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쿠모주쿠 -일본

 작가 마이조 오타로는 천재 혹은 기인으로 불리는 작가입니다. 자신의 정체를 철저히 숨기는 작가로 1973년생 후쿠이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정보가 없습니다. 정체를 드러내지 않기 위해 03년 제 16회 미시마 유키오 상의 수상자였음에도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미시마 유키오 상의 수상자가 행사에 불참한 것은 마이조 오타로가 최초였다고 하네요. 01년에 연기, 흙 혹은 먹이로 제 19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고 이후 많은 문제작들을 써내며 문단의 이단아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미스터리뿐 아니라 SF, 순문학, 라이트노벨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요상망측한 작품들을 쓰기로 유명하고 자신이 직접 소설의 디자인이나 삽화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는 등 다방면으로 넘치는 재능을 마구 펼치는 중입니다. 국내에 번역된 작가의 작품으로는 연기, 흙 혹은 먹이, ‘모두 씩씩해’, ‘좋아 좋아 너무 좋아 정말 사랑해’, ‘아수라걸’, ‘쓰쿠모주쿠등이 있으며 오구레 이토가 그린 만화 바이오그 트리니티의 원작을 담당하고 있기도 합니다.

 소설 쓰쿠모주쿠는 작가인 마이조 오타로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좀 더 많은 사전지식을 요구합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작가 세이료인 류스이의 세계관인 ‘JDC’의 트리뷰트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JDCJapan Detectives Club의 약자로 350명의 유능한 탐정들이 속한 조직입니다. JDC의 탐정들은 셜록 홈스같이 평범한(?) 탐정이 아니라 하나같이 이상한 초능력을 가진 인물들로 그중 한 사람이자 소설 쓰쿠모주쿠의 주인공이기도 한 쓰쿠모주쿠의 경우 탐정 신(God Of Detective)’이라고 불리며 신통이기(神通理気)’라는 추리로 사건을 해결한다고 합니다. 신통이기란 추리에 필요한 단서들이 모두 갖춰지기만 하면 그 순간 진상을 깨닫게 되는추리를 말하지요. , 머리를 쓸 필요조차 없이 그저 자신이, 혹은 누군가가 단서들만 모으면 곧장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쓰쿠모주쿠는 너무나 용모가 아름다워서 다른 사람이 보기만 해도 그만 기절하고 만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모든 이가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기에 경찰청에서는 항상 선글라스를 껴달라고 요청했을 정도지요. 여기까지만 읽으면 그저 이상한 탐정이구나, 싶겠지만 세이료인 류스이의 세계는 탐정만 이상한 게 아닙니다. 범죄도 요상하지요. 작가의 데뷔작 코즈믹에선 밀실 경(密室卿)’이라는 자가 “1년 안에 1200명을 1200개의 밀실에서 살해하겠다.”라는 예고장을 보냅니다. 1년은 365일밖에 없는데 말이지요. 문제는 1200개의 밀실에서 벌어지는 1200번의 살인조차 이후 작품들에 나오는 범죄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점입니다. ‘카니발에서는 범죄올림픽이 열리고 정체불명의 대륙이 바다에서 솟아나 생긴 대해일로 억 단위의 사람들이 죽거든요. 이쯤 되면 이미 범죄조차 아닌 것 같지만. , 쓰쿠모주쿠란 애초에 이해할 수 없는 세계관에 존재하던 말도 안 되는 인물정신 나간 작가의 손에 걸려서 탄생한 미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게다가 국내의 독자들은 이러한 사전지식조차 없이 읽어야 한다는 문제가 더해져 읽는 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경험을 하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내에 세이료인 류스이의 작품이 하나도 번역되지 않았다는(만화를 제외하면) 점을 생각하면 대체 왜 이 소설을 굳이 번역하여 출간한 것인지 출판사에 묻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용기인 걸까요?

 

 쓰쿠모주쿠는 너무나 아름다워 태어나자마자 간호사에게 납치됩니다. 그를 납치한 간호사는 아기의 지나치게 뛰어난 외모에 겁이 나 눈알을 뽑거나 코를 자르고 아기의 환상적인 목소리를 막기 위해 수은을 마시게 하는 등의 미친 짓을 벌이다가 교도소에 수감되고 남은 아기는 간호사의 애인이던 가토의 손에 이끌려 후쿠이현의 니시아카쓰키 마을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세시루세리카라는 쌍둥이남매가 있었는데 쓰쿠모주쿠를 애완동물처럼 다뤘지요. 세시루와 세리카 그리고 쓰쿠모주쿠는 이상한 밸런스로 관계를 유지했지만 세시루와 세리카가 서로 성관계를 맺으며 균형은 무너집니다. 두 사람의 성관계를 목격한 뒤 세시루와 세리카의 어머니 준코가 살해당한 광경까지 본 쓰쿠모주쿠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쌍둥이를 협박한 뒤 마을을 떠납니다.

