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 -일본

 9월도 어느새 마지막 날이군요. 9월 말에 SSR캐릭터 등장 확률이 2배로 증가한다는 데레스테 패스가 진행된다고 하던데 왜 하지 않는 걸까요? 요번엔 그냥 넘어가나 보네요. ? 왜 내 아이돌 목록에 레어 캐릭터들이 이렇게 잔뜩 늘어나 있는 거지? 게다가 왜 열심히 모아두었던 스타주얼 15000개는 다 사라진 거지? SSR캐릭터는 여전히 리세마라로 뽑은 후미카 하나뿐인데버그? 버그인가? 그래, 버그일 거야설마 60연차를 돌렸는데 SSR이 하나도 안 나왔을 리가 없지. 하하하하. 하하하. 하하.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은 크리피의 작가 마에카와 유타카의 2015년 작품입니다. 르포 형식을 띤 소설이라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논픽션으로 느껴질 정도로 현실적인 느낌이 강한 것이 특징이지요. 크리피는 영화로 제작되어 국내에서 얼마 전 개봉된 바가 있지요. 덕분에 마에카와 유타카의 국내 인지도도 상당히 올랐을 거라 생각되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작가의 여섯 번째 소설이자 국내에선 두 번째로 소개되는 작품인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을 우리나라 독자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네요.

 

 1985년 여름 한 명의 남자와 여섯 명의 여자들이 모여 집단 자살을 했습니다. 자살한 남자의 이름은 기우라 겐조. 여성들은 그가 이끌던 매춘 집단 하나조노 상회의 매춘부들이었지요. 기우라는 매춘을 주력으로 삼은 여관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자랐지만 비상한 머리를 바탕으로 유명 대학의 부교수 자리에 오릅니다. 그런 그가 결혼한 여성은 전국단위의 거대 폭력단 류진 연합 두목의 딸이었지요. 대학 교수가 폭력단 두목의 딸과 결혼한 것은 큰 화제가 되었는데 6개월 뒤 이보다 훨씬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집니다. 기우라가 아내의 목을 졸라 죽인 것이지요. 12년 형을 선고받은 기우라는 형기를 모두 채우고 출소합니다. 이후 그는 곧장 매춘 집단을 차린 뒤 예전 아버지 때부터 여관에서 일하던 다나베와 요리사 사부로를 데리고 도쿄로 향합니다. 전통 있는 여관 하기노야에 자리를 잡은 기우라는 살인마저 서슴치 않으며 서서히 주변을 지배하기 시작합니다.

 

 크리피에 이어 폭력과 세뇌로 사람을 지배하는 악역이 또 등장했군요. 일본 쪽 독자 반응을 살펴보니 키타큐슈 감금 살인사건이나 아마가사키 사건이 연상된다는 댓글이 많았는데 둘 모두 주범이 타인들을 폭행이나 협박 등으로 지배하여 살인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만들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사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일요신문의 기사(http://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7639)와 유익한 블로그인 잭 더 리퍼의 화이트채플의 포스팅(http://yaksha.egloos.com/2740651)에 잘 나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소설의 주된 내용은 기우라가 벌였던 잔혹한 범죄 행각을 30년 뒤 기자가 따라가며 재구성한다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대단히 신사적이고 인텔리였던 기우라가 어떻게 스무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서슴없이 죽일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게 르포의 주제인데 음딱히 기우라가 벌인 행동에 대한 이유가 제시되지 않습니다. 30년 뒤에 사건과 연관된 인물들 몇 명의 인터뷰 정도로 한 사람을 이해할 수 있을 법한 기사를 쓴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됩니다만 그럼에도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은 기우라의 행동에 너무 아무런 잣대도 들이대지 않습니다. 이게 진짜 기사라면 결말이랄 건 없지만 객관성만큼은 잘 지켰다고 칭찬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픽션이다보니 좀 의아하네요. 기우라에겐 광기와 이성이 공존했더라, 라는 표현 하나에 기대어 그의 이중성을 모두 허가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뭐랄까, 이럴 거면 왜 논픽션 같은 픽션을 썼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더군요. 작가의 의도 자체는 이해하지 못할 바도 아닙니다. 잔인하면서도 신비한 인물을 그리고 싶었겠고, 그럼에도 리얼함은 유지하고 싶었겠고, 독자들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유도하고 싶었겠고, 실제 벌어졌던 사건과의 유사함도 부각하고 싶었겠지요. 의도는 이해가 가고 기우라라는 인물이 그러한 의도에 맞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인물의 비현실성에 대해 너무 손을 놔버린 것 같다는 마음은 지울 수가 없네요. 허무나 광기라는 추상적인 단어만으로 등장인물의 잔인함을 다 설명해냈다고 믿는 건 너무 쉬운 답이 아니었을까요. 물론 소설은 우타라는 인물을 통해서 기우라의 행동에 대한 답을 하나 제시합니다. 우타를 통해 작가는 기우라는 이러이러한 삶을 살았기 때문에 미친 게 아니었을까? 라고 독자들에게 말을 겁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와닿지 않더군요. 작가가 제시한 답 또한 허무나 광기처럼 대충 끼워 맞추면 들어맞는 식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기우라는 이성적이면서도 미친 놈인 이중적인 인물입니다. 나는 허무하고 미쳤으니까 매춘 집단을 만들어야겠다, 그치만 나는 무척 이성적이고 인텔리니까 매춘 집단의 운영을 철저히 해서 이윤을 많이 내야지! 나는 허무하고 미쳤으니까 사람도 좀 지배하고 죽여야겠다, 그치만 나는 무척 이성적이고 인텔리니까 완전범죄가 되도록 살인도 남에게 시키고 계획적으로 해야겠어! 라는 행동을 하지요. 문제는 작가가 이러한 이중성을 설명하는 방식을 르포라는 형식 때문인지 뭔가 객관적이면서도 간략해야 한다고 여겼다는 점입니다. 기우라가 인텔리인 이유는 똑똑해서 부교수까지 되었기 때문, 정도에서 그칩니다. 그는 교수였으니까 인텔리고 이성적임, 에서 끝나는 겁니다. 물론 교수란 이성적이지 않으면 하기 힘든 직업이겠지요. 허나 이중적인 인물의 이성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으로 그는 교수! 라는 건 잘 맞아들어간 설명은 아닙니다. 교수=이성인 건 아니니까요. 게다가 앞서 말했듯 기우라의 잔인함에 대한 설명은 그는 허무해, 그는 광기에 휩싸였어, 라서 더욱 와닿지 않습니다. 기우라가 허무에 잠긴 이유는 꾸준히 제시가 되고 나름대로 적절한 이유 같지만 허무하니까 매춘 집단을 만들었고 사람도 죽였다는 부분까지 간단히 확장하기에는 부실한 감이 있습니다. 기우라의 경우 허무에 잠긴 사람이 흔히 보이는 자기파멸적인 태도를 갖추고는 있는데 그럼에도 집단을 세우고 유지하려는 꾸준한 노력도 동반되어 모순됩니다. 기우라는 이중적인 인물이니까 모순이 있어도 된다고 주장한다면 뭐, 그렇긴 하지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지만 행동의 모순, 태도의 모순을 넘어서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근원조차 모순이라고 하는 건 그저 대충 퉁치는 걸로 느껴지는데다 기우라가 이성적으로 구는 이유는 교수였으니까, 정도뿐이라 모순의 밸런스도 잘 맞지 않습니다. 고로 기우라를 설명하려면 타고나길 이성적으로 타고 났는데 이러저러한 사건들 때문에 허무한 성격이 되었더라, 허무에 빠져 자기파멸적인 행위를 반복하는데 워낙 이성적으로 타고나다보니 그 와중에도 이성적으로 굴더라, 같이 단순해져서 이번에는 모순의 위치가 위태로워집니다. , 애매합니다.

