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나무꾼 -일본


 ‘괴물 나무꾼’은 작가 ‘쿠라이 마유스케’의 데뷔작으로 2018년 ‘제 17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このミステリーがすごい!大賞)’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작가는 같은 해에 ‘아카네 거리의 이웃(あかね町の隣人)’으로 ‘제 64회 에도가와 란포상(江戸川乱歩賞)’ 최종후보에도 오르는 등 벌써부터 재능을 인정받고 있네요. 여담입니다만 해당년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우수상을 수상한 작품은 ‘이노우에 네코(井上 ねこ)’의 ‘반상에 죽음을 그리다(盤上に死を描く)’, 란포상을 수상한 작품은 ‘사이토 에이이치(斉藤詠一)’의 ‘도달불능극(到達不能極)’입니다. 다른 여담입니다만 구글에서 쿠라이 마유스케를 치니 쿠라마 유스케를 찾았냐고 떠서 이게 누군데? 했는데 유유백서의 등장인물이더군요. 추억의 만화 유유백서… 영계탐정 편은 재밌었는데 뒤로 갈수록 쌈박질만 해서… 그래도 재미있었어요. 곧 랑그릿사 모바일에서 유유백서 콜라보를 할텐데 유스케를 얻을 수 있을까… 유리아랑 젤다 얻느라 보석을 다 써서 그냥 넘겨야 할 것 같아요. 오메가도 못 얻었는데. …남캐 따위 못 얻어도 상관없지만.


 ‘니노미야 아키라’는 변호사이자 사이코패스입니다. 살인도 거리낌 없이 저지르는 니노미야입니다만 어느 날 괴물 마스크를 쓴 괴한이 도끼를 휘두르며 덤벼듭니다. 죽을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니노미야는 자기 손으로 범인을 죽이기 위해 스스로 돈을 삼켜 살인미수가 아니라 강도 사건처럼 꾸민 뒤 경찰의 눈을 돌리고 범인을 직접 추적하고자 합니다. 괴한이 던진 도끼자루에 맞아 머리를 다친 니노미야는 CT촬영에서 자신의 머릿속에 뇌칩이 심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뇌칩은 말 그대로 뇌에 칩을 심는 의술행위인데 성격 교정의 효과가 있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어 옛날에 사라진 기술이지요. 뇌칩이 심어졌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던 니노미야입니다만 그건 일단 미루고 괴물 마스크부터 찾기로 하지요. 같은 사이코패스인 의사 친구의 도움을 받으며 괴물 마스크를 쫓는 니노미야. 한편 비슷한 시기에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의 범인을 잡기 위해 경찰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연쇄살인범은 피해자의 머리를 도끼로 쪼개 뇌를 꺼내가는 게 특징이었지요. 왜 뇌를 꺼내가는 것인가? 앞서 니노미야의 사례를 읽은 독자의 입장에서는 뇌칩을 꺼내기 위해서겠지, 라는 짐작이 쉽게 가능하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경찰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진실을 쫓다가 26년 전 시즈오카 아동 연속 유괴 살인 사건에 도달하게 되는데…


 괴물 나무꾼은 최근 유행을 철저히 따른 소설입니다. 참신하고 과격한 소재를 이용해서 관심을 끌고 영화나 만화의 컷처럼 짧게짧게 이야기를 끊으며 빠르게 전개를 이어가며 결말에 후속편의 여지를 남겨놓는 식으로 하나의 소설을 완성했지요. 이와 같은 방식에는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는 선호하지 않습니다만 재미있으면 크게 문제라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재미있기가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요.