 2화에서 쓰토무라는 가명으로 살던 쓰쿠모주쿠는 쓰쿠모주쿠에게 일이 이루어졌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그리고 세이료인 류스이라는 자가 보낸 ‘1를 받지요. 1화에는 쓰쿠모주쿠가 니시아카쓰키 마을을 뛰쳐나온 이야기가 담겨 있었지만 준코의 살인 이후의 상황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또 다시 달아나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쓰쿠모주쿠는 세 명의 동거녀 중 한 사람이자 명탐정 고양고양냥냥냥인 네코의 수사를 돕습니다.

 3화에서 2화와는 다른 쓰쿠모주쿠가 세이료인 류스이에게 2화를 받고 1화와 2화와는 다른 인간관계를 맺고 다른 행동과 추리를 하며 움직이다가 5화로 넘어갑니다.

 5화도 뭐, 비슷한데 아무튼 일이 꼬이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쓰쿠모주쿠는 쓰쿠모주쿠들이 나오는 이야기 자체가 창세기전을 모방하고 있음을 눈치채고 다른 쓰쿠모주쿠들과 함께 다른 쓰쿠모주쿠와 대립하면서 피와 살점이 휘몰아치는 이야기가 펼쳐지고 그런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요약하려던 게 잘못이었어.

 

 “나에게 트리뷰트 작품을 의뢰하다니 도셨군요.”라고 말하는 작가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부조리를 모아 뭐가 되었든 강하게 들이받겠다는 놀라운 결의가 소설에 담겨 있습니다. 세이료인 류스이를 들이받고 담당 편집자도 들이받고 독자들도 들이받고 마지막에는 이야기라는 형태 그 자체에도 머리부터 들이받습니다. 소설의 뒤표지에는 사상 초유의 미스터리 신화! 메타 탐정 쓰쿠모주쿠와 함께 떠나는 영혼의 여행 이야기가 압도적인 필체로 그려진다! 라고 적혀 있는데 여기서 여행을 떠나는 영혼이 쓰쿠모주쿠의 것인지 작가의 것인지 아니면 독자의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셋이서 손에 손을 잡고 다 같이 정신줄을 놓자는 말인 것 같기도 합니다. 소설을 읽고 나니 제 영혼도 여행을 떠났다가 시궁창에 빠져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기분인데 부디 좀 돌아오면 좋겠습니다.

 이 소설의 구조는 이상한 것 같으면서도 평범합니다. 7화로 이루어진 이야기는 각 화가 일부를 공유한 채 독립되어 있습니다. 독립된 이야기는 세이료인 류스이라는 자가 보낸 이전 화의 이야기로 이어지다가 이후 창세기를 모티브로 삼은 사건 그리고 다중 차원을 통해 이어지고 순서가 교란됩니다. 앞의 이야기는 이야기라는 형태를 통해 뒤의 이야기와 연결되고 뒤의 이야기는 이야기를 통해 이어진 앞의 이야기를 쫓습니다. 체인처럼 이어진 것으로 보였던 각 화의 이야기는 뒤틀어진 순서와 등장인물 간의 대립을 통해 자신의 꼬리를 문 우로보로스처럼 시작과 끝의 구분이 무의미해집니다. 이러한 과정을 읽어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뒤의 이야기가 앞의 이야기와 이어진 채 대립하며 서로를 극복하려 한다는 행위로 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소설은 태생부터 JDC라고 하는 이미 존재하는 세계에 마이조 오타로라는 작가가 쓰쿠모주쿠라는 인물을 들고 침입한 것이고 세이료인 류스이라는 작가를 자신의 이야기 안으로 끌어당겨 이전까지 썼던 자신의 쓰쿠모주쿠를 세이료인 류스이에게 넘기고 다음의 이야기를 통해 세이료인 류스이와 대립하는 쓰쿠모주쿠를 만들어 이야기 간의 대립을 회전시켜 세이료인 류스이 또한 이야기의 일부로 만드는 작업을 한 것이기에 소설은 헌정이라는 이름의 대립이고 대립이라는 이름의 합일이며 합일이라는 이름의 독립이고 독립이라는 이름의, 지금 내가 뭔 소리를 하고 있는 거지?

