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간 읽은 것들 -그외

 괴물 나무꾼 (쿠라이 마유스케) : 2018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대상(このミステリーがすごい!大賞 대단해! 대상, 까지가 명칭입니다)의 대상 수상작. 왜 상을 받았는지는 알 것 같은데 보통의 사이코패스 주인공 활극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야기라 실망이 앞섭니다.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게 선명하게 드러나는데 참신한 설정을 어떻게 유지하며 나아갈 수 있을 지가 관건 같네요.

 

 디오게네스 변주곡 (찬호께이) : 중국어권 미스터리의 선두주자 찬호께이의 단편집. 단편집답게 좋은 이야기도 있고 별로인 이야기도 있는데 작가의 창작 방식이나 글을 쓰는 방법 등이 드러나는 엽편소설들이 수록된 점이 재미있습니다.

 

 도덕의 시간 (오승호 고 가쓰히로) : 61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작가 오승호는 재일 교포 3세라고 하네요. 2015년에 데뷔했는데 벌써 9편의 작품을 출간한 부지런한 작가입니다. 장르를 특정하기 힘들 정도로 뒤틀린 내용이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사회파라고 부르기도 그렇고 아니라고 하기도 힘들고정석적이지 않은 부분이 매력인 소설.

 

 사라진 세계 (톰 스웨터리치) : 시간여행을 다루는 SF. 보통은 자기가 알아서 복잡하게 꼬다가 넘어지는 경우가 많은 시간여행 SF입니다만 사라진 세계는 호러, 스릴러와 결합하며 위기를 극복합니다. 무섭고 어렵고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는 작품.

 

 더 월 (존 란체스터) : 해수면의 상승으로 망해가는 근 미래를 이야기하는 소설.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방황하는 아담과 이브 같기도 하고 쫓겨난 뒤 에덴동산에 도착하는 아담과 이브 같기도 한, 창세기와 묵시록이 꼬리를 물고 회전하는 이야기가 놀랍습니다.

 

 세상의 봄 (미야베 미유키) : 로맨틱한 시대극. 정신 착란, 다중인격, 연쇄살인 등이 등장하지만 그 이상의 핑크빛으로 독자를 감쌉니다. 약간 로맨스 과잉 섭취를 한 기분.

 

 1974 (데이비드 피스) : 실존했던 연쇄살인범 요크셔 리퍼를 다룬 레드라이딩 4부작의 첫 작품. 데뷔작다운 혼란스러움이 가득해서 읽기 힘듭니다. 벌릴 땐 신나게 벌리고 수습하는 건 후다닥이라 소설이 내내 어수선후속작 1977부터 뭔가 제대로 될 것 같은데 읽고 싶지 않네요.

 

 네 번째 원숭이 (J. D. 바커) : 미천한 독서 경험으로나마 드리고 싶은 말은 나쁘진 않은데싶은 소설은 사실 나쁜 소설이나 마찬가지이다, 입니다. 나쁘진 않은데 후속작에 대한 열망을 너무 심하게 드러내서 이야기 전체가 우스꽝스러워진 경향이 있고 나쁘진 않다 생각했던 부분도 다시 생각하니 아닌가? 나쁜가? 싶은 그런 소설입니다.

 

 그 칼로는 죽일 수 없어 (모리카와 토모키) : 캣푸드(파우스트 박스, 2013)로 데뷔한 뒤 다음 작품 스노 화이트(미출간)로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젊은 천재 작가의 작품인데아이디어 하나로 끌어가는 이야기라서 간단하게 읽기 좋지만 우연과 임기응변으로 이야기를 유지하는 장면이 기대보다 잦아서 좀 실망.

 

 여우피리 (우에하시 나호코) : 소녀 분들에게 어울리는 짧은 판타지 소설이라 아저씨인 저는 읽는 내내 송구했어요.

 

 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 작가의 다른 작품인 배를 엮다 를 좋아해서 읽은 연애(?)소설. 1 때 읽었다면 이과에 갔을 거예요. 이과에 갔었어야 해아니면 차라리 처음부터 공고에 갔었어야제목과 달리 사랑이 넘치는 이야기라서 오랜만에 마음이 훈훈했습니다.

 

 밤 기도 (산티아고 감보아) : 작가 이름을 산티아고 김보아로 읽고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김보아 씨의 여정을 담은 수기인가했는데 전혀 아니었습니다. 민망하다최근 추세를 거슬러 오르는 강렬한 번역체가 거슬리기도 했지만 대단히 훌륭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당신에게 말해주지요. 이것은 탐정소설류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 놀라고 싶으신가요? 이것은 사랑의 소설이 될 것입니다.”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소설.

 

 미로 속 남자 (도나토 카리시) : 속삭이는 자 세 번째 시리즈. 작가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로도 만들어 이탈리아에서 2019년에 개봉했습니다. IMDb 평점은 5.5예상대로의 점수네요. 전작들에 비하면 참신함이나 충격이 여러모로 덜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편의성 넘치는 전개에 반가움마저 느낄 뻔막판 반전은 인상적이지만 평가를 뒤집을 정도는 아닙니다.

 

 카구야 프로젝트 (원샨) : 작중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호들갑을 떠는 수치는 무려 1.03! 정부가 바라는 20-30세 사이의 대졸자 출산율은 0.95! 하하, 우리나라는 0.92(2019년 기준)인데. 픽션조차 이기는 놀라운 출산율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출산 기조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시큰둥하네요. 그나저나 출산을 하면 아기를 정부가 데려가서 키우는 세계에서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아이를 기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든다니 이게 무슨 헛소리인가 싶어서 이야기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아이 기르는 프로그램을 보며 아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느껴보렴! 하하, 물론 너는 낳아도 키우지 못하겠지만! 이게 무슨 모순인지? 이 문제를 무시하더라고 복선이 너무 선명하고 전개가 너무 우당탕탕이며 작품 주제인 모성에 대한 고찰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싶어서 참 의아했습니다.




덧글

  • 에르고숨 2020/07/02 18:49 # 답글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 김보아 씨ㅋㅋㅋㅋ의 밤기도를 보관함에 담습니다. 조용히 많이도 읽으셨네요! 정윤성 님 독후감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
  • 정윤성 2020/07/02 20:12 #

    저도 에르고숨님의 글을 매일 기다린답니다! 매, 매일 접속하진 않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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