 괴물 나무꾼은 사이코패스 대 도끼 살인마라는 흥미로운 구도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방금 살인을 저지르고 온 사이코패스 주인공이 주차장에서 마스크를 쓴 도끼 살인마와 마주치고 죽을 뻔하며 이어서 스스로 복수를 하기 위해 지갑 안에 있던 현금을 꿀꺽 삼켜 강도 사건처럼 만드는 전개는 속도감이 느껴지지요. 이어지는 뇌칩이라는 설정은 이야기를 근미래로 설정한 이유를 깨닫게 합니다. 뇌에 칩을 박은 주인공이 사이코패스라는 것은 주인공이 타고난 사이코패스인지 아니면 칩에 의한 후천적인 냉혈한인 건지 의문을 들게 하지만 앞으로의 이야기가 이 뇌칩에 좌우될 거라는 예감을 가지게도 하지요. 뇌칩이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건 사실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는 시점이 주인공 하나가 아닌 경찰 측에도 있다는 점이지요. 경찰은 누가봐도 주인공을 덥쳤던 도끼 살인마에 의해 죽은 피해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단서들이 등장하는데 단서들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결국 주인공의 뇌칩에 수렴합니다. 피해자들의 뇌가 없어졌다! 왜지? 앞서 뇌칩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뇌칩을 빼기 위해서겠지…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아동보호대상자였다! 왜지? 주인공도 아동보호대상자였으니 걔들 머릿속에 다 뇌칩이 있어서겠지… 왜 뇌칩을 빼간 걸까? 주인공이 사이코패스인 걸 보니 아마 그거 때문이겠지… 경찰 측의 시점이 추가되어 이야기를 보다 풍성하고 단단하게 만들고자 한 작가의 의도는 이해가 가지만 애석하게도 본디 가지고 있던 속도감이 줄고 미스터리에 대한 의문도 줄어 둔하고 대충 짐작 가는 식의 전개로 변합니다.·물론 작가가 숨긴 반전은 드러나지 않습니다만 얼추 짐작 가는 이야기가 얼추 얼추 얼추하다가 어느새 클라이막스라는 점은 변하지 않아요. 237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분량 안에 26년 전 사건, 뇌칩, 도끼 살인마, 경찰 수사, 사이코패스 주인공, 숨겨진 반전까지 담다보니 굉장히 속도감이 느껴져야 하고 설득력을 버리다시피하며 달려야 하는데 작가 입장에서는 이게 쉽지 않지요. 재밌는데 말은 전혀 안 되는 거 같아! 같은 감상을 듣고 싶은 작가는 없을 테니까요. 이 때문에 경찰 측 시점을 통해 버린 걸 줍는 모양새가 되어 발걸음이 느려지는데 심지어 경찰 측에는 매력적인 등장인물도 딱히 없어요. ‘토시로 란코’는 열심히 한다는 점만 내세울 뿐이고 베테랑 ‘이누이’와 프로파일러 ‘쿠리타’는 딱히 비중이 없어서 구색만 맞춘다는 인상입니다. 애초에 짧아요. 주인공 외에 비중을 줄 여지가 없지요. 뭐, 주인공도 썩 매력적이진 않지만… 작가는 몇 가지 트릭을 통해 반전을 준비합니다. 허나 이야기는 반전을 위해 쌓인 게 아니라 주인공을 위해, 그리고 후속편을 위해 달린 거라서 반전 자체가 그리 충격적이지 않고 또한 반전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의 완급을 따지면 경찰에서 완, 주인공에서 급, 의 구조를 그린 것 같은데 경찰 측에 완을 몰아준 것에 비해 주인공 측이 그리 급하지 않고 반전을 위한 복선이 완급을 딱히 가리지 않고 허술하게 설치되어 구조적으로 신통치 않은 수준입니다. 아마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측에서는 유행하는 요소를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 이 소설을 대작으로 선정한 것 같은데 모두 갖췄다는 것부터 문제이며 그 이상 더 갖추려했다는 점이 더 문제라는 것은 애써 무시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작가의 데뷔작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사실 멋없는 짓입니다. 참신한 설정을 가진 이야기를 끝까지 마무리했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아 마땅해요. 허나 이미 대상 하나 받았으니 저 같은 놈이 뭐라 하는 건 별 문제가 아닐 거라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상 받았잖아! 상금이 1200만엔이잖아! 부럽다… 작가의 실력에 대해서는 그다지 의심이 가지는 않습니다. 심사를 정확히 노리고 인기 있을 법한 요소를 전부 갖춘 이야기를 쓰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며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듯 더 갖추기 위한 의욕(비록 안 좋게 작용한 감이 있지만)을 드러냈다는 점, 문장이 간결하고 안정적이었다는 점, 같은 해에 다른 소설로 란포상의 최종 후보에도 올랐다는 점 등은 작가가 얼마나 큰 실력과 잠재력을 가졌는지 알 수 있는 요소입니다. 기대할 만한 대형 신인이라는 사실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어요. 허나 아쉽습니다. 그냥 이것저것 다 아쉬워요.




덧글

  • 방울토마토 2020/04/02 15:42 # 답글

    대상받았으니 저같은 니트가 말하는건 의미없지만 별로였습니다. 아니면 제가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 정윤성 2020/04/02 16:38 #

    저같은 놈이 말하는 것도 의미없지만 별로였지요. 저희가 시류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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