 이 소설은 우스울 정도로 잔인하고 기가 찰 정도로 말이 안 됩니다. 사람의 배를 가르고 그 안의 내장을 꺼내 다른 사람의 뱃속에 넣은 뒤 얼기설기 대충 꿰매고 내장과 같이 모노폴리에서 쓰는 장난감 돈을 넣어놓지 않나 임산부 셋의 배를 갈라 아기를 꺼내고 대신 전 남자친구들의 갈비뼈를 집어넣지 않나 나중에는 쓰쿠모주쿠의 잘린 머리를 투석기에 실어 수십, 수백 개씩 탄환처럼 쏘아대기도 합니다. 지나친 잔인함과 부조리함은 독자를 이야기에서 떼어놓지요. 게다가 창세기를 모방했다는 범죄는 성서 문구의 해석에 과도한 자유도를 제공하여 이야기 내의 범죄를 희화화합니다. 과한 자극과 무리수로 독자의 몰입을 막아 이야기가 아닌 이야기 너머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하는 솜씨는 가히 천재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있겠으나 천재라는 것이 얼마나 꼴보기 싫은 녀석들인지도 깨닫게 합니다. 마이조 오타로는 세이료인 류스이의 트리뷰트를 위해 작가에게 도전하고 이야기를 쓰기 위해 이야기에 도전합니다. 이야기에 도전하는 이야기가 이야기이기 위해 내용을 이야기에 담고 그럼에도 이야기로 받아들여지지 않게 내용을 말도 안 되게 만듭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를 이야기로 완성한다면 이야기에 도전할 수가 없는 것인가, 라는 의문에 봉착했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가 이야기인 채로 존재한다면 이야기를 능가할 수 없으며 한계가 있는 이야기를 과연 언제까지고 좋아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생긴 것이지요. 최소한 쓰쿠모주쿠를 읽고 이야기를 넘어서길 바라는 이야기를 좋아할 수 있을까, 라는 답은 얻었습니다만.

 세이료인 류스이를 이미 알고 있다면, 마이조 오타로를 아주 좋아한다면, 이야기 자체에 도전하는 천재의 시도를 읽어낼 능력이 있다면 그리고 미친 소설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이 소설은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이 조건 중 해당하지 않는 사항이 있다면 기꺼이 피해야 할 소설이기도 합니다. 이 소설은 아주 실험적이고 상당히 독선적이며 대단히 난해합니다. 뭐랄까이런 소설을 번역해서 출판할 생각을 하다니 출판사가 참 용기있네요.



덧글

  • 아침 2016/03/29 23:50 # 답글

    밸리에 걸린 제목을 보고 눈을 의심했습니다. 쓰쿠모주쿠가 정발되다니! 줄거리만 듣고서 아 이거 도저히 정발은 무리겠다. 내가 일본어를 배워야지. 하게 만든 책들 중 하나였는데 정발되다니!
    보랏빛퀄리아를 일본어 공부해서 독파하고 난 뒤로 탈력이 와서 공부도, 읽고싶었던 원서 리스트도 멈췄었는데 정작 본인 공부보다 정발 안될 것 같던 작품들이 하나씩 정발되는데에 기쁨을 느껴야 할지 슬픔을 느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보랏빛 퀄리아도 이미 정발된지 오래고..--)
  • 정윤성 2016/03/30 18:17 #

    말씀대로 정말 도저히 정발은 무리인 내용인데 놀랍게도 번역이 되었습니다. 전 이 소설에 대해 미리 알지 못한 상태로 읽었습니다만 과연 입소문이 돌고 전설이 생길만한 내용이었어요.
    보랏빛 퀄리아는 아직 읽지 못했는데 관심이 가네요. 이참에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 칠흑의 고르곤졸라 2016/03/30 13:23 # 삭제 답글

    어?!?!츠쿠모쥬쿠가 정발 됐었나요?!!?!!!우와아아아...우와아아...당장 사러가야겠습니다...ㅠㅠㅠㅠ
  • 정윤성 2016/03/30 18:18 #

    번역도 상당히 잘 되었다고 생각하니 걱정없이 사셔도 될 것 같습니다.
  • dsa 2016/04/14 03:24 # 삭제 답글

    여행을 떠나는 영혼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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