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 자국 -유럽

 이빨 자국은 하드보일드 스릴러인 존 리버스 컬렉션의 세 번째 작품입니다.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범죄소설이라고 하며 2015년에는 20번째 소설인 ‘Even Dogs in the Wild’가 출간되었습니다. 국내에는 몇 년 전 영림카디널을 통해 시리즈 열세 번째 작품인 부활하는 남자들이 나온 적이 있고 현재는 출판사 오픈하우스의 임프린트인 버티고를 통해 네 번째 작품인 스트립 잭까지 출간된 상태입니다. 부활하는 남자들은 꽤 예전에 읽었는데 무난하게 재미있더군요. 그래서 존 리버스 컬렉션이 순서대로 나온다는 소식에 기대를 꽤 했었는데 첫 작품인 매듭과 십자가가 정말이지 깜짝 놀랄 정도로 재미가 없었어요. 작가가 27살에 쓴 생애 두 번째 소설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긴 했지만 두 번째인 숨바꼭질 역시도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재미가 없어서 당황했지요. 괜찮은 건가? 이렇게까지 재미가 없어도 괜찮은 건가? 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만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3화까지는 일단 참고 봐달라는 명언도 있고 해서 세 번째인 이빨 자국도 읽었는데 다행히도 이건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습니다.

 

 몇 건의 살인사건을 해결해서 나름대로 명성이 생긴 존 리버스는 런던 경찰의 초대를 받습니다. 런던 시내에 출몰한 연쇄살인범 울프맨을 잡기 위해 도움을 달라는 것이었지요. 울프맨은 칼로 희생자의 목을 찌른 뒤 배를 깨무는 습관을 가진 변태 같은 살인범입니다. 런던 경시청의 조지 플라이트는 리버스를 흔쾌히 맞이하지만 나머지 형사들은 스코틀랜드에서 온 그를 촌뜨기 불청객 취급하지요. 리버스가 왔다고 해서 딱히 뾰족한 수가 생기는 건 아니었습니다. 살인은 계속 되고 범인의 흔적은 여전히 전혀 없지요. 어느 날 리버스는 매력적인 여성 심리학자 리사 프레이저의 방문을 받고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연쇄살인범의 심리에 주목합니다. 리버스는 울프맨을 조롱하고 도발하여 무엇이든 좋으니 단서를 끌어내려 시도하고 이 판단은 성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허나 새로운 위험 또한 만들어냈다는 사실까지는 눈치 채지 못하지요.

 

 그럭저럭 재미가 있었다고 말을 하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전작들에 비해서입니다. 객관적으로 바라보자면 평작 수준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전작들은 엄밀하고 명백하게 단언하건데 무척 재미가 없습니다. 존 리버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 외의 나머지들, 사건이나 전개나 반전 등이 전부 나쁘지요. 허나 나쁨에도 종류가 있습니다. 용납할 수 있는 수준의 나쁨이 있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나쁨도 있겠지요. 애매하게 나쁠 수도 있고 확실히 나쁠 수도 있습니다. 보편적으로는 괜찮을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견딜 수 없는 나쁨도 있을 수 있으며 개인적으로는 괜찮지만 보편적인 관점에서는 수용할 수 없는 나쁨 역시 있을 수 있습니다. 존 리버스 컬렉션의 첫 번째와 두 번째 소설은 제게 있어서 나쁜 건 분명한데 싫어하기는 망설여지는 수준의 나쁨이었지요. 이유는 작가의 치기가 눈에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들에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이 있고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고 그리고 싶은 인물이 있다는 의욕이 선명하게 드러나요. 그리고 이러한 의욕을 어떻게든 대충이나마 풀어냈다고 판단한 순간 소설이 끝납니다. 활활 불타는 의욕만으로 글이 달려 나갔으니 페이지에 쓰인 건 당연하게도 엉성하게 남은 잔해와 타버린 재뿐이지요. 매듭과 십자가, 숨바꼭질을 읽고 독자가 받는 것은 이런 부스러기들입니다. 허나 부스러기에는 열정을 태웠다는 흔적이 남아있어요. 때문에 소설 자체는 더럽게 재미없지만 신인 작가다운 맛은 좋구나, 라는 아저씨스러운 감상을 하게 되었다고 할까요.

 이빨 자국 역시 엉성함이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래도 드디어 이야기와 플롯을 짜맞춰서 글을 썼어요. 기특하구나, 라는 마음이 드는 대목이지요. 주제넘게도 영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이런 감정을 가지게 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그래도 매듭과 십자가의 충격적인 엉성함을 겪은 뒤 이빨 자국을 읽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이 녀석, 많이 발전했구나. 기특해라고 생각할 거라 믿어요.

 기특한 건 기특한 거지만 수작까지는 아닙니다. 평범해요. 전개는 무난하고 반전은 예상 가능합니다. 주인공은 충분히 매력적입니다만 너무 경솔한 감이 있어서 이 아저씨는 좀 신중하게 굴었으면 좋겠네하는 마음이 들 정도고 범인 쪽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범인의 선정은 별로 설득력 있지 않고 범인에 대한 묘사나 설정 역시 상당히 전형적이지요. 군데군데 재기 넘치는 부분이 눈에 띄어 읽는 맛은 있으나 완성도가 빼어나거나 구조적으로 아름다운 스릴러는 아닙니다. 그래도 칭찬할 거리가 보인다는 점이 참 기특해요. 네 번째 소설인 스트립 잭에서는 어느 정도로 레벨 업한 모습을 볼 수 있을 지도 기대가 되고요. 그런 의미에서 매듭과 십자가를 읽고 질색과 경악을 해본 분에게 이빨 자국을 추천합니다. 좋은 스릴러를 한 편 읽고 싶다는 분에게는 음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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