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스트레인지 - 마블 문법의 정수 책 이외

 닥터 스트레인지 재미있네요! 셜록 오이가 주인공인 마블 영화라니 도저히 아니 볼 수가 없었는데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키는 좋은 영화였습니다.

 

 마블 영화의 도입부에 늘 등장하는 마블 스튜디오의 로고 등장 장면을 새로 만들었더군요. 만화책을 팔랑팔랑 넘기는 예전의 연출에 더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주연들의 면면이 등장하는 장면이 추가되었는데 이제 마블 영화는 더 이상 코믹의 파생작이 아니라 고유한 세계를 만들었다는 자신감으로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페이즈3의 시작인 닥터 스트레인지부터 이러한 로고를 드러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네요.

 

 영화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더 이상 진화할 게 없다고 생각했던 영화의 시각적 경험에서 이토록 압도당할 줄은 몰랐어요. 현실이 변화하는 과정이 화면 전체에서 거대하고 아름답게 펼쳐지는데 정말 대단했습니다. 단지 CG만으로도 영화관을 몇 번이고 다시 찾을 가치가 있어요. 아이맥스 3D로 보시길 강력하게 권장합니다.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배네딕트 컴버배치야 잘생김조차 연기할 줄 아는 배우니 의심할 나위가 없지만 에이션트 원의 틸다 스윈튼도 역할에 정말 잘 어울렸어요. 원작에서 동양인 노인이었는데 왜 난데없이 백인 여성을 캐스팅했냐고 말이 많았다는데 원작 모르는 저랑은 상관없는 논란이라다만 개인적으로 여성 배우의 액션 장면이 대부분 만족스럽지 않았기에 그 부분은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만 틸다 스윈튼은 액션조차 대단히 우아하고 수려하게 소화하여 아주 근사했습니다. 에이션트 원이 등장해서 팔을 붕붕 휘두를 때마다 너무 멋있어서 펑퍼짐하고 요상한 도복조차 요염하게 느껴졌어요. 매즈 미켈슨은 어마블 악역이 대부분 그렇듯 가볍게 소모되고 끝이었습니다. 매즈 형아, 눈에 빤짝이도 붙여가며 열심히 연기했는데 취급이 너무

 

 저는 악역을 다루는 방식이 일관된다는 점에서 마블 영화의 미래가 걱정됩니다. 미려한 영상과 원작과 주인공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부담 없이 보기 좋은 권선징악의 이야기가 마블 영화를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페이즈3까지 온 지금 이런 탄탄한 구조는 정형화되어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다는 약점으로 변할 가능성이 꽤 높다고 여겨집니다. 악역을 다루는 방식이 변해야 해요. 이번 매즈 미켈슨의 케실리우스처럼 대의는 있지만 딱히 내세울 시간이 주어지지 않고 실력은 있지만 딱히 드러낼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채 뚝딱 사라지는 식은 더 이상 안 된다고 봅니다. 물론 이후 마블 영화의 악역은 타노스 같이 범우주적인 존재로 변할 것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압도적인 강함과 존재감을 지닌 악역은 지금까지와 같은 방식으로 소모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여태껏 보여준 깔끔한 권선징악이 계속된다면 과연 결과적으로 볼 때 악역이 또 다시 어이없는 방식으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제는 화면이 멋있었다, 액션이 박력 있었다, 주인공이 근사했다, 이야기가 재밌었다, 에 더해 악당이 인상 깊었다, 혹은 이제까지 본 히어로 영화와 달랐다, 라는 감상을 말할 수 있는 영화가 등장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계가 배경이라고 하는 토르3에서 악역에 대한 마블의 새로운 문법이 등장할지 기대해봅니다.

 

 여담입니다만 에이션트 원이 닥터 스트레인지를 마스터로 삼으려 하자 발끈하는 장면 참 이해가 되었습니다. 닥터(박사)한테 마스터(석사)가 되라고 하다니! 죄송합니다.



덧글

  • 포스21 2016/10/26 20:04 # 답글

    저는 마블 영화가 이번 페이즈를 끝으로 아마도 리부트... 하게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아낌없이 쏟아 붓는 것도 어느정도 이해는 됩니다.
  • 정윤성 2016/10/26 20:13 #

    네, 더 이상의 세계관 형성과 확장은 관객들이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페이즈3에서 한 번 깔끔하게 다 퍼부은 뒤 새로운 스타일을 보이는 것도 훌륭한 선택 같네요. 다만 페이즈4는 2020년은 되어야 시작될 터이니 일단 신경 끄고 기다리는 것이 속편하겠지요. 2020년이라니... 원더키디의 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세상에나...
  • Arcturus 2016/10/27 16:20 # 답글

    박사에게 석사… 뿜었습니다:) 한방에 이해가 되네요:)
  • 정윤성 2016/10/27 19:45 #

    마스터 따위... 난 이미 닥터란 말이다! 헤헤헤.
  • passenger 2016/10/28 09:58 # 삭제

    아니, 정말로 그런뜻의 대사였던게 아니었나 싶네요! 덕분에 깨우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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