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iles: Trust No One -미국

 오늘(2016721) 24시 경에 국내 케이블 채널 OCN에서 엑스 파일 시즌10을 방영합니다. 1월 말에 캐치온을 통해 이미 방영이 되었다고 하는데 전혀 몰랐어요. 어차피 유료 채널이니 볼 방도도 없지만시즌10은 총 6부작으로 시즌9가 끝난 지 약 14년 만에 돌아왔습니다. 14년 간 잊히지 않은 것도 모자라 후속편이 나오다니 대단하네요. 아무튼 엑스 파일 시즌10이 방영되는 기념으로 엑스 파일의 팬 픽션 아무도 믿지 마라를 읽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엑스 파일 아무도 믿지 마라는 조나단 마베리가 엮은 단편집입니다. 엑스 파일의 팬 픽션으로 많은 유명 작가들이 참여하여 자신만의 엑스 파일 에피소드를 하나씩 풀어놓은 책이지요. 엑스 파일의 팬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지도 모르지만 엑스 파일을 모르는 젊은 분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갖지 못할 책입니다. 팬 픽션이라는 게 원래 그렇긴 하지만요.

 

Part A

긴장증(팀 레본) 어느 마을에서 아이들이 사라졌다가 금세 다시 나타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되돌아온 아이들은 긴장증의 상태에 빠져 의식을 잃은 상태였지요. 멀더와 스컬리가 마을을 찾았을 때도 아이들은 여전히 의식불명이었습니다. 허나 며칠 간 쭉 누워만 있었다던 아이의 손에 본인의 것이 아닌 피가 묻어 있는 것을 스컬리가 놓칠 리 없지요.

리틀 힐의 짐승(피터 클라인스) UFO가 추락했다는 마을에서 외계인 전시회가 열립니다. 냉장고에 넣어 얼린 다리가 여섯 개 달린 커다란 개의 형상을 자랑스레 선보인 이도 있고 외계인이 죽을 때 몸에서 스스로 뿜어냈다며 합성수지에 감싸인 기괴한 인형을 전시한 이도 있었습니다. , 이 이후는 예상대로입니다. 외계인을 가뒀던 얼음이 어느새 녹은 거지요.

당신이 보지 못한 것(애런 로젠버그) - 부국장 월터 스키너는 엑스 파일의 필요성을 슬슬 체감하고 있습니다. 허나 FBI의 회계사 생각은 달랐지요. 엑스 파일 부서의 당위성을 증명하라는 회계사 멀로이와 아무 대꾸도 못하는 스키너. 스키너가 엑스 파일 존속을 위해 뭘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집으로 향하던 멀로이가 의문의 존재에게 습격을 당합니다. 이 단편에서는 스키너가 주인공입니다.

땅거미(폴 크릴레이) 잘 생긴 뱀파이어가 평범한 여자와 연애를 한다는 내용으로 인기를 끈 소설 땅거미의 저자가 사는 동네에 십대 소녀들이 실종되었다는 신고가 들어옵니다. 소녀들은 소설 속 뱀파이어가 실존한다고 믿으며 밤마다 산을 뒤지고 다니는데 암만 엑스 파일이래도 이런 설정은 좀 너무했다.

외계인에 대한 사랑(스테판 페트루챠) 외계 생물이 나온다는 소문이 도는 마을로 떠난 멀더에게서 연락이 끊깁니다. 걱정이 된 스컬리가 멀더를 찾아 나서지만 상황은 호전되지 않습니다. 엑스 파일 시리즈 중간에 외계인에 대한 믿음을 잃었을 시기의 멀더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땅굴쥐(브라이언 킨) 이번에도 스키너가 주인공인 단편입니다. 하수도에서 무언가가 잇달아 사람을 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여 사건 현장 인근의 CCTV 화면을 살피던 스키너는 화면에서 옛날 베트남전에서 만난 전우의 얼굴을 알아봅니다.

엘페소로 돌아가면 내 목숨은 보잘 것 없겠지(키이스 R.A 드칸디도) 엘페소에서 여성만 노린 연쇄 살인이 발생합니다. 파견된 FBI요원이 용의자를 붙잡을 때마다 사건이 계속 이어져 체면이 땅에 떨어진 상황. 스키너는 멀더와 스컬리를 파견하고 원래 수사하던 콜트 요원은 하필이면 괴짜 둘이 추가되었다는 사실에 분노합니다.

Part B

파라노멀 퀘스트(레이 가튼) 심령현상을 취재하는 TV프로그램 파라노멀 퀘스트. 평소 안 좋은 소문이 돌던 밀샙 가족의 집을 취재하던 중 밀샙의 딸 브랜디의 심장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심령현상이 넘치는 밀샙 하우스로 향하는 멀더와 스컬리.

