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로 드립 1, 2권 -일본

 코코로 드립은 작가 나카무라 하지메가 쓴 일상 미스터리입니다. 지유가오카의 카페 육분의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사건들에 활발한 아르바이트생 요시카와 지마가 고개부터 들이대고 어찌저찌 다들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해결이 된다는 내용의 소설이지요. 작가 나카무라 하지메는 80년 생으로 평소 회사원 생활을 하고 있는 겸업 작가입니다. 08년 각성 유전자로 제 15회 전격소설대상의 3차 전형을 통과한 뒤 전격문고를 통해 10년 작가로 데뷔합니다. 각성 유전자 시리즈와 치비토모! 1, 2권 그리고 코코로 드립을 썼으며 1년에 한 권에서 두 권 정도의 단행본을 꾸준히 출간하고 있습니다. 별 다른 수상 내역은 없으며 기혼자라고 하네요.

 

 고급 주택가 지유가오카의 골목에는 조용하고 작은 카페 육분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차분하고 자상한 마스터 유텐지 히다카와 안 팔리는 소설가이자 조금 아쉬운 남자라는 평판이 자자한 셰프 다쿠, 귀엽고 활기찬 아르바이트 지마가 있는 육분의는 한가하고 평범한 카페입니다만 한 가지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카페의 진열대에 자유로이 가져갈 수 있는 선물들이 가득하다는 점이지요. 선물을 가져가는 유일한 조건은 동일한 가치의 다른 선물을 두는 것뿐입니다. 이 가치는 금전적인 개념이 아닌 선물을 가져가는 사람의 판단에 맡기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커다란 에메랄드 브로치를 가져가고 대신 사탕 반지를 놔둬도 상관없다는 말이지요! 물론 저 같은 속물은 나오지 않는 소설이기에 이런 문제는 없습니다만. 선물과 선물에 담긴 마음들이 교차하며 육분의에는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벌어집니다.

 

 착하고 예쁘고 귀여운 사람들이 착하고 예쁘고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을 안고 카페를 찾아오면 착하고 예쁘고 귀여운 다른 사람들이 착하고 예쁘고 건전한 해결방안을 찾아준다는 착하고 예쁘고 지겨운 소설입니다. 무척시시해요.

 이 소설은 굉장히 전형적입니다. 등장인물들의 고민들은 하나같이 어디선가 본 것들뿐인데 딱히 일상적이지도 않습니다. 부유한 상속자가 자신의 꿈을 따를 것인지 부모님의 의사에 끌려 다닐 것인지 따위를 고민하는 등의 갈등들이라 조금도 친근할 수 없지만 드라마에서 엄청나게 본 덕분에 쓸데없이 낯이 익지요. 낯익은 남의 이야기가 전형적으로 펼쳐지니 그저 시큰둥합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어요! 아직도 그런 장난질이나 하고 있는 거냐! 난 아버지가 하라는 대로 살지 않을 거예요! 뭣이, 이 고얀 녀석그렇다면 나에게도 생각이 있다! , 설마 아버지가 그런 짓을 하다니난 내 꿈을 접겠어. (<-이쯤에서 요시카와 지마 투입)

지마 : 요즘 누구누구씨가 잘 안 보이네요. (누구누구씨 등장) 어머, 누구누구씨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여전히 꿈을 향해 잘 달려가고 있나요?

고민을 가진 누구누구씨 : 아니, 난 포기했어. 어른이 되었지,

지마 : 그럴 수가누구누구씨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히다카 : 수수께끼가 알맞게 블랜드되었군지마, 내가 생각한 가설을 들려주지.

지마 : 마스터? (히다카가 사건의 진상을 떠벌인다) 세상에, 그럴 수가. 누구누구씨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 힘이 되자! (달려나간다)

이후 카페에서 일종의 고해와 용서의 의식(우리는 모두 누구누구씨의 편이예요! 같은)이 벌어지고 용기를 얻은 누구누구씨는 자신만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아, 내 손발고민이 전형적이라면 해결의 과정이나 해결의 방법 정도는 조금 특이할 법도 한데 그것도 아닙니다. 착한 사람의 고민을 착한 사람들이 함께 걱정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질 않으니 해결방안 또한 착하고 무난한 것뿐이지요. 이 소설에는 색다름이 없습니다.

 등장인물들도 영마스터 히다카는 서른 살인데 이혼남이고 딸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에 잠시 리먼 브라더스에서 일을 했다고 합니다. 리먼 출신의 전직 애널리스트에 현직 카페 마스터요란한 설정이군요. 요시카와 지마는 부잣집 아가씨에 예쁘고 귀엽고 날씬하고 착하고 활발하고 아픈 과거도 가지고 있습니다. 역시나 요란하군요. 요란한 설정을 지닌 인물들의 내면에는 선의밖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 가지 되지 않은 상황들에서 인물들이 모두 선의만을 내세워 움직이니 동선은 평범하고 대화는 지루하며 전개는 진부하고 결과는 당연합니다.

 착한 소설입니다. 간이 심심하고 맛이 밍밍한데 착하니까라고 넘어가야 하는 경향이 있는 소설입니다. 전 싫어요. 이미 각종 자극으로 더럽혀질 대로 더렵혀진 저의 입맛에는 오히려 이 밍밍한 착함이 녹즙처럼 쓰게 다가옵니다.



덧글

  • watermoon 2016/07/23 02:03 # 답글

    비블리아 작가가 사진관 미스터리를 썼다는데 그쪽을 봐야겠어요
  • 정윤성 2016/07/23 04:22 #

    때마침 말씀하신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이 왔다는 도서관의 문자를 받았습니다. 예약을 해놨었거든요. 저는 오늘 저녁쯤에 읽게 될 것 같아요. 워터문님과 같은 책을 비슷한 시기에 읽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흐뭇하네요.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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