 기우라라는 인물이나 그의 행동 등은 분명 기이하면서도 제법 무섭습니다. 허나 소설이 진행될수록, 파고 들수록 애매함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집니다. 키타큐슈 감금 사건이나 아마가사키 사건 모두 주범의 욕망은 아주 선명했지요. 작가는 이러한 욕망이나 욕구를 허무로 바꾸어 재구성하려 한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키워드는 이중성, 혹은 모순이었지요. 허나 이러한 모순은 이야기 전체를 지배하지도 않았고 어느 순간 해결되지도 않았습니다. 때문에 기우라도 애매하고 소설 자체도 애매해졌습니다. 크리피는 후반부에 힘이 쭉 빠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시체가 켜켜이 쌓인 밤은 후반부에 영 애매해져서 마음에 들지 않네요. 작가의 다음 작품은 후반부에 어떻게 이상해질지 기대(?)가 됩니다.



덧글

  • watermoon 2016/09/30 13:15 # 답글

    마에카와 유카타 전작도 리뷰가 좋지 않아 건너뛰었는데 후속작보니 건너뛰길 잘했군요.
    지금은 경관의 피 후속작인 경관의 조건 읽는 중인데 사사키 조 작품은 정말 멋져요. 경찰소설 좋아하시면 추천 할게요.
    맨날 일본 경찰소설만 읽다보니 일본 경찰계급과 조직도을 알게됐어요 ㅋㅋㅋ 정작 한국 경찰조직은 모르는데 ㅠ ㅠ
  • 정윤성 2016/09/30 14:30 #

    이 소설이나 크리피나 장점도 있지만 단점이 좀 더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좀 애매해요.
    경관의 피 후속작이 나왔군요! 언제 번역되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신나네요^^ 사사키 조 작품은 정말이지 멋지다는 표현이 딱 맞는 거 같아요. 얼른 읽어보고 싶습니다.
    일본 경찰계급ㅋㅋㅋ 캐리어랑 논 캐리어의 구분이나 경시, 경부, 경부보 같은 계급이 특히 자주 나오더라구요. 주석에 꼬박꼬박 "한국의 무슨무슨 직책에 해당"이 적혀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저도 마찬가지로 한국 경찰 계급이나 조직을 모르니까 봐도 뭔 소린지ㅋㅋ
  • 취한배 2016/09/30 13:22 # 답글

    앗. 요즘 도서 리뷰가 뜸하시다 했더니 '추리소설 안 읽는 블로그'...ㅠㅠ+ㅋㅋ;
    작품과 캐릭터 설명은 여느 때처럼 쏙쏙 잘 읽었습니다만. 첫 문단은 제게 넘사벽이네요. 흙흙.
  • 정윤성 2016/09/30 14:31 #

    헤헤 요즘 좀 안 읽는 중입니다. 사실 시간이 없어서 못 읽... 게임 할 시간을 줄이면 되는데 안 줄이고 있으니 역시 안 읽는 게 맞는 걸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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