심해의 왕(팀 딜) 사우디아라비아의 인근 바다에서 미국인과 영국인 부부가 항해를 하던 중 살해당하는 일이 발생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나는 멀더와 스컬리. 전통복장을 입고 허우적대는 스컬리가 귀엽습니다.

하수관(지니 코흐) 이번 단편은 갓 엑스 파일 부서에 들어온 시기의 멀더를 다루고 있습니다. 멀더의 전임자와 전 파트너가 나온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소녀의 난소를 빼가는 악어 인간이 나온다는 점은 좀 지저분하지만요.

달빛(W.D. 갈라이니, 데이비드 밴턴) 증언을 받기 위해 범죄자를 호송하던 멀더와 스컬리는 폭설로 발이 묶여 인근의 모텔에 숙박합니다. 오늘은 보름달이니 자신을 풀어달라며 애걸하는 범죄자에게 네가 무슨 늑대인간이라도 되냐며 콧방귀를 뀌는 멀더. 외계인은 믿어도 늑대인간은 별로 믿지 않는 모양인 멀더.

모든 것은 눈에 담겨 있다(헤더 그레이엄) 핼러윈 데이에 각종 기괴한 물품들을 판매하는 상점에서 시체 두 구가 발견됩니다. 피해자들의 동료인 여성의 증언에 따르면 가게의 인형들이 움직여 살인을 저질렀고 자신도 공격당했다고 하는군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조사를 하던 멀더와 스컬리는 커다란 검은 달팽이 같은 것과 만나게 됩니다.

히코리 언덕의 집(맥스 앨런 콜린스) 한물 간 작가가 가족들과 함께 저주를 받았다는 저택으로 이사를 옵니다. 잠을 자던 막내딸이 별 이유 없이 깨어나 복도로 나오자 벽에서 피가 흐르고 바닥이 꿀렁꿀렁 움직이는 장면을 목격하지요. 그 순간 장녀가 납치당합니다. 피로 쓴 쪽지를 남긴 납치범의 정체는 바로 저주받은 저택을 지은 목사. 허나 목사는 이미 수 년 전에 사망했습니다.

시간(게일 린즈, G. 셀던) 사람을 쫓아다니는 토네이도가 나오는 이야기.

조각상들(케빈 J. 앤더슨) 순식간에 사람이 돌도 변하는 사건이 일어나 멀더와 스컬리가 출동합니다. 마침 근처에 마치 사람을 돌로 바꾼 것처럼 생생한 조각을 만드는 조각가도 살고 있다고 하네요.

 

 재미없어서 깜짝 놀랐어요. 하하하하, 엑스 파일 팬인데 이게 이렇게 재미없을 줄은 몰랐네, 그려. 편집자의 의향 때문인지 작가들의 팬심이 엄격하게 발휘된 때문인지 모든 단편들이 엑스 파일스러움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질 못합니다. 지나치게 안정감을 추구한 것인지 그 어떤 단편들도 예외 없이 그저 드라마의 에피소드 하나 수준에서 만족하고 푹 퍼져요. 괜찮은 단편이라 할지라도 드라마의 좋은 에피소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재미없는 단편도 드라마의 그저 그런 에피소드 수준 정도는 됩니다. 사실 엑스 파일은 각종 오컬트를 수용하는 대단히 포용력 넓은 드라마입니다. 외계인은 물론이고 각종 돌연변이들, 초상현상들이 나 사실 실존해요라며 모습을 드러내어 각종 음모론과 괴담들의 백과사전처럼 존재했던 드라마지요. 이런 현상들을 믿는 멀더와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스컬리 두 사람의 구도만 지켜진다면 엑스 파일은 그 어떤 도전도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는 광범위한 캔버스입니다. 허나 이 단편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넓디넓은 캔버스의 위에서 엑스 파일 드라마라고 하는 이미 그려진 그림의 옆에 비슷한 그림 몇 장면을 추가하는 것에서 만족합니다. 위태로운 모험을 시도하거나 파괴적인 개성을 뽐낸 사람이 없어요. 이게 내 안의 멀더와 스컬리, 이게 나만이 품고 있던 엑스 파일이라는 논쟁적인 한 걸음이 없기에 단편집 아무도 믿지 마라는 안정적이고 그뿐입니다.

 엑스 파일의 팬이 아니라면 전혀 읽을 필요가 없고 설령 팬이라고 하더라도 굳이 읽을 필요가 있을까 의문이 드는 책입니다. 드라마를 전부 다 봤고 영화도 다 봐서 더 이상 볼 게 없는 분들이라면 뭐, 한 번쯤 읽어봐도 나쁘지는 않겠지요정도로 시큰둥하게 권할 수는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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