끝이 찝찝한 게 아주 현실적이더군요. 현실 따위

 

 번역가의 기획서가 수록된 점은 무척 근사했습니다. 번역가가 기획서를 어떤 식으로 쓰는지 평소부터 궁금하지는 않았지만 읽어보니 아주 재미있네요. 영어도 못하고 일본어도 못하는 제게 번역가란 가뭄의 단비 같은 분들이니 늘 존경하고 있답니다. 비록 책을 사지는 않지만! 그 분들의 재정에 조금도 도움이 되고 있지 않지만!

 

 수록된 단편 소설은 총 네 편으로 곽재식작가의 범인이 탐정을 수사하다조이스 캐럴 오츠흉가’, ‘김재희작가의 소년 탐정 삼미자 설중화재그리고 크리스티아나 브랜드수군거림입니다. 소년 탐정 삼미자 빼고는 다 재미있어서 놀랐어요. 4분의 3이나 재미있을 줄이야.

 범인이 탐정을 수사하다 맞은편의 큰 탐정 사무소에서 도깨비의 소행이라 불리던 어려운 사건들을 몇 건이나 해결하는 가운데 의 탐정 사무소는 파리만 날리고 있습니다. 맞은편의 남선 탐정 사무소에서 이번에는 백주 대낮 투명화 사건을 해결했다고 자축하고 있는 가운데 나의 사무소에 양장 차림의 우아한 여인이 찾아옵니다. 그녀는 남선 탐정 사무소가 엉뚱한 사람을 잡았으며 자신이야말로 백주 대낮 투명화 사건의 진범이라고 주장합니다.

 흉가 아름답고 자유분방한 메리 루와 평범한 멜리사는 친구 사이로 두 사람은 어른들이 가지 말라는 버려진 사유지에 찾아가 종종 놀곤 합니다. 위태로운 사춘기의 두 사람, 서로 다른 가정환경, 점점 황폐해지는 마을, 메리 루의 빛나는 금발에 대한 동경과 아름다운만큼이나 격렬한 그녀의 변덕에 멜리사의 어린 나날은 흔들리고 조금씩 무너집니다. 그러던 와중 두 사람은 흉가에 발을 디디고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와 마주칩니다.

 소년 탐정 삼미자 정약용 위인전

 수군거림 대프니는 사촌 사이먼에게 퇴폐적인 술집에 데려가 달라고 조릅니다. 보기에는 갓 피어난 수선화처럼 어리고 가련한 대프니지만 사실은 이미 만개하여 향기를 주위에 퍼뜨리고 싶어 안달이 난 상태였지요. 철없는 두 사람이 술집에 갔으니 만사 무사히 끝날 리는 없습니다.

 범인이 탐정을 수사하다는 소재를 아주 영리하게 사용했습니다. 전후문학 같은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재기 넘치는 소재 선택과 설득력 있는 반전이 멋집니다. 흉가는 전형적인 조이스 캐럴 오츠네요. 위태로운 불안감이 인물에서 시작되어 세계로 확대되는 과정이 근사해요. 소년 탐정 삼미자는 음시큰둥하네요. 정약용이 잘났다는 말을 하기 위해 이야기를 전부 쏟아붓다니. 제가 위인전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낭비 때문이지요. 수군거림은 좋네요. 평범한 소재인데 법정드라마도 살풋 가미되고 등장인물들의 감정도 격렬해서 아주 재미있습니다.

 

 정신 사나운 레이아웃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미스터리 장르 속에서 특정 주제를 잡아 넓고 얕게 다루는 것이 딱 제 취향이네요. 수록된 소설들도 훌륭했고 밀실이나 법의학을 다룬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어요. 다만 취미는 독서 같이 단순한 리뷰가 굳이 그만큼의 분량(26페이지)을 차지할 필요가 있나 조금 의문이 들고 몇몇 기사들은 전문성을 드러낼 수 있을 법한 부분도 그냥 훌렁 넘어간 것 같아 아쉽습니다. 디자인이나 편집이 가장 약점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점점 나아질 거라 믿습니다. 5호쯤 나왔으니 어쩌면 벌써 환골탈태했을 지도 모를 일이겠네요.



덧글

  • 취한배 2016/03/16 17:09 # 답글

    저도 요 파란 2호를 사 보았는데 산만하고 아름답지 않은 레이아웃에 저 또한 깜놀했다는 후기를 여기에 쓸 수 있어 좋네요. (수줍은 편집증 만세) 넓고 얕다는 의견에도 동감이고요. 악평만 할 것 같아 감히 리뷰를 쓰지 못한 미스테리아, 정윤성 님이 꼼꼼하게 독후감을 남겨 주시니 새로 읽은 기분입니다. ㅎㅎ
  • 정윤성 2016/03/17 19:59 #

    저도 처음 잡지를 펼쳤을 때 펼쳐진 산만함의 향연에 깜짝 놀랐습니다. 책값도 결코 싸지 않은데 우째서 이런 프로답지 편집을 한 걸까요... 그래도 귀한 미스터리잡지니만큼 앞으로 나아질 거라 믿고 싶습니다.
  • watermoon 2016/03/17 01:25 # 답글

    저두 1호는 건너뛰고 2호를 구입하고 후회했어요.
    너무 너무 산만해요.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장르잡지는 판타스틱인데 창간호부터 폐간호까지
    전부 보관하고 있어요. 원래 영미권 추리소설만 보다가 이 잡지 덕분이 일본추리물과 라이트노벨을
    보게됐어요 ㅎㅎㅎ
  • 정윤성 2016/03/17 20:04 #

    저도 판타스틱 엄청 좋아했습니다! 친구가 꼬박꼬박 산 덕분에 편하게 읽을 수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잡지 망했다기에 큰 충격을 받았지요... 친구가 이사하다가 판타스틱만 넣어뒀던 박스를 잃어버렸다고 했을 때 두 번 충격을 받았고요... 그러니까 이사하는 동안 나한테 맡겨두랬더니ㅜㅜ 친구가 "너의 탐욕스런 눈빛을 봤더니 도저히 맡길 수 없었"다고 했을 땐 납득했지만. 하하하.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